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唐代)에 임제종의 개조인 임제의현(? ~ 867)스님께서
하루는 대중을 위해 설법을 하셨습니다.
“여러분의 몸뚱이 속에 한 무위진인(無爲眞人)이 있다.
그는 항상 그대들의 얼굴을 통해 출입하고 있으니 아직 깨닫지 못한 자는 살펴보아라.”
그때 어떤 스님이 나와서 물었습니다.
“무엇이 무위진인입니까?”
임제스님이 대뜸 그 스님의 멱살을 잡고서 다그쳤습니다.
“말해봐라, 말해봐!”
스님이 대답을 못하고 머뭇거리자, 확 밀쳐버리고 말씀하시기를
“무위진인이 이 무슨 마른 똥막대기냐” 하고 곧 방장실로 되돌아가 버렸습니다.
지난 해 12월 13일은 조계종의 큰 어른이신 백양사 방장이셨던 서옹스님께서 열반에 드셨던 날입니다. 평소 큰스님께서는 ‘자각한 사람의 참모습’을 무위진인으로 정의하며 참사랑 운동을 펼쳤던 분이십니다. 즉 무위진인이란 ‘초발심에서 성불에 이르는 수행단계(42위, 52위, 57위)에 떨어지지 않고 성범(聖凡), 미오(迷悟), 상하(上下), 귀천(貴賤) 등을 초탈한 참된 사람을 말하는 것으로, 영원한 시간과 무한한 공간 속에서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다시 말해 우리 모두는 개별성을 초월한 무위진인임을 확인할 때, 우주의 주인공으로서 우리의 참다운 면목을 보게 되는 것입니다.
인해스님 글. 월간반야 2004년 11월 제4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