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편 대승경전
제9장 영원한 생명
- 집을 나갔던 아들
수부티(수보리)가 부처님께 말했다.
“부처님, 제가 비유를 들어 말하겠습니다. 어떤 사람이 어렸을 때 집을 나가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면서 오십 년을 보냈습니다. 이제 몸은 늙고 가난하여 의식을 찾아 사방으로 헤매다가 우연히 옛날의 고향으로 들어섰습니다. 그는 품을 팔면서 이집 저집 다니다가 마침내 부모가 사는 집에 이르러 문밖에서 기웃거렸습니다. 그때 장자는 그가 자기 아들임을 한눈에 알아보고 반가워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내 창고에 가득한 재산을 이제 전해 줄 사람이 생겼다. 나는 집 나간 아들을 밤낮으로 생각했지만 그를 만날 수 없었는데 이제 제 발로 돌아왔으니 내 소원을 이루게 됐구나. ’ 장자는 하인을 시켜 곧 그를 데려오도록 하였습니다. 그런데 아들은 자기를 붙드는 사람을 보고 놀라면서 ‘나는 아무 잘못이 없는데 왜 붙잡습니끼? ’ 하고 뿌리치며 달아나 버렸습니다. 아들이 놀라 달아나는 것을 보고 장자는 한 꾀를 생각했습니다.
이번에는 아들처럼 형색이 초라하고 보잘것없는 두 하인을 보내면서 이렇게 당부했습니다. ‘너희들은 그에게 가서 좋은 일자리가 있는데 거기서는 삯을 갑절을 주니 함께 가지 않겠느냐고 해 보아라. 그래서 그가 좋아하면 데리고 오너라. 그리고 그가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으면 쓰레기를 치는 일이라고 하여라. ’ 그때 두 하인은 장자의 아들을 찾아가 그와 같이 말했습니다. 그날부터 그는 장자의 집에서 삯을 받고 일하게 되었습니다. 세월이 지남에 따라 점차 두려움도 사라지고 장자의 집안 일에 익숙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장자가 자기의 아버지인 줄은 모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장자는 병이 났습니다. 죽을 날이 가까워 온 줄은 알고 일꾼인 아들을 불러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게는 금은 보배가 많아 창고마다 가득차 있다. 그안에 있는 재산이 얼마인지 알아두고, 남에게 받고 줄 것도 모두 네가 맡아서 처리해 다오. 이제는 나와 네가 다를 것 없으니 조심해서 잘 관리하여라. ’ 얼마 후 장자는 아들의 마음이 점점 트이게 되고 예전에 스스로 못났다고 하던 생각이 없어진 줄을 알았습니다.
죽음이 임박해진 어는 날 장자는 아들을 시켜 친척과 국왕과 왕족과 거사들을 모이게 하고 이와 같이 말했습니다. ‘이 사람은 본래 내 아들입니다. 그는 어렸을 때 집을 나가 여러 곳으로 헤매 다니기를 오십여 년이나 했습니다. 그동안 나는 아들을 찾기 위해 갖은 애를 썼지만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뜻밖에 여기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내가 가졌던 모든 재산을 이 아들에게 넘겨 줍니다. 앞으로는 모든 일을 아들이 대신 맡아 할 것입니다. ’
이때 아들은 장자의 말을 듣고 비로소 아버지임을 알았습니다. 뜻밖의 일을 당해 어리둥절했습니다. ‘나는 이 재산에 대해서 어떠한 희망도 가지지 않았는데, 이제 이 엄청난 재산이 저절로 들어왔구나. ’ 하고 기뻐했습니다.
부처님, 큰 재산을 가진 장자는 곧 여래이시고, 가난했던 아들은 바로 저희들과 같습니다. 그러므로 저희들은 여래의 아들입니다. 저희들은 어리석은 탓으로 소승법에 집착하여 열반의 하루 품삯으로 만족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대승법을 보이기 위한 방편임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저희들은 본래부터 바라지도 않았는데 법왕의 큰 보배가 저절로 들어온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