호흡으로 고요함 이르는 방법
모든 고통과 고민은 바로 나 자신을 중심으로 생겨난 것인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원인을 바깥에서 찾고자 하기 때문에, 오히려 일을 더 어렵게 만들거나 그르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치 나무의 새싹과 열매가 바로 그 나무에서 만들어지듯이, 모든 고통은 자신으로부터 연유하고 있음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자신을 얽어매고 있는 속박으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은 없을까요? 그것을 알고 싶다면 《안반수의경》을 한번 펼쳐보시기 바랍니다. 왜냐하면 정신을 집중시켜 마음을 가다듬게 하는 실제적인 수행방법이 가장 체계 있게 설명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 경전은 범어로 아나아빠라사티(anapanasati)인데 한문으로는 《안반수의경(安般守意經)》이라 번역하였고, 줄여서《안반경》혹은《수의경》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중국에서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경전 목록인 출삼장기집(出三藏記集)에 의하면, 중국역경사에서 최초로 등장하는 안세고(安世高) 스님이 148년 낙양에서 번역한 경전이 바로 이 《안반수의경》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안세고 스님은 원래 안식국(安息國 : 중앙아시아)의 태자로 태어났으나 숙부에게 왕위를 양위하고 출가하였는데 이는 부처님께서 왕위를 버리시고 출가하신 일에 견주어지기도 합니다.
이 경에서 안(安 : ana)은 숨을 내쉬는 것(出息)을 의미하고, 반(般 : apa na)은 숨을 들이쉬는 것(入息)을 뜻하기 때문에 실은 ‘숨의 출입(出入息)’을 설명한 경전’이라고 제목을 붙여야 할 것이나, 원음(原音)을 소리나는 대로 옮겨서(音寫)’안반’이라고 부르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수의(守意 : sati)란 정신집중을 의미하므로, 이 둘을 합치면 호흡에다 정신을 집중시켜서 마음을 가라앉히는 수행법을 설한 경전이라는 의미가 되겠지요.
경전의 내용을 살펴보면 전체가 두 권으로 되어 있는데, 상권은 정신을 집중하는 여섯 가지 수행법으로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고, 하권에서는 여섯 가지 수행법을 37조도품에 대비시켜서 상호간의 작용을 밝히고 있습니다.
좀더 자세히 설명하면 상권의 여섯 가지 수행방법이란, 먼저 수식(數息)은 마음을 단전에 모으고 호흡을 헤아리는 것, 상수(相隨)는 마음과 호흡이 무의식적으로 서로를 따르게 하는 것, 지(止)는 마음과 호흡이 하나가 되어 한 곳에 머무르게 하는 것, 관(觀)은 마음이 호흡과 일치되면서 자유로이 관조하는 것, 환(還)은 마음이 본래의 상태로 되돌아와서 밖으로 달려가거나 흩어지는 일이 없이 여여한 상태, 정(淨)은 어디에도 걸리지 않은 청정본심이 지속되는 것을 말합니다.
여기에서 특히 숨이 들고 오고 나가는 것을 관(觀)하는 수식법(數息法)은 중국인들이 《안반수의경》을 선호하게 된 이유인 동시에 불교가 중국에서 별다른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 원인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당시에 유행하던 도교의 태식법(胎息法)과 수식관(數息法)을 유사한 것으로 생각하였기 때문에 불교를 호의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이지요.
그리고 경전과는 조금 별개의 이야기지만,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게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80%는 “아무 생각없이 쉬는 것”이라고 대답하였다고 합니다.
이때 ‘아무 생각 없이’라는 말은 무엇을 뜻할까요? 의학적 실험에 의하면 우리의 뇌신경은 어떤 신호가 전달될 때에 자연적으로 뇌파(腦波)가 발생하는데, 즉 아주 느린 델타파, 중간정도의 세타파, 아주 빠른 베타파, 그리고 세타파와 베타파 사이에 해당하는 알파파가 있다고 합니다.
현대인들에게 가장 많이 발생되는 베타파는 사람을 긴장시켜서 고혈압이나, 면역기능저하, 기억력 감퇴를 가져오는 반면에, 알파파는 사람들의 마음을 가라앉혀서 기분 좋고 건강하게 해 준다고 합니다.
따라서 뇌를 인위적으로 알파파의 상태로 만들어야 하는데, 이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좌선이나 명상이라고 합니다. 왜 갑자기 뇌파의 이야기를 설명했는지 이제 납득이 가실 겁니다.
우리 인간들은 하루에 최소한 1시간 정도는 뇌를 알파파 상태로 만들어야만 모든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답니다. 가령 베토벤의 전원교향곡, 숲속의 바람소리, 맑은 시냇물 소리, 시원한 파도 소리, 눈을 밟는 소리, 새소리와 같은 것을 들을 때도 알파파의 상태가 된다고 합니다.
이것만으로도 《안반수의경》에서 설명하는 호흡법의 실천을 권장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되었으리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