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아래 흐르는 물은 그저 흐르고

유수하산비유의 流水下山非有意 산아래 흐르는 물은 그저 흐르고

편운귀동본무심 片雲歸洞本無心 골짜기에 모이는 구름 무심할 뿐이다.

인생약득여운수 人生若得如雲水 인생이 만약 물과 구름 같아진다면

철수화개편계춘 鐵樹花開遍界春 무쇠나무에 꽃 피어 온 누리가 봄이리

자연의 섭리는 언제나 도에 순응하여 일어난다. 물이 흐르고 꽃이 피는 이치, 바로 여기에 깨달음의 소식이 있다는 것이다. 차암수정(此庵修淨) 선사의 이 시는 자연의 섭리를 통해 깨달음이 열리는 담담한 심경이 묘사되어 있다. 이 세상을 달관하고 보는 자에게는 모든 것이 담담하게 느껴질 뿐이다. 울분도 욕망도 벗어나 자신을 잊고 사는 것이다. 무아의 경지에 들어갈 때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주관에 일어나는 망상이 들어서 사물의 참모습을 왜곡해버린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때문에 깨닫지 못한 범부 중생은 항상 진리에 대한 오해로 일관하면서 일생을 허비하는 것이다. 사실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잘못 보는 오해의 눈을 고쳐야 한다는 점이다. 오해는 모르는 것만도 못한 것이다.

차암수정스님에 대해서는 알려진게 별로 없다. 생몰연대도 미상이다. 고존숙어록에 이 시가 전해 질 뿐이다. 순리에 의해 세상을 무심히 받아드리면 거기서 초월된 절대의 세계가 나타나 모든 격을 뛰어넘는 격외의 소식을 체험, 무한한 자유를 느끼며 있는 그대로의 세상이 아름답고 편안하게 느껴진다는 것을 말해주는 시이다. 무쇠나무에 꽃이 피어 온 누리가 봄이라는 마지막 구절이 이 시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극적으로 살려 놓았다.

지안스님 해설. 월간반야 2003년 5월 (제30호)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항목은 *(으)로 표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