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경인(庚寅)년이 밝았다. 호랑이가 포효하며 아침 동산에서 내려온다. 이 동물이 무슨 생각을 갖고 어떤 행동을 하는가에 따라 올 한 해 인간사회의 길흉화복이 정해질 것이다. 단지 어리석은 중생들은 스스로 지은 업(業)은 생각하지 않고 복(福)만 달라고 두 손 모을 뿐이다.
더불어 올해는 영축산 기슭에 부처님의 전법 도량인 ‘우리절’ ‘반야암(般若庵)’이 문을 연지 10주년이 되는 해이다. 대한불교 조계종 제15교구 본사 통도사 경내에 막내둥이 암자가 탄생하여 첫 법회를 본 지 꼭 10년이 된 것이다. 단순한 10년의 의미는 하잘 것 없을 수도 있지만, 우리 반야암 역사 10년은 우리에겐 그냥 넘길 수 없는 일이다.
어렵사리 우리 지안(志安) 큰스님께서 원을 세우셨고, 그간의 가르침을 받은 제자들과 인연 닿은 불자들의 정성이 모여 법당의 상량식을 하던 날 스님의 도반들께서 법당 터의 땅바닥에 둘러앉아 즐거워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법당과 요사채와 해우소만 갖추고 법회를 가졌을 때의 그 환희심! 절을 찾는 스님들이나 불자들의 숙소가 마땅치 않아 컨테이너 하우스가 하나 둘 늘어가던 시절, 조금 여유를 찾고 해우소를 옮기고 반듯하게 정자를 올렸을 때는 한결 여유로와 보였다.
2002년 월드컵 축구 열풍이 불 때 ‘템플스테이’를 겨냥하고 지어진 고개 넘어 수련관, 이걸 자랑하고싶어 내가 재직하고 있던 학교의 학생 간부수련회를 이곳에서 가지기도 했다. 법당에 단청(丹靑)을 하고, 매월 늘어나는 법회 참석 신자들을 보면서 추위나 더위, 비바람을 막아보려고 ‘텐트’를 쳤는데 그 수가 하나 둘 늘어갈 때마다 절의 살림은 뒷전이고 어찌나 기분이 좋았던지 모른다. 큰스님의 바램대로 거사회가 조직되고 매달 그 회원수가 늘어가니 활기찬 모습이 온 통도사 경내에 소문이 나서 다른 암자에서 시샘을 하는가 싶더니 심지어 큰절에서까지 좋지 않은 소식이 들려 큰스님께서 마음 고생을 하신 적도 있었다.
그동안 우리 절은 양적으로만 성장한 것이 아니다. 매월 첫째 일요일의 가족법회, 둘째 토요일의 철야 정진, 화요일의 경전 공부, 부산 포교당인 반야사의 불교대학, 마산 반야불교학당의 경전공부 등 웬만한 큰절에서도 하기 힘든 활동을 오직 큰스님의 원력과 정력에다 부처님의 가피로 이루어 내신 것이다. 여기에다 부처님오신날의 봉축법회와 작은 음악회, 매년 여름 1박2일의 철야 수련회는 이미 우리절의 전통으로 자리가 잡혀졌다.
지난 10년 간 우리절이 이처럼 질적ㆍ양적으로 성장 발전한 이면에는 큰스님의 마음고생은 물론 곁에서 지켜본 우리 도반들도 잊어버리고 싶은 씁쓸한 기억들도 있다. 농지를 불법으로 훼손하였다고 누군가가 고발을 하여 후원 앞마당을 다시 밭으로 조성하는 작업을 한 적도 있었고, 법당의 현판을 대웅전으로 했다가 다시 현재의 ‘반야보전(般若寶殿)’으로 바꾸기도 했다. 홍수 피해로 앞마당이 파헤쳐지기도 하였고, 자그마한 컨테이너 하우스 때문에 산림훼손이니 하면서 말썽이 일기도 하였다. 그때 이 지면을 통해 쓴 글이 ‘불법(佛法)과 불법(不法)’으로 기억된다.
이제 우리 반야암은 지나온 10년을 거울삼아 앞으로 10년을 설계하고, 100년 대계의 밑바탕을 마련하여야 한다. 외형적으로는 스님들과 우리 재가불자들이 누구나 언제든지 와서 수행하고 쉴 수 있는 공간의 마련과, 월례회 등 대중들이 모여 법회를 열 때의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 보다 큰 ‘설법전’만 마련된다면 크게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다음으론 ‘인재불사’라고 하겠다. 한국불교의 한 단면이기도 하지만 사찰 불사엔 아낌없이 보시를 하는 사람들이 인재불사엔 지독히도 인색한 게 사실이다. 우리절의 현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큰스님의 문하에 들어오는 상좌들을 비롯해 불법(佛法)을 깊이 공부하고자 하는 스님이나 재가불자를 찾아 다른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 주는 일이 꼭 필요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제 우리 큰스님께도 사찰 운영 등에 좀 신경을 덜 쓰시게 하고, 여생을 오직 본인의 뜻대로 갖고 계신 경륜과 학문을 후학과 사부대중에게 남김없이 베풀어주시게 하는 것이 우리 반야암 가족의 의무가 아닌가 싶다. 우리절과 큰스님의 앞길에 부처님의 가피가 늘 함께 하길 빈다.
김형춘 교수님 글. 월간 반야 2010년 1월 11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