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속아보시면 안될까요

어떤 사람이 화장실을 갔답니다. 하루를 살면서 가장 많이 가는 곳 중 한 장소.

우연히 눈을 들어 보니, 앞에 짤막한 글귀가 조그마한 메모지에 적혀 있더랍니다.

“당신에게 오늘 기쁜 일이 일어날 것이다.”

더도 덜도 아닌 그 한마디.

피씩 웃고 나왔는데 이상하게도, 그 한 줄의 글귀가 계속 기억에 남더랍니다.

왠지 정말로 자신에게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이상한 느낌. 그 날은 매우 상쾌한 기분으로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또다시 그 글귀가 생각나더랍니다. 집으로 가는 버스 안의 많은 사람들이 짜증나지도 않았고, 한 참을 걸어 올라가야 하는 자신의 조그만 집이 자신이 쉴 수 있는 평화로운 장소인 듯한 포근한 느낌. 약간 쌀쌀한 날씨가 시원하게 느껴졌고, 어두운 길에 빛을 밝혀주는 낡은 가로등이 친근하게 느껴지고, 그 위에 떠있는 달이 환하게 웃으면서 자신을 맞아주는 그런 풍족한 느낌. 얼굴에 저절로 부드러운 미소가 새겨지고, 내일도 자신에게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희망.

단 한 줄의 글귀.

당신에게 오늘 좋은 일이 생길 겁니다.

이미 생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루를 즐겁게 보내고 집으로 가는 길이니까요.

아마도 내일 그 글귀가 또 생각날 듯싶습니다.

“오늘 당신에게 좋은 일이 생길 겁니다.”

그럴 겁니다. 매일 매일 전, 좋은 일이 생길 겁니다.

매일 되는 오늘이 제게는 좋은 일이 생기는 날일 테니까요.

여러분도 한 번 속아보지 않으시렵니까?

밑져야 본전이면, 한 번만 속아주세요.

당신에게 오늘 좋은 일이 생길 테니까요.

(글) 종산 황태준 (출처: 「좋은 글」). 월간 반야 2011년 12월 133호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항목은 *(으)로 표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