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편 교단의 규범
제2장 네 가지 근본 계율
- 훔치지 말라
“아난다, 이 세상 중생들이 훔칠 마음이 없으면 생사에서 해탈할 수 있을 것이다. 너희가 수행하는 것은 번뇌를 없애려는 것인데, 훔치는 마음을 끊지 않는다면 절대로 번뇌에서 벗어날 수 없다. 설사 근기가 뛰어나 선정이나 지혜가 생겼다 할지라도 훔칠 마음을 끊지 않으면 반드시 그릇된 길에 떨어지고 말 것이다. 내가 열반에 든 뒤 말세에는 요사스런 무리들이 성행하여 간사와 협잡으로 선지식 노릇을 할 것이다. 그래서 어리석은 사람들을 현혹케 하고, 가는 곳 마다 남의 집 살림을 망하게 할 것이다. 내가 비구들에게 걸식하게 하고 제 손으로 익혀 먹지 못하도록 한 것도, 온갖 탐욕을 버리고 보리를 이루게 하려는 뜻에서다. 또 지금 살아 있는 동안 삼계에 묵어 가는 나그네로서 해탈의 길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인 것이다. 그런데 어떤 도둑들은 내 법복을 입고 여래를 팔아 온갖 못된 짓을 하면서도 그것이 바른 법이라고 한다. 출가하여 계율을 지키는 비구를 도리어 소승이라 비방하고 한량없는 중생들을 의혹케 하니, 이 어찌 무간 지옥에 떨어질 죄업이 아니겠는가. 내가 열반에 든 뒤에 어떤 비구가 발심하여 삼매를 닦기 위해 여래의 형상 앞에서 지극한 신심으로 손가락 한 마디를 태우거나 향 한 개비라도 사르면, 그는 지금까지 쌓인 묵은 빚을 한꺼번에 갚아 영원히 이 세상일에 매이지 않고 온갖 번뇌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다. 바로 그 자리에서 깨닫지는 못한다 해도 이미 그는 법에 대한 마음이 결정된 것이다. 이와 같이 몸을 버리는 조그마한 인연이라도 짓지 않으면 설사 열반의 도를 이루더라도 반드시 인간에 돌아와 내가 말먹이 보리를 먹듯이 묵은 빚을 갚게 될 것이다. 네가 세상 사람들에게 삼매를 닦게 하려거든 남의 물건 훔치는 일을 끊게 하여라. 이것이 모든 여래의 셋째 결정인 청정한 가르침이다. 그러므로 훔치는 짓을 끊지 않고 수도한다는 것은 새는 항아리에 물을 부으면서 가득 차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 비구는 가욋 물건을 모아 두지 않고, 빌어 온 밥을 남겨 배고픈 중생을 베풀며, 대중이 모인 곳에 합장하고 예배하며, 누가 때리거나 욕하더라도 칭찬하는 것과 같이 여겨야 한다. 몸과 마음을 모두 버리고 뼈와 살을 중생들과 함께 하며, 여래가 방편으로 한 말을 제 맘대로 해석하여 초심자를 그르치지 않으면 그는 진실한 삼매를 얻을 것이다. 이와 같이 하는 말은 여래의 말이고 그렇지 않은 말은 마군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