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편 조사어록
제6장 상단 법어
- 기슭에 닿았거든 배를 버려라
재를 올린 뒤 스님은 법상에 올라 한참을 잠잠히 있다가 말문을 열었다.
“여러 불자들, 알겠소? 여기서 당장 빛을 돌이켜 한 번 보시오. 지옥. 아귀. 축생. 아수라. 인간. 천상 등은 본지풍광을 밟을 수 있는가. 그렇지 못하면 조그만 갈등을 말하겠으니 자세히 듣고 똑똑히 살피시오. 사대가 모일 때에도 이 한 점의 신령스런 밝음은 그에 따라 생기지 않았고, 사대가 흩어질 때에도 그것은 무너지지 않소. 나고 죽음과 생기고 무너짐은 허공과 같거니 원친의 묵은 업이 지금 어디 있겠소. 이미 없어진 것이라 찾아도 자취가 없고 트이어 걸림 없음이 허공과 같소. 세계와 티끌마다 미묘한 본체요, 일마다 물건마다 모두가 주인공이오. 소리도 없으면 그윽이 통합니다. 때를 따라 당당히 나타나고 예로부터 지금까지 오묘하고 오묘합니다. 자유로운 그 작용이 다른 물건 아니고 때를 죽이고 살림이 모두 그것의 힘이오. 여러 불자들, 알겠소? 만약 모르겠다면 이 산승이 불자들을 위해 알도록 하겠소.”
죽비로 탁자를 치면서 한 번 할을 한 다음 이와 같이 말했다.
“여기서 단박 밝게 깨쳐 현관을 뚫고 지나가면, 삼세의 부처님과 역대 조사와 천하 선지식들의 골수를 환히 보고, 그분들과 손을 마주 잡고 함께 다닐 것이오.” 또 한 번 죽비로 탁자를 친 뒤 말을 이었다. “이로써 많은 생의 부모와 여러 겁의 원친에서 뛰어나고, 세세 생생에 함부로 자식이 되어 어머니를 해치고 친한 이를 원망한 일에서 뛰어나고, 지옥의 갖가지 고통받는 무리에서 뛰어나시오. 이로써 괴로워하는 축생의 무리에서 뛰어나고, 성내는 아수라의 무리에서 뛰어나고, 천상의 쾌락에 빠져 있는 무리에서 뛰어나시오.”
죽비를 내던지고 이렇게 말을 맺었다.
“기슭에 닿았으면 배를 버릴 것이지 무엇 하러 다시 나루터 사람에게 길을 묻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