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능엄경(楞嚴經) – 청정한 깨달음

감각기관 마음의 작용 자세히 일러주며
궁극적인 행복’ 얻는 길 제시

해마다 3월은 초·중·고·대학에 이르기까지 입학식이 많은 달입니다. 처음 대하는 학교, 새로이 만나는 선생님과 친구들, 모두가 새롭습니다. 처음 사람을 만날 때 첫인상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데, 그것은 우리가 사람을 대할 때 우선 얼굴표정과 태도에서 그 사람을 일차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좋은 첫인상을 만드는 비결은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그 비결은 첫째, 몸에는 생기. 둘째, 얼굴에는 화기. 셋째, 눈에는정기. 넷째, 가슴에는 덕기가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네 가지를 다 갖추기 위해서는 바로 마음에 여유와 향기를 지녀야 한다고 하는데 그 말에 더 공감이 갑니다.

그런데 첫인상이 너무 좋아서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있는데 없지 않습니다. ‘아난존자’의 경우가 바로 여기에 해당하는데 이 때문에 설해진 경전이 바로 <능엄경>입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아난존자가 어느 날 공양초청을 받고 돌아오다가 강가에서 ‘마등가’라는 처녀에게 물 한잔을 얻어 마시게 되는데, 그녀는 아난존자에게 첫눈에 반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마등가는 집에 돌아와서 주술을 쓰는 어머니를 졸라 결국 아난존자를 유혹하여 집으로 오도록 만듭니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천안통으로 아난이 마도(魔道)의 위기에 처한 것을 아시고 ‘능엄주’를 외워서 구해 주십니다. 아난은 마등가의 유혹과 주문에 홀린 것이 결국은 자신의 수행력 부족임을 자각하고 부처님께 도를 닦는 방법을 여쭈게 되는데, 부처님의 문답이 이루어지면서 <능엄경>의 내용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능엄경>은 원래 <대불정여래밀인수증요의제보살만행수능엄경(大佛頂如來密印修證了義諸菩薩萬行首楞嚴經)>으로 긴 이름을 갖고 있지만, 줄여서 <대불정경>, <수능엄경>, <능엄경>등이라 약칭하고 있습니다.

한자의 의미대로만 해석하면 “부처님의 이마처럼 높은 비밀의 가르침을 닦아 증득하기 위해 모든 보살들이 만행을 닦으면 모든 일이 마침내 이루어지는 으뜸가는 경”이라는 뜻입니다.

이 경전은 인도의 나란다사(那爛陀寺)에 비장되어 불멸 후 인도에서만 유통되고 타국에는 전하지 못하도록 왕으로부터 엄명이 있었기 때문에 당나라 이전까지는 중국에 전래되지 못하다가 705년 중인도(中印度) 스님인 반랄밀제(般剌蜜提)에 의해 전래되고 한역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그 내용으로 미루어 중국에서 찬술된 경전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또한 경명(經名)에 ‘밀인’이란 문구가 있듯이 ‘관정부(灌頂部 : 밀교)’에 수록되어 있으나 중생의 감각기관과 마음의 흐름을 자세히 관찰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선가(禪家)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경전으로 정착하였고, 현존하는 수많은 주석서의 주석자가 거의 선사(禪師)라는 사실은 이를 잘 대변해 주고 있습니다.

<능엄경>은 10권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 내용을 정리해 보면 온 우주에 꽉차 있는 참 성품, 항상 내 것인 마음자리를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능엄경>의 핵심적인 내용은 우리들의 감각기관과 마음의 성품을 갈라놓기 위해 부처님께서 여러 가지 비유를 들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밤에 사물을 볼 때 등불이 빛을 낸다고 해서 등불이 보는 것이 아니듯이 등불의 빛이나 눈이나 안경이나 감각기관이 도움을 줄지언정 결정적으로 사물을 보는 것은 마음의 성품뿐이라는 뜻입니다.

이 비유들을 요약하면, 첫째, 우리가 윤회의 세계에서 헤매는 이유가 감각기관이나 그 대상경계 같은 내 것이 아닌 것을 내 것으로 착각하는 데 있다는 것, 둘째, 밖으로부터 궁극적인 행복이나 평화를 얻으려고 해서는 절대로 얻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옛날 조사스님들은 색성향미촉법(色聲香味觸法)을 여섯 도둑에 비유하여 그것들의 비위를 맞추는 데다 행복을 걸면 도적을 아들로 잘못 알고 그 도적에게 일생을 맡기는 것과 같다는 경계(警戒)의 말씀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또한 <능엄경>은 인연법이니, 무자성이니, 공사상이니, 하는 대승경전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단어들을 별로 사용하지 않고도 결과적으로는 그러한 것들을 다 드러내 보이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것은 바로 <능엄경>이 중국인들의 정서에 맞도록 편찬되었다는 것을 뒷받침해주는 단서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또한 <능엄경>은 예로부터 출가·재가인을 막론하고 이 경을 즐겨 독송하였는데 그 이유는 이 경이 선정(禪定)에서 나타날 수 있는 여러 가지 마구니의 허상들을 조목조목 나열하고 경계하고 있을 뿐만아니라 우리 중생들의 현실적 이익과 안락을 위해 설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능엄경>에는 우리들에게 변하지 않는 성품인 참마음이 있다고 설하고 있습니다. 마치 장작에서 불이 나오듯이 참성품을 보는 사람에게는 누구에게나 참성품은 그 사람의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것은 차별적인 것이 아니라 연결되고 전체적인 것이기 때문에 전부 나의 것이면서동시에 모두의 것이기도 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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