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근본교리 (5)

(5) 연기법(緣起法)

연기법이란 불교교리의 주축을 이루는 근본 이론이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깨달은 내용을 이론적으로 명시(明示)한 것이 바로 연기법이라 할 수 있다. 연기란 말은 범어(梵語sanskrit) 쁘라띠따사무뜨빠다(pratityasamutpada)를 번역한 말인데 이는 쁘라띠따(pratitya)와 사무뜨빠다(samutpada)의 합성어로 쁘라띠따는 ‘…때문에’, ‘…말미암아서’, ‘…의해서’라는 뜻이고 사무뜨빠다는 ‘태어나다’, ‘형성되다’, ‘생기다’는 뜻이다. 따라서 연기란 ‘…을 말미암아서 생겨난다’는 뜻이다. 모든 존재하는 현상은 그것을 성립시키는 여러 가지 원인이나 조건에 의하여 생겨진다는 의미이다.

잡아함경에는 연기에 대한 정의를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이것이 있기 때문에 저것이 있고(此有故彼有)

이것이 생기기 때문에 저것이 생긴다.(此起故彼起)

이것이 없기 때문에 저것이 없고(此無故彼無)

이것이 사라지기 때문에 저것도 사라진다.(此滅故彼滅)

이 말은 모든 존재는 서로 의지하는 상관관계 속에서 존재할 수 있다는 말로 고립 독존적인 존재가 없다는 것을 뜻한다. 다시 말하면 연기란 모든 존재의 상호 의존해 있는 관계성을 설명하는 말이다. 부처님 자신이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하기도 하였다.

“비구들이여, 연기라는 것이 무엇이냐 하면 그것은 서로 의지하는 상의성(相依性)이다. 나는 이것을 깨닫고 이해하였다.”

또 아함경에는 연기의 이치를 갈대에 비유하여 설한 이야기가 있다. 맨땅에 갈대를 세울 때 세 개의 갈대를 서로 의지하게 하여야 세워지는 것이며 한 개나 두 개로는 바로 세워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든 존재는 그 존재를 이루는 요소가 있으며 이 요소가 필수적으로 갖추어져야 하는 조건이 충족될 때 존재가 성립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말한다면 어떤 존재를 이루고 있는 A, B, C의 세 가지 요소가 있다 할 때 이들 세 요소는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될 필수적인 조건이 되는 것이다. A가 원인이 될 때 B와 C는 A의 조건이 되고 B가 원인이 될 때는 A와 C는 B의 조건이 된다. 마찬가지로 C가 원인이 될 때 A와 B는 C의 조건이 되는 것이다. 앞의 갈대의 이야기로 다시 말하면 A, B, C라는 세 개의 갈대 가운데 어느 한 갈대가 서 있을 수 있는 것은 다른 두 개의 갈대가 있기 때문이다. 이렇기 때문에 “이것이 있기 때문에 저것이 있다”고 하는 것이다.

이러한 연기의 원리에서 볼 때 어떠한 존재도 우연히 홀로 존재하는 것은 없다. 여러 가지 원인과 조건에 의하여 생겨나 존재하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하면 상대적으로 의존하면서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연기법은 곧 존재의 이법(理法)이다. 이것은 누구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닌 우주만유(宇宙萬有) 실상의 진리로 동서고금의 차별이 없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이것을 깨닫고 부처가 되어 이것을 가르치기 위하여 가지가지의 설법을 한 것이다.

지안스님강의. 월간반야 2001년 6월 (제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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