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날아가는 외기러기 울음 슬프고

長天一雁怨(장천일안원) 하늘을 날아가는 외기러기 울음 슬프고

大野百蟲悲(대야백충비) 들판에 우짖는 벌레 소리도 슬프다.

別友秋江畔(별우추강반) 가을 강가에서 그대와 이별하니

牛山落日時(우산낙일시) 산에는 노을이 물들고 있구나.

가을 강가에서 벗과 이별하면서 지은 서산 스님의 시이다. 예로부터 사람들은 가을이 되면 이별의 애상에 젖은 시를 많이 지었다. 이 시의 제목도 ‘가을 강가에서 벗을 이별하다.’는 추강별우(秋江別友)로 되어 있다.

하늘의 기러기와 들판의 풀벌레가 이별하는 사람의 마음을 슬프게 하니 천지가 온통 슬픔 속에 들어가 버린 것 같다. 명주실 같은 섬세한 서정이 묻어나오는 이 시는 날아가는 기러기 소리가 떠나는 벗을 아쉬워하는 마음에서 원망스럽게 들렸음을 은연중 묘사해 놓았다.

가을 강가에서 노을이 물들어 올 때 벗과 해어진 단순한 내용이 긴 여운을 남기며 읽는 사람의 가슴에 은은한 감회를 함께 느끼게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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