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편 제07장 02. 보는 것은 마음

제3편 대승경전

제7장 마음과 생각

  1. 보는 것은 마음

아난다는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는 부처님의 가장 어린 아우로 부처님의 사랑을 받고 출가했습니다. 귀여워해 주심을 믿어 많이 듣기만 하고 번뇌를 끊지 못했습니다. 사특한 주문에 흘려 음실에 들어갔으니 그것은 참 마음이 있는 데를 알지 못한 탓입니다. 바라건대 부처님께서 큰 자비로 가엾이 여기시고 저희에게 사마타 길을 보여 주시며 저 잇찬티카들에게도 어리석고 미천함을 깨드리게 하여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아난다에게 말씀하셨다.

“일체 중생이 시작 없는 옛적부터 여러 가지로 뒤바뀌어 업의 씨앗을 버리지 못하고, 수행하는 사람들도 깨닫음을 이루지 못한 것은 모두가 두 가지 근본을 알지 못해 잘못 닦아 익혔기 때문이다. 마치 모래를 삶아 음식을 만들려는 것과 같이 아무리 오랜 세월을 수행한다 할지라도 될 수 없는 일이다. 그럼 무엇이 두 가지인가. 하나는 시작 없는 생사의 근본이니, 지금 너와 중생들이 반연하는 마음으로 자기의 심성을 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시작 없는 보리 열반의 원래 청정한 본체이다. 그런데 이 본래 밝은 것을 잃어버린 탓으로 종일 움직이고 있으면서도 스스로로 깨닫지 못하고 억울하게 여러 세계에 들어가게 된다. 아난다, 네가 지금 사마타의 길을 알아서 생사에서 벗어나려 하는데 다시 묻겠다.”

부처님께서 팔을 들어 다섯 손가락을 구부리고 아난다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이것을 보느냐? ”

아난다가 대답하였다.

“봅니다.”

“무엇을 보느냐? ”

“부처님께서 팔을 들고 손가락을 구부려 주먹을 쥐시고 저의 마음과 눈에 비춥니다.”

“네가 무엇으로 보았느냐? ”

“저와 대중은 모두 눈으로 보았습니다.”

“네가 지금 대답하기를 ‘손가락을 구부려 쥔 주먹을 마음과 눈에 비춘다’ 하니, 네 눈은 알겠지마는 무엇을 마음이라 하여 내 주먹이 비춤을 받느냐? ”

“부처님께서 지금 마음이 있는 데를 물으시니, 제가 마음으로 헤아리고 찾아봅니다. 이렇게 헤아리고 찾아보는 것을 마음이라 합니다.” “아니다, 아난다. 그것은 네 마음이 아니다.”

“이것이 저의 마음이 아니라면 무엇이겠습니까? ”

“그것은 대상의 허망한 모양을 생각하여 너의 참 마음을 의혹케 하는 것이다. 네가 시작 없는 옛적부터 금생에 이르도록 도둑을 잘못 알아 자식으로 여기고, 너의 본래 항상 있는 것은 잃어버린 탓으로 윤회를 받고 있는 것이다.”

“부처님, 저는 마음으로 부처님을 공경하여 출가하였으니 제 마음이 어찌 부처님 한 분만 공경하겠습니까. 많은 국토를 다니면서 여러 부처님과 선지식을 섬기며 용맹심을 내어 모든 어려운 법을 행하는 것도 이 마음으로 할 것이며, 또 법을 비방하고 선근에서 영원히 물러나는 것도 역시 이 마음으로 할 것입니다. 만일 이것이 마음이 아니라면 저는 마음이 없어 흙이나 나무토막과 같을 것이며, 이렇게 깨닫고 알고 하는 것을 떠나서는 다른 것이 없습니다. 어찌하여 부처님께서는 마음이 아니라 하십니까? ”

이때 부처님은 아난다의 머리를 쓰다듬으시며 말씀하셨다.

“내가 항상 말하기를, 모든 법은 마음에서 나타나는 것이며, 인과와 세계의 티끌까지도 마음으로 인해 그 자체가 된다고 하였다. 모든 세계의 온갖 것 중에 풀과 나뭇잎과 실오라기까지도 그 근원을 따지면 모두 그 자체의 성질이 있고 허공까지도 이름과 모양이 있는데, 어째서 청정하고 미묘하고 밝은 마음이 자체가 없겠느냐? 만일 네가 분별하고 생각하며 분명하게 아는 것을 고집하여 마음이라 한다면 이 마음이 온갖 물질.냄새.맛.감촉의 모든 객관적인 것을 떠나 따로 완전한 성품이 있어야 할 것이다. 네가 지금 내 법문을 듣는 것은 소리로 인해 분별하는 것이다. 보고, 듣고, 깨닫고, 아는 것을 없애고 속으로 무엇을 느낀다 하더라도 그것은 이미 경험했던 사실을 분별하는 것이다. 내가 네게 마음이 아니라고 고집하라는 것은 아니다. 네가 속으로 잘 생각해 보아라. 만일 대상의 세계를 떠나 분별하는 성품이 있다면 그것은 참으로 네 마음이다. 분별하는 성품이 대상을 떠나 그 자체의 성질이 없다면 그것은 대상을 분별하는 그림자일 뿐이다. 대상은 항상 있는 것이 아니다. 변하고 없어질 때는 거북이털이나 토끼뿔처럼 마음도 없어지고 변할 것이다. 그렇다면 네 법신이 없어지는 것과 같으니 무엇이 생멸 없는 깨달음을 증득하겠느냐? ”

그때 아난다와 대중들이 무엇을 잊어버린 듯 말이 없었다. 부처님께서 아난다에게 말씀하셨다.

“수행하는 사람들이 겨우 아라한을 이루는 것은 모두 이 생사하는 망상에 집착하여 진실한 것인 줄로 잘못 알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너는 지금 많이 듣기만 했지 성과를 이루지는 못했다.”

아난다는 이 말을 듣고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제가 부처님을 따라 출가한 뒤로부터 부처님의 위신력만 믿고, 애써 닦지 않아도 부처님께서 삼매를 얻게 하여 주리라 생각했습니다. 몸과 마음은 본래 대신 할 수 없는 줄을 알지 못하여 제 본심을 잃었으니, 몸은 비록 출가하였으나 마음은 도에 들어가지 못한 것이, 마치 가난한 아들이 아버지를 버리고 달아난 것과 같습니다. 아무리 많이 듣는다 할지라도 몸소 수행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음식 이야기를 아무리 늘어놓아도 배부르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부처님, 저희들이 지금 두 가지 장애에 얽힌 것은 항상 고요한 마음을 알지 못한 탓입니다. 바라건대 부처님께서는 불쌍히 여기시어 미묘하고 밝은 마음을 밝혀 저의 눈을 열어 주십시오. ”

부처님께서는 자리를 고쳐 앉으시며 말씀하셨다.

“너를 위해 큰 법회를 열어 일체 중생들이 미묘하고 비밀한 성품과 깨끗하고 밝은 마음과 청정한 눈을 얻게 하겠다. 네가 아까 대답하기를 주먹을 본다고 하였으니 그 주먹의 광명이 어디에 있으며, 어떻게 주먹이 되엇으며 무엇으로 보았느냐? ”

아난다가 대답했다.

“부처님의 전신은 금빛이고 보배산과 같이 빛나므로 광명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광명을 눈으로 보았고, 다섯 손가락을 구부려 쥐었으므로 주먹이 되었습니다.”

부처님께서 아난다에게 말씀하셨다.

“지혜 있는 사람은 비유만으로도 안다. 내 손이 없으면 주먹을 쥘 수 없듯이 네 눈이 없으면 너는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네 눈을 내 주먹에 견준다면 이치가 같겠느냐? ”

“그렇습니다. 제 눈이 없으면 저는 볼 수 없습니다. 제 눈을 부처님이 주먹에 견준다면 이치가 같겠습니다.”

“네가 서로 같다고 말했지만 그 이치는 그렇지 않다. 손이 없는 사람은 주먹을 이룰 수 없다. 그러나 눈 없는 사람이 전혀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한길에 나가 소경들에게 무엇이 보이느냐 물어보아라. 어두운 것만 보이고 다른 것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대상이 어두울 뿐이지 보는 것이야 무슨 다름이 있겠느냐? ”

“소경들이 어두운 것만 보는 것을 어떻게 본다고 하겠습니까? ”

“소경들이 어둠만 보는 것과 눈 밝은 사람이 어둔 방에 있는 것과 그 어둠이 같겠느냐, 다르겠느냐? ”

“어둔 방에 있는 사람과 저 소경들의 깜깜함은 다르지 않습니다.”

“아난다, 만일 눈먼 사람이 앞에 깜깜하다가 문득 눈을 뜨면 여러 가지 형체를 보게 된다. 이때 눈이 보는 것이라면, 저 어둔 방 속에 있는 사람이 깜깜한 것만 보다가 문득 등불을 켜면 역시 앞에 나타난 갖자기 형체를 볼 것이다. 이것을 등불이 본다고 하겠느냐? 등불이 보는 것이라면 등불이라 할 수 없으며, 또 등불이 본다면 네게는 아무 관계도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등은 형체를 나타낼 뿐 보는 것은 눈이요 등이 아님을 알아라. 눈은 대상을 비출 뿐 보는 성품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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