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 열렸다
눈을 뜨고 귀를 곧추세워 주위를 살피더니
드디어 입을 열고
향기롭게 몸을 풀었다
700 여 년을 암흑 속에 엎드려
참회와 기도로 수행정진 하였더니
분노와 애증, 슬픔과 설움 같은 것들
무수한 그리움의 파문들까지 흔적 없이 사라지고
업장이 소멸되었다
꽃잎 속에서 누군가 속삭인다.
향기로운 길, 밝고 맑은 빛을 위해
700년을 기다리다 싹을 틔운 고려시대 연꽃
아라연꽃
꽃잎마다 인욕과 자비의 향기, 가득하다
내 마음밭 적멸보궁 마음 心자 위에도
慈(자)
悲(비)
光(광)
明(명)
다시 쓴다
文殊華 하영 시인 글. 월간 반야 2011년 1월 12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