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편 조사어록
제1장 마음 닦는 법
- 이 몸 이때 못 건지면
과거 윤회의 업을 따라 생각하면, 몇 천 겁을 흑암지옥에 떨어지고 무간지옥에 들어가 고통을 받았을 것인가. 불도를 구하고자 하여도 선지식을 만나지 못하고 오랜 겁을 생사에 빠져, 깨닫지 못한 채 갖은 악업을 지은 것이 그 얼마일 것인가. 때때로 생각하면 긴 슬픔을 깨닫지 못한 것이니, 게을리 지내다가 다시 그전 같은 재난을 받지 말아야겠다. 그리고 누가 나에게 지금의 인생을 만나 만물의 영장이 되어 도 닦는 길을 어둡지 않게 한 것인가.
참으로 눈먼 거북이 나무를 만남이요, 겨자씨가 바늘에 꽂힌 격이다. 그 다행함을 어찌 다 말할 수 있으랴. 내가 만약 물러설 마음을 내거나 게으름을 부려, 항상 뒤로 미루다가 그만 목숨을 잃고 지옥에라도 떨어져 온갖 고통을 받을 때, 한 마디 불법을 들어 믿고 받들어 괴로움을 벗고자 한들 어찌 다시 얻게 될 것인가. 위태로운 데에 이르러서는 뉘우쳐도 소용이 없다. 바라건데 도 닦는 사람들은 게으르지 말고 탐욕과 음욕에 집착하지 말며, 머리에 타는 불을 끄듯 하여 돌이켜 살필 줄을 알아야 한다. 무상이 빨라 몸은 아침 이슬과 같고 목숨은 저녁 노을과 같다. 오늘은 있을지라도 내일은 기약하기 어려우니 간절히 뜻에 새겨 둘 일이다. 이 몸을 금생에 건지지 않으면 다시 어느 생을 기다려 건질 것인가.
지금 닦지 않는다면 만겁에 어긋나 등질 것이요, 힘써 닦으면 어려운 행이 점점 어렵지 않게 되어 수행이 저절로 이루어질 것이다. 어허! 요즘 사람들은 배고파 음식을 대하고도 입을 벌릴 줄 모르며, 병들어 의사를 만나고서도 약을 먹을 줄 모르니, 아 어찌할 것인가, 어찌할 것인가. 따르지 않는 사람은 나도 어쩔 수 없구나. 슬프다! 우물 안 개구리가 어찌 창해의 넓음을 알며, 여우가 어찌 사자의 소리를 내랴. 그러므로 말세에 이 법문을 듣고 희귀한 생각을 내어 믿고 받아 가지는 사람은 이미 한량없는 겁에 모든 성인을 섬기어 갖가지 선근을 심었고, 깊이 지혜의 바른 인연을 맺은 으뜸가는 그릇임을 알아라.
<금강경>에 말씀하기를 ‘이 글귀에 신심을 내는 이는 한량없는 부처님 회상에서 온갖 선근을 심은 것임을 알아야 한다’ 고 했고, 또 ‘대승을 발한 이를 위해 설하며 최상승을 발한 이를 위해 설한다’ 고 했다.
원컨대 도 구하는 사람들은 미리 겁을 내지 말고 용맹한 마음을 낼 것이다. 만일 수승함을 믿지 않고 하열함을 달게 여겨 어렵다는 생각을 내어 닦지 않으면, 비록 숙세의 선근이 있을지라도 이제 그것을 끊는 것이므로 더욱 어려운 데로 멀어질 것이다. 이미 보배가 있는 곳에 이르렀으니 빈손으로 돌아가지 말아라. 한번 사람 몸을 잃으면 만 겁에 돌이키기 어려우니, 바라건대 마땅히 삼가할 것이다.
지혜로운 이가 보배 있는 곳을 알면서도 구하지 않고 어찌 외롭고 가난함을 원망할 것인가. 보배를 얻으려면 가죽주머니를 잊어버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