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 – 끝없는 부모의 은혜

자식 향한 부모의 끝없는 사랑
윤회 세계에선 모두가 부모자식
매년 ‘어버이 날’에는 《부모은중경》을 한번 독송해보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하긴 경전이 아니더라도 아버지나 어머니를 다룬 작품은 예로부터 참 많습니다. 그 중 동서고금을 통해서 모성(母性)의 강도를 절실하게 나타낸것으로는 당나라 때 소설인 《두자춘(杜子春)》을 능가할 작품은 없을 겁니다.

그 내용인 즉, 철관자(鐵冠子)라는 신선이 불로불사약을 만드는데 그 약재로서 감정이라고는 티끌만큼도 없는 무정한 인간을 구해 달여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신선 지망생인 ‘두자춘’으로 하여금 신선이 되게 해주는 조건으로 어떤 고난에도 소리를 지르거나 말을 해서는 안 되는 무정인간의 시련이 시작되었던 것입니다.

사자, 독사 떼가 나타나 달려들고, 벼락지진이 땅을 가르고 산을 무너뜨려도 두자춘은 태연자약하였지요. 끓는 열탕 속에 집어 넣으려 하면서 이름 석자만 대면 살려 주겠다 해도 입을 떼지 않았고, 끝내는 사지가 찢겨 죽음을 당하면서도 신선과의 약속을 지켰지요.

염라대왕 앞에서 살갗이 벗겨지고 독사에 골을 먹히는 등의 혹독한 고문에도 입을 떼지 않자, “음기(陰氣)의 요물이다. 여자로 환생시켜라”하여 다시 태어났는데 신선과의 약속을 지켜 벙어리 아이로 자랐지요. 성장한 후에 노규(盧珪)란 총각과 결혼하고 귀여운 아이까지 낳았는데 그 아이의 응석 한번 받아주지 않았기 때문에 참다못한 남편이 저렇게 정이 없는 계집과 사는데 자식은 있어 무슨 소용이냐면서 어린아이를 뜰방 돌에 내동댕이쳤습니다.

핏방울이 어머니 두자춘의 얼굴에 튕기자, 그때야 비로소 “어!”하고 소리를 질렀답니다. 이승, 저승, 내세에 걸친 삼세(三世)의 공도 자식사랑 앞에서만은 허사였던 것입니다. 그 모든 감정은 감내할 수 있으나 마지막 자식사랑만은 극복할 수 없었던 것이지요. 이 세상에서 이보다 더 크고 높고 순수하고 절실한 사랑이 또 있겠습니까?

자, 그렇다면 부처님께서는 부모의 사랑을 어떻게 설하시고 계신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경전의 원래 경명은 《부모은중대승마하반야바라밀경(父母恩重大乘摩訶般若波羅蜜經)》으로서 경명을 그대로 해석하자면 “부모 은혜에 관해 크다란 지혜의 완성을 교설하는 대승경전”이라는 뜻인데 보통 줄여서《부모은중경》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이 경전은 범본도 없고 번역자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예로부터 위경(僞經)으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을 비롯하여 우리나라, 일본 등 동양에 널리 보급되어 있고, 특히 조선시대 정조(正祖)대왕은 김홍도의 그림까지 곁들인 《부모은중경》을 간행하기도 하였는데, 이 경판이 용주사에 보관되어 있고, 또 현대어로 번역되어 시중에 유통되고 있습니다.

《부모은중경》은 부처님이 아난과 함께 길을 가시다가 마른 뼈무더기에 절하는 장면부터 시작됩니다. 이를 보고 놀란 아난존자가, “부처님께서는 인천(人天의) 스승이시고, 사생(四生)의 자애로운 아버지(慈父) 이신데 어찌하여 누군지도 모르는 마른 뼈 무더기에다 절을 하십니까?”라고 부처님께 여쭙게 되지요.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아난아, 이 한 무더기의 뼈가 혹시 나의 전생에 조상이나 부모님의 뼈일 수도 있기 때문에 내가 절을 하는 것이니라”라고 하십니다.

다시 말해서 다겁생래(多劫生來)로 윤회를 하는 입장에서 보면, 사실 부모자식이나 형제자매의 인연이 아닌 사람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현재의 인연만을 중시하여 과거생 자신의 부모일지도 모르는 많은 사람들에게 참으로 무례하고 야박하게 대하고 있지나 않는지요. 아니 과거생의 부모는 그렇다 치더라도 현생 부모의 은혜를 알기나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부모은중경》에 구체적으로 열거하는 열 가지 은혜는 다음과 같습니다.
※ 열 가지 게(偈)로 찬송한다고 하여 경전속에서 십게찬송(十偈讚頌) 이라고 하며,
이 십게찬송의 10가지 은혜를 다생부모십종대은(多生父母十種大恩)이라 합니다.

①어머니 품에 품고 지켜주는 은혜 (회탐수호은-懷耽守護恩)
②해산날에 즈음해서 고통을 감수하는 은혜 (임산수고은-臨産受苦恩)
③자식을 낳고 고통을 잊어버리는 은혜 (생자망우은-生子忘憂恩)
④쓴 것은 삼키고, 단 것은 뱉어 먹이는 은혜 (인고토감은-咽苦吐甘恩)
⑤진자리 마른자리 가려 뉘시는 은혜 (회건취습은-廻乾就濕恩)
⑥젖을 먹여 기른 은혜 (유포양육은-乳哺養育恩)
⑦손발이 닳도록 깨끗하게 씻어주시는 은혜 (세탁부정은-洗濯不淨恩)
⑧먼길을 떠나 갔을 때 걱정하시는 은혜 (원행억념은-遠行憶念恩)
⑨자식을 위해서라면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는 은혜 (위조악업은-爲造惡業恩)
⑩끝까지 불쌍히 여기고 사랑해주시는 은혜 (구경연민은-究竟憐愍恩)가 그것입니다.

또한 경전에서는 어머니가 아이를 낳을 때 3말 8되의 피를 흘리고, 8섬 4말의 젖을 먹인다고 하고서, 이와 같은 은혜를 생각하면 왼쪽 어깨에 아버지를 업고, 오른쪽 어깨에 어머니를 업고서 수미산을 백천번 돌더라도 그 은혜를 다 할 수 없다고 설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어머니가 자식을 잉태한 후, 1개월마다의 생태학적인 고찰로 자세히 설명되어 있는 데 과학적인 접근의 설명은 참으로 놀랍습니다.
※ 경전속에서 미월구노(彌月句 +力勞-열두달을 기르느라 힘씀)라고 하여 설함
– 예불독송 코너 37번 미월구노 독송 및 내용 참고 –

이와 같이 《부모은중경》은 ‘사람이 태어나 이 세상에서 살아 갈 수 있는 것은 모두가 부모를 가졌기 때문’이라고 강조하고 부모님의 은덕을 깨닫게하는 경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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