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해한 가르침 알기 쉽게 전달
경전은 가정 풍부한 자산을 가진 비유문학의 보고(寶庫)라 할 수 있는데 그 대표적인 경전의 하나가 바로 《백유경(百喩經)》입니다.
사실 우리 중생들에게 심오하고 난해한 가르침을 보다 쉽게 이해시키고 재미있게 깨우쳐 주는 데는 비유보다 더 효과적인 수단은 없을 것입니다.
비유문학의 가장 소박한 매력은 일상의 언어감각을 전복시키는 날카로움에 있듯이, 《백유경》에도 일상의 나태함을 일격에 부셔 버리는 강한 느낌의 진동, 탄복을 자아내게하는 표현의 정확성 그리고 무릎을 치게 하는 공감대의 형성 등을 끊임없이 느끼게 해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비유의 이야기에만 매달리다 보면 본질을 뚫어보지 못하고 현상에 치우쳐서 정작 《백유경》이 전하고자 하는 교훈을 놓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백유경》은 인도의 서민들 사이에 전래되어오던 재미있는 이야기를 모은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인도 출신의 상가세나(Sanghasena) 스님이 민중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던 이야기를 토대로 하여 수행에 귀감이 되는 교훈을 곁들여서 정리한 것인데, 그의 제자인 구나브릿디(Gunavrddhi)가 492년에 한문으로 번역하였습니다.
이 경의 범어 명칭은 우파마사타카 수트라(Upama-sataka-sutra)인데 이를 한역하면 치화만(痴華만)이 됩니다. 어리석은 사람을 제도하기 위한 화만, 즉 꽃다발이란 뜻이지요.
※ 치화만의 만 -표기불가- 꽃이름 만, 머리장식 만
다시 말해서 지혜에 아직 눈뜨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심오한 불교교리를 그대로 설하는 것 보다 오히려 예쁜 꽃다발의 화환을 만들어 눈에 보이게 하듯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비유로써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한 비유문학의 대표적인 경전입니다.
이 경을 《백구비유경(百句譬喩經)》이라고도 부르고 있듯이, 백가지(실제로는 98편)의 비유로써 불교의 실천도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분류로는 일반 대중을 위한 것 70가지를 비롯하여 왕을 위한 것 1가지, 출가자를 위한 것 6가지, 출가자와 대중을 위한 것 4가지, 외도(外道)를 위한 것 13가지, 교법에 관한 것 4가지, 도합 98가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예를 들면 사이가 좋지 않은 두 제자의 질투와 시기심으로 인해 스승의 양쪽다리가 부러지는 비유, 도를 이루는데 교단의 화합이 절반 정도의 역할을 차지하는냐고 묻는 아난존자의 물음에 “화합은 도를 이루는 전부”라고 하신부처님의 말씀은 화합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오늘날의 교단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습니다.
또한 아내의 코를 예쁘게 하려고 남의 코를 갖다 붙이려다가 그만 사랑하는 아내를 코 없는 흉한 얼굴로 만들어 버린 어리석은 남자의 비유는 우리들로 하여금 자신의 것에 만족할 줄 아는 인간이 되라는 가르침인 듯 싶습니다.
아울러 서양식 잣대로 동양을 잰다거나 동양식 기준으로 서양을 평가하려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지나 않은지 되돌아 볼 일입니다.
그리고 유명한 ‘뱀의 머리와 꼬리’라는 비유도 여기에 나오고 있습니다. 어느 날 뱀의 꼬리는 길을 갈 때 언제나 머리가 앞서는 것에 불만을 품고 머리에게 오늘은 자신이 앞장 서서 가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뱀의 머리는 말도 안된다고 하고서 늘 하던 대로 앞장 서서 가자, 꼬리는 나무를 칭칭 감고서 풀지 않았습니다.
할 수 없이 머리는 꼬리에게 앞자리를 양보하였지요. 그러나 눈이 없는 꼬리는 앞장 서서 가다가 그만 불구덩이에 빠져 타 죽고 말았다는 내용입니다. 각자의 역할과 분수를 지키지 않은 결과가 어떠한가를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이처럼 쉽고도 재미있는 비유로써 우리들을 깨우쳐 주고 있는 경전이 바로《백유경(百喩經)》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이러한 내용을 접할 때는 비현실적인 허구성이라고 일축해 버릴 것이 아니라 그 비유가 의도하고 있는 뜻이 무엇인가를 음미해야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