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지백화위수개 春至百花爲誰開 봄이 오매 온갖 꽃이 누굴 위해 피는가?
동행불견서행리 東行不見西行利 동으로 가면 서로 가는 이익을 보지 못한다.
흑두부취백두어 黑頭父就白頭兒 머리 검은 아비가 머리 흰 아들에게 가니
양개니우전입해 兩箇泥牛戰入海 두 마리 진흙소가 싸우며 바다로 들어갔다.
이 시는 근세의 선지식 석두(石頭)스님의 시이다. 해방 전 금강산 신계사에 주석하시다가 효봉스님을 만나 법을 전했다. 효봉스님의 은법사인 스님께서 어느 날 효봉스님과 법거량을 하면서 답했다는 시다.
봄이 왔다고 상춘 인파가 명승지를 찾으며 야유회를 즐기는 시즌이 되었다. 명산대찰에도 봄맞이 인파는 들끓는다. 봄이 여름을 오게 하고 가을을 오게 하는 사시의 통과 과정이건만 봄이라고 봄만 보아서는 안 되고 봄 속의 여름과 가을도 보자는 근본을 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면서 제 2구에서 동쪽으로 가면 서쪽으로 가는 이익을 보지 못한다고 하였다. 3구는 상식을 반하는 이야기이다.
아버지가 젊고 아들이 머리가 희었다는 이야기로 지나간 과거보다 다가오지 않는 미래가 더 오래 되었다는 뜻이다. 시간이 끊어진 초월의 자리에서 어디에도 걸림이 없는 자유로운 발상을 하고 있다. 두 마리 진흙 소가 싸우며 바다에 들어갔다는 것은 식심분별이 끊어져 주객이 대립하는 갈등이 없어져 아무 일없는 무사한 무위심이 되어 산다는 뜻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요산 지안 큰스님 글. 월간반야 2009년 4월 제10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