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원적 般若 참구 강조한 초기 대승경전
새로운 천년의 시작이라는 2000년의 출발을 맞이하여 온 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떠들썩하게 부산을 떨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모두가 우리 인간들이 만들어놓은 시간개념의 장난일 뿐, 우주와 자연은 언제나 변함없이 그대로 입니다.
그런데도 마치 새로운 세상이 시작되기라도 하듯이 60억 인구가 야단법석을 떨었지요. 오히려 그런 때일수록 마음을 가다듬고 자신의 정체성(正體性)을 살펴보아야 하지 않을 까요.
경전 중에는 자기 자신을 성찰해보라고 하는 경전이 참으로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반주삼매경》은 자신의 본원적 반야(般若)를 찾아 얻게끔 하는 초기의 대승경전입니다.
모든 대승경전은 부처님께서 삼매에 드셨다가 출정(出定)하신 후에 설하신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삼매라는 용어가 새삼스러울 것은 없지만 이와 같이 경의 제목에 삼매(三昧)를 사용한 경전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그의미를 보면, 《반주삼매경》의 반주(般舟)란, 불립(佛立)을 의미하는데, 다시 말하면 내 마음 속에 부처님을 세운다는 뜻이지요. 그러므로 삼매를 얻으면 시방(十方)의 부처님이 바로 내 마음에, 내 눈앞에 서 계심을 보게 된다는 것입니다.
《반주삼매경》의 산스크리트본은 현재 산실 되어버리고, 현존하는 한역본은 4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서 후한의 지루가참(支婁迦讖)이 번역한 3권본이 가장 유명합니다.
그런데 2세기경에 중국에 들어온 첫 번째 역경승 안세고(安世高)는 소승경전류를 중점으로 번역하였고, 지루가참은 《도행반야경(道行般若經)》을 비롯하여 반야경전류를 중심으로 번역을 하였는데, 중국인들은 석가모니 부처님만을 알고 지내다가 《반주삼매경》이 번역됨으로 인하여 비로소 아미타불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동진(東晋)의 혜원스님이 동림사(東林寺)에서 백련결사를 할 때 《반주삼매경》에 의지하였기 때문에 염불결사의 효시로써 후대에 미친 영향 또한 지대합니다. 더구나 이 경전은 중국에서 관음신앙이 급석도로 유포되는데 일조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 구체적인 경전의 내용을 설명드리기로 하지요.
이 경전은 전체가 16품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제1문사품(問事品)에서는 보살이 어떤 삼매를 닦아야 수미산과 같은 지혜를 얻을 수 있으며, 또한 부처님을 친견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바로 이 반주삼매를 닦을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그 다음 제2행품(行品)에서는 어떤 법을 지녀야 아미타불의 국토에 태어날 수 있는가에 대한 답변으로 아미타불의 억념(憶念)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 경전을 정토경전의 선구(先驅)라고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어서 제3 사사품(四事品)에서는 보살이 반주삼매에 들어갈 수 있는 방법으로 믿음과, 정진, 그리고 지혜와 선지식에 대한 존경이라는 네 가지 사법(事法)을 예로 들고 있습니다.
이어지는 여러 품에서도 한결같이 반주삼매를 중심으로 하여 설해지고 있는데, 예를 들면 과거의 여러 부처님을 비롯해서 연등불(燃燈佛)까지도 바로 이 삼매를 통해서 성불을 하였으며, 반주삼매를 닦는 것만이 곧 견불(見佛)이고 또한 반야개공(般若皆空)과 다르지 않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반주삼매를 닦는 길은 참으로 어려우나 서사(書寫) 수지(受持) 유포(流布)할 것을 권하면서 아울러 그 공덕까지도 설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반주삼매경》은 자력적(自力的) 입장이라 할 수 있는 반야와 타력적(他力的) 입장이라고 할 수 있는 염불, 다시 말하면 불교의 근간이 되고 있는 지혜와 자비의 실천을 설명한 초기 대승경전입니다.
사실 서민들의 입장에서는 보이는 존재에 대한 유한성과 한계를 초월하여 영원성을 추구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그러한 영원성에 안주하려는 인간의 본성이 곧 석가모니불에 대한 존경심과 숭배관념이 되고 그에 편승하여 항상 부처님을 생각하는 관상(觀想)염불과 칭명(稱名)염불로 정착한 것입니다. 그리고 반야로서 정리된 수행법을 천명한 점이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이와 같이 《반주삼매경》은 복잡하고 술렁대는 사회분위기 속에서 자기 자신을 성찰해보고자 하는 마음이 일어날 때 일독(一讀)을 권하고 싶은 경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