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사십이장경(四十二章經) – 인간의 목숨은 순간에 있다.

일상생활 속의 ‘수행지침서’

과학이 모든 자연 영역을 연구대상으로 삼고 있는데 반해 불교는 인간 그 자체를 구명하고자 하는 종교라는 점에서 잘 대비가 되고 있습니다.

《사십이장경》에는 인간의 하나밖에 없는 생명을 주제로 부처님과 제자들 간에 오고간 문답이 소개되어(37장) 있습니다. 즉 사람의 목숨이 얼마 동안에 달려있느냐고 묻는 부처님의 질문에 어떤 제자는 “며칠 사이” 또 어떤 제자는 “밥먹는 사이” 그리고 또 어떤 제자는 “한 호흡 사이”에 있다고 대답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는 ‘한 호흡사이에 있다’고 대답한 제자에게 “너는 도를 아는구나”라고 인가를 하셨다고 합니다.

사실 한번 내쉰 호흡을 다시 들이쉬지 못하면 죽음이라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잊어 버리고 살아가기 마련이지요. ‘한 호흡 사이’라고 한 대답은 우리의 삶에서 결코 미래를 기약하지 말라는 뜻일 것입니다.

《사십이장경》은 몇가지 한역본(漢譯本)이 있으나 후한(後漢)시대 처음 중국에 불교를 전했다고 알려진 가섭마등(迦葉摩騰)과 축숙란(竺法蘭)이 공동으로 번역한 중국 최초의 경전이라고 합니다.

이는 중국의 불교전래설과도 관련이 있기 때문에 조금 더 보충 설명을 해야겠습니다. 즉 그 《후한서(後漢書)》에 의하면, 후한의 명제(明帝)가 어는 날 밤 꿈에 온 몸이 금색으로 빛나고 정수리에서 광채가 나는 사람을 보고서 이상히 여겨 다음 날 신하들에게 물어본 즉 “그는 아마 천축의 부처님일 것’이라는 대답을 듣고, 즉시 그곳으로 사신을 파견하였지요…

사신들은 인도로 가는 도중 불상과 경전을 모시고 중국으로 오는 두사람의스님, 즉 가섭마등과 축법란을 만나게 되어서 그들과 함께 돌아왔습니다. 이들을 맞이한 명제는 불상과 경전을 싣고 온 말(馬)이 흰색이었기 때문에 최초의 절을 지어’백마사(白馬寺)’라 이름하고 거기서 경전을 번역케 하였는데 바로 《사십이장경》이 그것이라고 합니다.

이렇듯 중국불교에서 역경의 효시인 《사십이장경》은 예로부터 《유교경》과 《위산대원선사경책(위山大圓禪師警策)》과 함께 ‘불조삼경(佛祖三經)’의 하나로 중시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현존하고 있는 《사십이장경》은 본문 자체에 증광(增廣)과 첨삭의 흔적이 두렷할 뿐만 아니라 알 수 있듯이 내용이 42장으로 이루어져 있어 주로《아함경》을 비롯한 여러 불교경전 중에서 수행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중요한 항목만을 발췌하여 엮은 것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 내용이 우리들 일상 생활에 그대로 반영될 수 있고 또한 다루고 있는 명제들은 굳이 어느 한 부류의 사람들만을 위해 설법한 것이 아니라 기존의 경전을 중심으로 일상 수행에 있어서 극히 중요한 덕목만을 뽑아 모은 것이기 때문에 수행의 지침서라고 할 것입니다.

예를 들면 왜 참회하면서 살아야 하는가(4장)라는 명제를 비롯하여 보시행으로 얻어진 복은 횃불이 아무리 어둠을 밝히더라도 줄어드는 일이 없는 것처럼 무한하다고 전제하고(8장), 그러나 이보다 더 큰 공덕은 부모님께 효도하는 일이라고 하여 효행을 강조하고(9장) 있는 점도 주목됩니다.

또한 18장에서는 무아(無我)를 설명하는 데 우리들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사대(四大 ; 지수화풍)가 나인 줄로 잘못 알고 집착하는 어리석음을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정말 한 번 생각해 보십시오. 나의 몸이 진정한 나라고 한다면 두 가지 면, 즉 상일성(常一性 ; 변화하지 않는 나)과 주재성(主宰性 ;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나)만은 갖추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들 육신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고 결코 무엇 하나 내 마음대로 되어지는 것이 없습니다. 이러한 가르침은 삶의 주체인 나를 부정하자는 말이 아니라 오히려 참다운 나를 찾기 위한 것입니다.

그리고 도(道)에 대해서도 잠시도 잊지 말고(15장), 흐르는 물이 양 언덕에 닿지 않고 곧바로 흘러가는 것처럼 (25장) 병사가 적을 대하는 경우와 같이(32장) 일심으로 생각하라고 합니다. 또한 31장에서는 우리네 삶의 고뇌와 고통이 어디로부터 오는가를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습니다.

애욕으로부터 근심을 낳고,
근심으로 해서 두려움이 생긴다.
애욕이 없으면 곧 근심도 없고,
근심이 없으면 두려움도 사라진다.”

마치 큰 불이 모든 것을 태워 버리듯이 끊임없는 정진만이 애욕을 없앨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33장에서는 정진도 지나치게 극단적이어서는 안되며 거문고를 탈 때와 같이 중도(中道)를 지켜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와같이 《사십이장경》은 불교윤리관을 주제로 한 내용들을 간단 명료하게 요약한 경전이라 하겠습니다.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항목은 *(으)로 표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