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심명(33) 둘 아님은 모두가 같아서 포용하지 않음이 없나니

不二皆同(불이개동)하야 無不包容(무불포용)하니

둘 아님은 모두가 같아서 포용하지 않음이 없나니

현상의 차별은 상대적인 것으로, 상대적인 것은 언제나 두 가지로 파악된다. 이것과 저것, 나와 남, 크고 작고, 길고 짧고, 옳고 그르고, 선하고 악하고 등 두 가지로 나누어진 상태에서 상호의존적인 관계를 이룬다. 그러나 진여법계는 나도 없고 남도 없는, 상대를 초월하여 둘로 나누어진 양변을 모두 버린다. 가령 바다와 육지가 서로 상대적으로 인식될 때는 둘이 되지만, 바다와 육지의 두 자리를 빼앗아 버리면 바다는 바다가 아니고 육지는 육지가 아닌 것이 된다. 동시에 상대적 위치가 없기 때문에 바다는 육지이고 육지는 바다라 하여도 무방한 것이다.

이를 일반적인 논리로 볼 때에는 어불성설인 것 같지만, 분별의식이 끊어진 진여의 각성(覺性)은 일체가 부정된(雙遮) 자리로서 대상을 통해 일어나는 분별이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때 모든 것이 다시 긍정되어(雙照) 원융무애하고 자유자재한 것이다. 모든 대립이 끊어지고 갈등이 사라진 이러한 경지, 즉 둘이 아닌 경지에서 도道를 상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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