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성제(四聖諦)란 네 가지 거룩한 진리라는 뜻입니다. 불교의 교리는 이 사성제가 중심이 된다 할 수 있을 정도로 인간의 모든 문제를 사성제로써 풀어 설명합니다. 제(諦)는 범어 ‘satya’를 번역한 말인데 진실하여 헛되지 않다는 뜻입니다. 부처님이 보드가야의 보리수 아래서 정각(正覺)을 이룬 후 250km 떨어진 바라나시 근교(近郊)의 녹야원으로 찾아가 한때 고행을 같이 했던 5비구를 위하여 최초의 설법을 해준 내용이 바로 사성제입니다. 이 설법을 들은 다섯 비구는 교진여, 알비, 마하남, 바제, 바부였다 합니다.
(1) 고성제(苦聖諦)
고성제란 인간의 모든 것은 괴로운 것이라는 현실 정의를 내린 말로 이 괴로움의 인식으로부터 불교의 수행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그것을 설명하자면 괴로운 운명을 가지고 있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원래 괴로움을 뜻하는 고(苦)라는 글자는 범어 ‘duhkha’를 번역한 말인데 현대적인 개념으로 말하면 아픔, 슬픔, 불만, 불안, 초조, 갈등 등의 뜻이 모두 내포된 말입니다. 다시 말하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상태를 모두 두카(duhkha)라 합니다. 불교는 이 괴로움의 문제를 해결하자는 종교입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직접 이렇게 말하기도 하였습니다.
“나는 다만 괴로움에 대해서 말하고 그 괴로움의 소멸에 대해서 가르칠 뿐이다.”
괴로움을 해결하자면 자신의 괴로움에 대한 인식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마치 환자가 병을 고치려면 자신의 몸에 병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것과 같습니다. “모든 것은 괴롭다. (一切皆苦)”라는 경전 속의 말도 있습니다.
이 괴로움을 하나 하나 나열하여 구체적으로 밝혀 놓은 것에 팔고설(八苦說)이 있습니다. 인간에 있어서 근본적인 괴로움이 8가지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태어남(生)·늙음(老)·병듦(病)·죽음(死)·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짐(愛別離苦)·미워하는 사람과 만남(怨憎會苦)·구하여도 얻지 못하는 것(求不得苦)·오음의 신체에서 오는 괴로움(五陰盛苦)입니다. 이 중 태어남·늙음·병듦·죽음의 네 가지를 사고(四苦)라 하기도 합니다. 오음(五陰)이란 인간을 구성하는 다섯 가지 요소를 말하는데 오온(五蘊)이라고도 합니다. 색(色)·수(受)·상(想)·행(行)·식(識)의 다섯 가지인데 색이란 육체를 가리키는 것으로 물질적인 요소를 말합니다. 이에 4가지 요소 곧 4대설(四大說)이 있습니다. 지(地)·수(水)·화(火)·풍(風)의 네 가지 원소인데 곧 질소(N)·수소(H)·탄소(C)·산소(O)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몸의 신체를 가지고 말하면 머리털과 피부에 난 털 그리고 살갗 ,힘살, 손톱, 발톱, 뼈, 치아 골수 등은 지대(地大)로 이루어진 것이며, 피, 고름, 땀, 침, 가래, 눈물 등 수분으로 된 것은 수대(水大)입니다. 화대(火大)는 체온이며, 풍대(風大)는 맥박이 뛰고 혈액이 순환하는 등 움직이는 것과 몸 속의 가스 같은 것입니다. 이러한 사대로 이루어진 몸을 색(rupa)이라 합니다.
수(受, vedana)는 바깥의 경계를 받아들이는 감수의 작용을 말하는 것으로, 눈이 보거나 귀가 들을 때 시각과 청각이 일어나는 상태입니다. 인상(印象)이 느껴지는 첫 순간이라 할 수 있는데 이에 세 가지의 감수가 있습니다. 고수(苦受)와 낙수(樂受) 그리고 사수(捨受)입니다. 괴로움을 느끼는 것은 고수이며 즐거움을 느끼는 것은 낙수이고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는 것을 사수라 합니다.
상(想, samjna)은 감각을 통한 인식(認識)이 일어나면서 개념(槪念)이 형성되고 표상화(表象化) 되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면 한 송이 꽃을 보았을 때, 시각적으로 꽃이 눈에 들어옴과 동시에 그 꽃의 색깔이나 이름 등을 아는 것은 상이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행(行, samskara)은 형성된 개념 등의 생각이 힘을 가져 움직이면서 의지를 만드는 것을 말합니다. 마치 물이 흐르면 물줄기의 힘이 생기는 것처럼 마음에 생각이 일어나면 의지가 만들어지고 그것이 다시 다른 생각과 연결되어 사고력이 형성됩니다. 이리하여 기억, 상상, 추리를 하게 되는데 이것을 행이라 합니다.
식(識, vijnana)은 일반적인 분별 인식을 말합니다. 그러나 이 식이 가지는 의미는 무척 다양합니다. 때로는 생명의 요소로 설명되기도 하며 생각이 일어나는 근원으로 설명되기도 합니다.
인간은 결국 이 오온의 화합물이라는 것으로 이것은 생리적인 고통을 원초적으로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가령 추워도 괴롭고 더워도 괴로우며 배가 고파도 괴로우며 불러도 불편한 등 육체 때문에 겪는 고통을 오음성고라 합니다.
또 괴로움을 자체의 성질로 분류하여 고고(苦苦), 행고(行苦), 괴고(壞苦)의 셋으로 나누어 말하기도 합니다. 고고란 외부의 조건에 의하여 인간의 의지와 상관없이 당하는 괴로움으로 추위나 더위나 사고로 인하여 당한 부상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행고는 무상으로 인해 변해버리는 조건으로 해서 생기는 괴로움입니다. 유한한 존재인 인간이 끊임없이 변하는 현실 속에서 늙고 병든 신세가 되는 것 등이 행고입니다. 괴고는 애지중지 소중히 여기던 것을 파괴당했을 때 느끼는 고통입니다. 부귀와 권력을 누리던 사람이 그것을 잃어버렸을 때, 애착하던 물건을 잃어버렸을 때 느끼는 괴로움 등입니다.
괴로움이란 인간의 현실을 분석하여 결과론적으로 인간을 해석한 말입니다. “인생이란 괴로운 것이다.” 여기에서 불교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지안스님강의. 월간반야 2001년 3월 (제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