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편 교단의 규범
제2장 네 가지 근본 계율
- 살생하지 말라
“아난다, 또 이 세상 중생들이 산목숨을 죽이지 않으면 생사에서 해탈할 수 있을 것이다. 너희가 수행하는 것은 번뇌를 없애려는 것인데, 죽일 마음을 끊지 않는다면 번뇌에서 이렇게 벗어날 수 있겠느냐? 설사 근기가 뛰어나 선정이나 지혜가 생겼다 할지라도 죽일 마음을 끊지 않으면 반드시 귀신의 길에 떨어지고 말 것이다. 내가 열반에 든 뒤 말세에는 귀신의 무리들이 성행하여 고기를 먹고도 지혜를 얻을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내가 비구들에게 다섯 가지 깨끗한 고기를 허락하였으나, 그 고기는 다 내 신통력으로 변화하여 만든 것이므로 본래 생명이 없는 갓이다. 열대 지방에서는 땅이 찌는 듯하고 습기가 많으며 모래와 돌이 많아 푸성귀가 나지 못하기 때문에 내 신통력으로 마련된 고기라 이름하는 것을 그곳 비구들이 먹은 일이 있지만, 중생의 살을 뜯어 먹는 사람을 어떻게 불제자라 하겠느냐. 고기 먹는 사람은 설사 마음이 열려 삼매를 얻었다 할지라도 사실은 모두 흉악한 나찰인 것이다. 과보가 끝나면 반드시 생사의 고통 바다에 빠져 서로 죽이고 잡아먹기를 그치니 않으리니, 이러한 사람이 어떻게 삼계를 뛰어나겠느냐? 네가 세상 사람들에게 삼매를 닦게 하려거든 산목숨 죽일 생각을 끊게 하여라. 이것이 모든 여래의 둘째 결정인 청정한 가르침이다. 그러므로 산목숨 죽이는 버릇을 끊지 않고 수도한다는 것은 제 귀를 막고 큰 소리를 치면서 남들이 듣지 않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 그것은 숨길수록 드러나는 법이다. 청정한 비구나 보살은 걸어다닐 때에 산 풀도 밟지 않으려고 조심하는데 하물며 손으로 뽑겠는가. 대자대비를 행한다면서 어떻게 중생의 피와 살을 먹을 것인가. 만약 비구가 명주실이나 풀 솜, 비단옷, 가죽신, 가죽옷이나 털붙이를 입지 않고, 짐승의 젖이나 그 젖으로 만든 음식까지도 먹지 않으면, 그는 참으로 세상에서 벗어나 묵은 빚을 갚고 다시는 삼계에 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몸붙이를 입거나 먹으면 다 그들과 인연이 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땅에서 나는 곡식을 먹고 발이 땅에서 떨어지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몸과 마음으로 중생의 살이나 몸붙이를 입지도 먹지도 말라. 이런 사람은 반드시 해탈하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이 하는 말은 여래의 말이고 그렇지 않은 말은 마군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