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편 대승경전
제7장 마음과 생각
- 마음은 어디에
부처님께서 아난다에게 물으셨다.
“아난다, 너는 여래의 거룩한 모습을 보고 기뻐하여 처음으로 도를 구하려고 발심했다. 하니, 무엇으로 보았으며 무엇이 기뻐했느냐? ”
아난다가 대답했다.
“제 눈으로 보고 제 마음이 기뻐했습니다.”
부처님은 다시 말씀하셨다.
“그렇다. 그런데 그 눈과 마음이 생사 윤회의 허물이다. 그러므로 윤회를 벗어나려면 먼저 그것이 있는 곳부터 알아야 한다. 이제 네게 묻겠다. 눈과 마음이 어디 있느냐? ”
“세상 모든 중생의 눈은 얼굴에 있고, 의식하는 마음은 몸 속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난다, 마음이 몸 속에 있다면 몸 속의 것들을 분명하게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어떤 중생이나 먼저 몸 속을 보고 나중에 바깥 것을 보는 사람이 있겠느냐? 몸 속의 것을 알지 못한다면 바깥 것은 어떻게 아느냐? 그러므로 마음이 몸 속에 있다는 말은 옳지 못하다.”
아난다가 부처님께 다시 여쭈었다.
“부처림의 그러한 말씀을 듣고 보니 마음은 몸 밖에 있겠습니다.”
“네 마음이 만일 몸 밖에 있다면, 몸과 마음이 따로 있어 서로 관계가 없을 것이다. 즉 마음이 아는 것을 몸은 알지 못하고 몸이 아는 것을 마음은 알지 못해야 할 것이다.”
“부처님, 부처님의 말씀처럼 속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몸 속에 있는 것이 아니고, 몸과 마음이 서로 분리돼 있지 않으므로 몸 밖에도 있지 않습니다. 지금 다시 생각하니 마음은 한곳에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있는 곳이 어디냐? ”
“이 마음이 속을 알지 못하면서 바깥 것을 잘 보기 때문에 제 생각에는 마치 눈에 유리를 댄 것과 같이 마음이 눈 속에 들어 있겠습니다.”
“네 마음이 눈에 유리를 댄 것 같다면, 산과 강을 볼 때는 어째서 눈을 보지 못하느냐? 유리를 눈에 대고 볼 때 유리도 보고 산과 강도 보지 않느냐. ”
아난다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그러면 제가 부처님을 보는 것은 바깥 것을 본다하고, 눈을 감고 어두운 것을 보는 것은 몸 속의 것을 본다 하면 어떻겠습니까? ”
“네가 어두운 것을 볼 때 그 어둠이 눈앞에 있을 텐데 어떻게 몸 속이라 하겠느냐? 또 눈이 어둠과 대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볼 수 있겠느냐? 그러므로 어두운 것을 보는 것이 몸 속을 보는 것이라는 이치는 당치 않다.”
아난다가 말했다.
“부처님께서는 일찍이 ‘마음이 움직여 형상이 생기고 형상이 생기어 여러 가지 마음이 움직인다’ 하셨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곧 생각하는 자체가 내 마음일 것이므로 대상과 합하는 것을 따라 마음이 있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아난다에게 말씀하셨다.
“네 말대로 대상과 합하는 곳에 마음이 있다고 한다면, 그 마음이 자체가 없으니 무엇과 합하겠느냐. 그러니 그 말도 옳지 못하다.”
아난다가 부처님께 다시 말했다.
“지금 생각하니, 몸 속을 보지 못하므로 속에 있다고는 할 수 없고, 몸과 마음이 서로 알기 때문에 밖에 있다는 것도 옳지 않습니다. 서로 알면서도 안으로는 보지 못하니 그것은 중간에 있겠습니다.”
“네가 중간이라 말하니 그 중간이 어디 있느냐? ”
“부처님께서는 보는 감관과 대상이 연이 되어 눈의 인식을 낸다 하셨습니다. 보는 감관은 분별하는 작용이 있고 대상은 그것이 없는데, 눈의 인식이 그 중간에서 생긴 것이니 이것을 마음이 있는 곳이라 하겠습니다.”
“네 마음이 만일 감관과 대상의 중간에 있다면 이마음의 자체가 둘을 겸했느냐, 겸하지 않았느냐? 겸했다면 그 두 가지가 서로 뒤섞여 어지러운 것이며, 대상은 감관이 아니므로 서로 양립할 것이니 어떻게 중간이 되겠느냐? 또 겸하지 않았다면 알고 모름도 아니어서 바탕이 될 만한 성질이 없는 것이니 중간이란 무슨 모양이겠느냐? 그러므로 중간에 있다는 것도 옳지 못하다.”
아난다가 부처님께 다시 여쭈었다.
“부처님께서는 예전에 ‘알고 분별하는 마음이 안이나 바깥 또는 중간에 있지 아니하여 아무데도 있는 곳이 없다’ 고 하셨습니다. 그것은 온갖 것에 집착함이 없는 것을 마음이라 한 것이니, 집착함이 없는 것을 마음이라 할까요? ”
부처님께서 아난다에게 말씀하셨다.
“알고 분별하는 마음이 아무데도 있는 곳이 없다 하니, 이 세상과 허공의 온갖 것에 네가 집착하지 않는다 함은 사물이 있다는 것이냐? 없다면 무엇을 두고 집착하지 않는다는 것이냐? 형상이 없으면 아주 없는 것이며, 없는 것이 아니라면 형상이 있는 것이니 형상이 있다면 그것은 곧 집착하는 것이다. 어떻게 집착이 없다고 하겠느냐. 그러므로 온갖 것에 집착이 없는 것을 마음이라 하는 것도 옳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