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륵부처님의 중생 제도 ‘계획서’
깨달음만이 윤회고 벗는 유일한 길 제시
우리는 어두운 밤을 위하여 전기 불을 밝혀두고, 비오는 날을 위해 우산을 준비해 둡니다. 그리고 계절이 바뀌는 것에 대비하여 철에 맞는 옷가지도 마련해 둡니다. 그렇다면 내 자신이 돌아갈 미래를 위하여서는 과연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하는 질문도 가질 수 있을 겁니다.
만약 우리들의 미래의 세계를 위하여 수행을 하시고 또한 기다려 주시는 부처님이 계신다면 한번 만나보고 싶지 않으십니까. 바로 금산사 미륵전의 미륵부처님, 법주사의 청동 미륵부처님, 관촉사의 미륵부처님이 그분들입니다.
이외에도 우리나라에는 현재 백여 곳이 넘는 미륵도량들이 산재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신라시대의 화랑(花郞)들은 바로 자신들이 미륵의 화현(化現)이라고 믿어왔으며, 나아가서는 오늘날에도 미륵신앙과 관련된 많은 신흥종교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미륵부처님이 언제 어떻게 우리들을 제도해 주실 것인가에 대해서 설해놓은 경전이 다름 아닌 <미륵삼부경>입니다.
‘미륵’이란 범어로는 마이트레야(Maitreya)인데 원래 자비롭다는 뜻인 마이트리(maitri)에서 따왔기 때문에 ‘자씨(慈氏)’ 또는 ‘자존(慈尊)’이라고 번역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미륵은 미래세의 부처님이시기 때문에 현재는 보살로써 도솔천에서 수행하며 그곳 중생들을 위해 설법하고 계시다가 56억 7천만년 후, 사바세계에 하생(下生)하여 용화수(龍華樹)아래에서 세 번의 설법으로 모든 중생들을 제도한다고 합니다.
‘미륵’ 관련 경전들의 범어 원전은 현존하지 않으나, 한역된 경전은 여섯 종류가 있는데 내용상으로는 세 종류이기 때문에 ‘삼부경(三部經)’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즉 <미륵보살상생경(彌勒菩薩上生經)>과 <미륵보살하생경(彌勒菩薩下生經)> 그리고 <미륵보살성불경(彌勒菩薩成佛經)>이 그것입니다.
좀더 자세히 설명하면 <미륵상생경>은 저거경성(沮渠京聲)이 455년에 번역하였는데 <미륵삼부경>중에서 가장 늦게 성립한 경전입니다. 그 내용은 우바리존자가 부처님께 청법함으로써 설법이 시작되는데 저 아름다운 도솔천궁의 모습과 미륵보살이 도솔천궁에 화생하는 모습, 그리고 미륵보살에게 귀의·예배하는 공덕과 도솔천에 태어나기 위한 십선행(十善行) 등이 설해져 있습니다.
그리고 <미륵하생경>은 축법호(竺法護)가 308년에 한역하였는데 가장 일찍이 성립된 것이며 아란존자의 청법으로 경전이 시작되고 미륵불의 탄생, 성도, 설법이 차례로 기술되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미륵성불경>은 구마라집이 408년에 번역하였는데, 사리불존자와 범천이 다같이 부처님께 청법을 하고 있습니다. 그 내용은 <미륵하생경>과 거의 유사한데 다만 조금 더 자세할 뿐이지요. 다시 말하면 <미륵하생경>에서 언급되지 않은 미륵불의 초전법륜(初轉法輪)이라든가 미륵불의 신통력에 관한 기술과 미륵불의 석가세존에 대한 찬탄 등이 상세히 설해져 있습니다.
이와 같이 <미륵삼부경>의 내용은 미륵보살에 대한 신앙과 십선행(十善行)의 실천을 통하여 도솔천에 왕생하고자 하는 왕생사상과 용화세계를 사바세계에 구현하려고 하는 사상입니다.
또 모든 대승경전이 그러하듯이 궁극적으로는 깨달음을 향한 정진만이 윤회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예로 가섭존자가 오랜 세월 동안 열반에 들지 않고 두타행을 닦으며 미륵불을 기다리다가 미륵불을 만나 승가리(僧伽梨)를 전해주고 반열반(般涅槃)에 들어가는 내용도 바로 그것을 잘 대변해 주는 대목입니다.
따라서 미륵삼부경을 보면 미륵신앙은 두 가지 형태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 하나는 우리가 죽은 뒤 도솔천에 태어났다가 그 후 미륵보살이 하생할 때 같이 내려와 용화회상(龍華會上)의 세 번의 설법에 참가해 미륵부처님을 뵙고 구원받기를 원하는 미륵상생신앙이고, 또 하나는 도솔상생을 하지 않고, 다만 미래세 용화회상의 설법에 참가해 구원받기를 원하는 미륵하생신앙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래서 미륵하생신앙을 담고 있는 <미륵하생경>과 <미륵성불경>은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미래에 일어날 일을 예언하신 내용이기 때문에 서술방법이 미래시제로 되어 있습니다.
사실 높고 맑은 하늘은 누가 보더라도 맑으며, 따뜻한 태양은 누구에게나 따사롭게 느껴지듯이 우리들의 마음도 이와 같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 수용하지 못할 것은 없다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우리가 도솔천에 나고자 하는 일념과 미륵보살에 대한 귀의 그리고 십선행의 실천 등이 수반될 때만이 미륵보살은 미래불(未來佛)일 수가 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왜냐하면 방편이 아무리 많다 하더라도 우리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성불 이외에 그 어떤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미륵삼부경>에 근거한 미륵신앙이 우리에게 주고자 하는 참다운 의미는 결국 성불하라는 것입니다. 그때는 미륵불의 복력과 인간들의 복력이 수승하여 사람의 마음이 청정할 뿐만 아니라 자연환경도 전혀 무공해라는 것입니다.
또한 사람의 수명도 길고, 생로병사의 무상함도 없으며 오직 선정과 지혜로써 생활할 뿐이라고 합니다. 이와 같이 이루어진 세계를 흔히 미륵정토 또는 용화세계라고 하지요. 이렇게 미륵불은 도솔천에 영원히 머물러 있는것이 아니라 고통이 많은 사바세계에 몸소 하강하여무지한 인간을 계몽하여 보살이 되도록 인도해 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