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의 생생한 육성 담겨
시(詩)와 같이 짧은 글귀로 모아져 전해지는 경전 가운데 《법구경》과 함께 가장 많이 애송되고 있는 경전이 바로 이 《숫타니파타》입니다.
불교의 많은 경전 중에서도 비교적 초기에 이루어진 경전이라는 점에서도 그 비중이 클 뿐 아니라 역사적인 인물로서의 불타 석가모니의 생생한 육성에 가까운 법음(法音)을 들을 수 있고 또 초기불교를 이해하는데 이보다 더 중요한 자료는 없을 것입니다.
《숫타니파타》의 원명인 숫타(Sutta)는 경이라는 뜻이고 니파타(Nipata)는 집합이라는 의미로써 이를 합하면 “경집(經集)”이 됩니다. 다시 말하면 다른 경들은 각기 어떤 일관된 내용이나 기술상의 성격에 따라 특정한 명칭을 붙일 만한 특징이 있으나 이 경에는 그런 것이 없어 그냥 ‘경의 모음’이라는 의미의 명칭을 붙인 것입니다.
《숫타니파타》에는 소제목을 가진 경이 70여개나 들어있는데 이를 크게 나누면 다섯 장, 즉 사품(蛇品), 소품(小品), 대품(大品), 의품(義品), 피안도품(彼岸道品)등 입니다.
이렇게 다섯 장에 들어있는 총 1,149수(首)의 운문들은 한결같이 수행자가 지켜야 할 마음가짐이 주된 내용이지만 때로는 간결하게 교리문제를 언급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렇지만 ‘경의 모음’이라는 경명(經名)에서도 알 수 있듯이 경전 전체에 걸쳐 일관된 주제를 도출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경전의 가장 뛰어난 점을 들자면 내용의 소박함을 들 수가 있는데 다른 경전들이 주로 현학적인 이론에 치중하고 있는데 비하여 이 경은 전혀 그러한 부담이 없다는 점입니다.
때문에 이 경은 꼭 수행자나 불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가볍게 접할 수 있습니다. 즉 《숫타니파타》에는 어떤 현학적인 교리도 없을 뿐더러 놀라운 참신성으로 현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강렬하게 다가오는 호소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제1장에서는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마음가짐은 어떠한 것인가 하는 내용인데, 특히 수행자의 자세를 ‘뱀의 허물’이라는 유명한 비유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제2장에서는부처님께 당신의 아들인 라훌라를 꾸짖음으로써 더불어 살아가는 데 있어서 자신이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가를 알려주고, 또한 위선적인 친구에 대해서 ‘나는 당신의 친구’라고 하면서도 할 수 있는 일을 맡아서 도와 주지 않는 사람, 그는 친구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고 경계하고 있습니다.
제3장에서는사성(四姓)의 평등한 이치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있으며, 제4장에서는 분노가 가져오는 폐단에 대하여 자신은 물론이거니와 타인과 사회에까지 얼마나 해악을 끼치는가를 역설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4장만 한역되어 대장경에 수록되어 있었기 때문에 한역대장경에 의존하던 우리나라에서는 《숫타니파타》가 일반인들에게 일찍 알려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리고 제5장은 전체가 통일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특히 열여섯 바라문과 부처님의 문답이 실려 있습니다.
그리고 《숫타니파타》에는 닛데사(Niddesa : 義譯)라는 오래된 주석서도 전해오고 있는데, 그 내용이 전체에 대한 것이 아니라 부분적인 어구의 주해(註解)인 것으로 미루어 볼 때, 그때까지도 《숫타니파타》가 전체적으로 성립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숫타니파타》는 현존하는 경전 가운데 가장 오래된 자료로 평가받느니 만큼 소박한 형태의 불교사상은 물론 최초기의 불교교단의 모습까지도 잘 반영되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소치는 사람과 부처님이 교대로 만족에 대해 이야기하는 대목은 참으로 감동적이라고 하겠습니다.
자녀가 있는 사람은 자녀로 인해 근심하고
소를 가진 이는 소 때문에 걱정한다.
사람들이 집착하는 것은 마침내 근심이 된다
집착할 것도 없는 사람은 근심 할 것도 없다.
정말 그렇습니다. 우리들 범부는 소유와 집착이 가져다 주는 작은 기쁨에 연연하지만 부처님께서는 소유와 집착이 결과적으로 가져 올 근심과 실망을 말씀해 주신 것입니다.
이와 같은 내용으로 채워진 경전이기 때문에 우리들로 하여금 삶이 고달프다고 느낄 때나, 화가 나서 힘이 들 때나, 누군가에게 답답한 가슴을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은 그런 때에 《숫타니파타》를 펼쳐 보십시오. 분명히 이경전을 통해서 위안을 받고 지혜의 눈을 열어서 안정된 마음을 되찾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