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月韶光沒處收 삼월소광몰처수 춘삼월 햇빛 모아둘 곳 없어서
一時散在柳梢頭 일시산재유초두 버들가지 위에 눈부시게 흩어져 있네.
可憐不見春風面 가련불견춘풍면 아깝게도 봄바람의 얼굴은 보이지 않고
却看殘紅逐水流 각간잔홍축수류 물 따라 흘러가는 붉은 꽃잎만 보이는구나.
이 한편의 시를 읽으면 사람의 마음이 편안해 지면서 봄을 가슴에 가득 담는 느낌이 든다. 무심히 흘러가는 세월 속에 또 찾아온 봄날의 하루가 시심에 젖어 있다. 선사들의 시는 대개 시심(詩心)이 선심(禪心)이다. 비워져 있는 무심한 마음에서 객관을 정관(靜觀)하고 있다. 만물을 고요히 관찰하면 모두가 무한한 뜻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안다. 봄볕이 저장할 곳이 없어 버들가지 위에 눈부시다든가, 봄바람의 얼굴은 보이지 않고 물 위에 흘러가는 꽃잎만 보인다는 말이 선적(禪的인 서정을 흠뻑 머금고 있다.
이 시는 간화선의 거장 대혜종고(大慧宗杲1088~1163) 선사의 『선종잡도해(禪宗雜毒海)』속에 들어 있는 시로 제자들에게 보였다는 뜻인 「시도(示徒)」라는 제목으로 나와 있는 시다. 봄을 느끼는 선심이 시심이 되어 봄날의 춘경을 이 정도는 볼 수 있어야 한다고 가르쳐 주고 있다.
지안스님 글. 월간반야 2005년 4월 제5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