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성나열야명심 衆星羅列夜明深 별들이 널려 있는 깊은 밤
암점고등월미침 岩點孤燈月未沈 바위에 외로운 등불 하나 달은 기우는데
원만광화불마형 圓滿光華不磨瑩 뚜렷이 찬 광명은 이지러지지 않고 빛나니
괘재청천시아심 掛在靑天是我心 내 마음 푸른 하늘에 걸려 있다네
한산시에 나오는 이 시는 밤하늘의 별을 보다가 마음의 빛을 찾은 오도송(悟道頌)과 같다. 어두운 밤하늘의 별과 희미한 잔월, 바위에 점 찍힌 듯이 켜져 있는 등불 하나, 이러한 배경 속에 갑자기 온 우주에 꽉 차고 저물지 않고 이지러짐이 없는 광명을 찾아낸다. 바로 자기광명인 마음의 빛이다. 이것이 하늘에 떠 있는 달처럼 온 세상을 비추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마지막 구절에서 푸른 하늘에 걸려 있는 것이 내 마음이라 하였다.
한산시(寒山詩)는 대부분 산 속에 은둔한 자취를 나타내면서 자연에 돌아가는 탈속한 정취와 때로는 인생의 무상을 노래하였다. 주로 외면적인 묘사를 통해서 내면세계를 넌지시 엿보게 하는 매력들을 가지고 있다. 한산은 산 속에 은둔하여 도풍(道風)을 드날렸던 전설적인 인물로, 중국 당나라 때 천태 시풍현(始豊縣)의서쪽 한암(寒巖)의 굴속에서 살았다. 미친 사람 같은 차림과 행동으로 국청사에 드나들며 습득과 함께 밥을 얻어 댓통에 넣어 한산으로 돌아가 놀면서 절벽이나 바위에 수많은 시를 남겼는데, 태주 자사를 지냈던 여구윤(呂丘胤)이 모아 시집을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지안스님 해설. 월간반야 2002년8월 (제2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