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로 쓴 부처님 생애와 가르침
앞에서 소개한 《본생경(자타카)》이 남전장경(南傳藏經)에 들어 있는 부처님의 일대기(一代記)라면, 여기에서 소개하는 《불소행찬》은 북전장경(北傳藏經)에 들어 있는 부처님의 일대기입니다. 남전과 북전의 차이점을 들자면 전자는 원본이 팔리어로 되어 있고, 후자는 산스크리트어로 되어 있는 점입니다.
또 하나 다른 점은 《본생경》은 부처님의 전생 이야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데 비해 《불소행찬》은 현생 즉 부처님의 탄생으로부터 시작하여 열반 후 사리(舍利)를 나누어 가지는 부분까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불소행찬》은 여러 가지 불전문학(佛傳文學) 가운데서도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좀더 특이한 점은 산문적인 서술형식이 아니라, 지은 이가 불교 시인(詩人)이어서인지 처음부터 끝까지 아름다운 시(詩)의 형태로 엮어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종래의 ‘부처님 전기’들이 대체로 과장되거나 무미건조하고 단편적인 서술형이었던 점에 비해 《불소행찬》은 역사적인 사실을 근거로 하여 부처님의 인격과 언행, 그리고 불교사상이 문학적으로 표현되어 읽는 이로 하여금 한 구절 한 구절이 가슴에 와 닿도록 감동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불소행찬》의 원명은 《붓다차리타(buddha-carita)》인데 이를 ‘부처님의 생애에 대한 찬탄’이라는 의미로 해석하여 《불소행찬》이라고 한역한 것입니다. 이를 지은 사람은 천재적인 불교시인으로서 그의 시문(詩文)은 너무도 감동적이었기 때문에 말(馬)조차도 울음(鳴)으로 대답했다는 마명(asvaghosa : 馬鳴)보살입니다. 《불소행찬》의 한역은 5세기경에 중국으로 온 보운(寶雲)삼장에 의해서 입니다.
그 내용과 구성을 살펴보면, 현존하는 범본인 《붓다차리타》는 17장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한역본과 티벳본은 28장으로 되어 있습니다. 한역본은 다섯 권인데 번역문이 아주 아름답고 수려하며 격조 높은 운문체로 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범본과 대조하여 보면 경우에 따라 원문을 삭제하거나 가감하여 윤문(潤文)을 가한 부분이 눈에 띄기도 합니다. 그러나 5세기경의 중국인들에게 부처님의 생애를 알기 쉽고 보다 더 감동적으로 전달하고자 노력한 역경(譯經) 삼장의 순수한 마음이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1장에서 28장까지 그 어느 대목 하나 감동되지 않는 것이 없지만, 특히 제19장 ‘부자(父子)가 서로 만나는 내용(父子相見品)’에서는 정말 실제의 상황을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사실적인 기술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그 몇 구절만 소개해 보겠습니다.
“마땅히 깃을 붙인 보배일산 받치고
손에는 나는 용의 고삐 잡을 것을,
어쩌면 이렇게 먼지를 뒤집어쓰고,
발우 들고 밥 빌러 다니는가.
부처님은 그 부왕(父王)의 마음을 살피시고,
아직도 아들이란 생각에 집착하는,
부왕의 마음을 일깨워 주고자,
공중의 연꽃에 앉아 설법하셨네.
날카로운 무기나 코끼리나 말이나,
군사나 수레를 구태여 쓰지 않고도,
탐욕, 성냄, 어리석음 항복 받으니,
천하의 어떤 적도 당하지 못하리라.
보는 사람 마음으로 슬퍼하고 기뻐하며,
모두 조용히 합장하고 눈물을 흘리었네”
위에서 보듯이 부왕의 아들에 대한 그리움과 안타까움, 또 그러한 부친조차도 중생으로 가엾게 여기는 부처님의 마음을 여실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불소행찬》은 종래의 자료를 기초로 할 뿐만 아니라 역사적 사실까지도 참고로 하여 적절히 이상화(理想化)시켜 현실감을 북돋우고, 아름다운 시로 부처님의 생애와 가르침, 그리고 인격을 찬탄함으로써 인격적인 감화를 불러일으키려고 노력한 흔적들이 군데군데 돋보인다고 하겠습니다.
게다가 부처님의 생애를 설명하는데 있어서 탐진치를 비롯하여 사성제, 팔정도 등 불교의 기본교리를 서술하고 있기 때문에 초심자나 자녀들에게 더없이 좋은 지침서가 될 것으로 생각되어 일독(一讀)을 권하고 싶은 경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