治國의 길 일깨우는 護國經
수지·독송하면 기근·질병 등 국난 막아
옛날 중국 주(周)나라 무왕(武王)이 이웃나라에 첩자를 보내어 그 나라의 국정을 살펴오도록 하였답니다. 얼마 후에 돌아온 첩자가 말하기를 ‘나라가 혼란에 빠져 있다’고 했더니 ‘어느 정도인가’ 하고 묻는 무왕에게 처음에는 ‘사악한 자들이 선량한 이들을 누르고 있다’고 보고하였고, 그 다음엔 ‘지혜롭고 유덕한 이들이 나라를 떠나고 있다’고 대답하였으며, 세 번째로 ‘백성이 불평도 말하지 않게 되었다’는 대답에 무왕은 망국(亡國)의 조짐이 완연하다고 판단하고서 즉각 군대를 동원하여 이웃나라를 쳤다고 합니다.
또한 후한(後漢)의 순열(筍悅)은 ‘나라를 망하게 만드는 네 가지 중병(重病)’을 다음과 같이 적고 있습니다. 첫째, 국정을 운영하는데 거짓말이 많아지는 위(僞). 둘째, 공사(公私)를 혼동하여 국사를 그르치는 사(私). 셋째, 권력만을 믿고 법을 무시하게 되는 방(放). 넷째, 사치에 빠지는 사(奢)가 그것입니다.
이러한 지적들이 어떻게 보면 오늘의 우리사회를 보고서 얘기한 게 아닐까 하고 느껴지는 것은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요? 나라 전체가 더없이 어지러울 때 우리들의 선조들은 이러한 난관을 어떻게 극복하였을까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이러할 때 생각나는 단어가 호국(護國)입니다. 불교에서 호국하면 “호국삼부경(護國三部經)”이 있습니다. 이 장에서 설명해 드리고자 하는 <금광명경>은 <법화경> <인왕경>과 더불어 <호국삼부경>이라고 불리는 경전중의 하나입니다.
또한 전통사찰의 입구에다 사천왕(四天王)을 모신 천왕문은 바로 <금광명경>의 사천왕신앙을 대변하는 상징이며, 신라·고려 때에는 나라에서 주관하던 금광명참법(金光明懺法)도 이 경전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이 경전에서 설해지는 내용은 미묘하기 그지없고, 또한 여러 경전 중에서 가장 뛰어나므로 이를 <최승왕경(最勝王經)>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그 찬란한 내용이 마치 금(金)과 같이 빛난다 하여 이를 <금광명경>이라 하기도 하고, 이 두 가지 뜻을 조합하여 <금광명최승왕경(金光明最勝王經)>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금광명경>의 범본은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으며, 또 다른 사본(寫本)의 잔존도 몇 종류나 발견되어 유럽의 여러 도서관에 소장되고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다섯 종류의 한역본과 두 종류의 티베트본, 그리고 만주 및 몽고어본도 있습니다. 이렇게 번역본이 많은 만큼 이 경전에 대한 주석서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은데 중국의 길장, 지의 스님을 비롯하여 신라의 원효, 경흥, 태현스님등이 대표적인 주석자입니다.
또 이 경전은 번역본에 따라서 권수와 품수(品數)에 상당한 차이가 나는데,즉 완본(完本)으로 남아있는 세 종류가 후대로 갈수록 권수가 많아지는 것을 보면 그 내용이 점차로 추가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금광명경>의 구성은 4권본의 경우 19품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그 내용은 전체적으로는 참회사상이 중심이 되어 종교적이고 신앙적으로 인간의 행동에 대한 규범과 왕도(王道)등을 규정하고 있고, 또 한편으로는 이타정신을 비롯하여 법신(法身)을 강조하고 있는데 특히 경명(經名)의 ‘금광명(金光明)’은 바로 법신의 이명(異名)으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특징은 호국경전이라는 점에 비중을 두고 있기 때문에 경전의 여러 품에서 사천왕에 의한 국가보호나 현세이익 등에 초점을 맞추어서 설하고 있습니다.
‘사천왕품’에서는 사천왕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는데, 동쪽의 지국천왕(持國天王), 남쪽의 증장천왕(增長天王), 서쪽의 광목천왕(廣目天王), 북쪽의 다문천왕(多聞天王)이 있어 이들은 각자 수없이 많은 선신들을 거느리고 불법을 수호하고 또한 정법을 수지하며 국토를 지켜준다고 합니다.
그리고 <금광명경>을 유포하고 수지 독송하거나 정법으로 다스리는 나라의 국왕에게는 사천왕과 그 권속들이 국토를 보호하고 외적으로부터의 침입이나 기근과 질병 등 각종 재난으로부터 보호해준다는 것입니다.
한편 이 경전에서는 한 나라를 다스리는 통치자 즉 국왕에 대한 교훈도 잊지 않고 있는데, 즉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정법으로서 다스릴 것을 권하고 있기 때문에 불교국가에서 크게 환영받은 경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