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편 대승불교
제4장 승만부인의 서원
- 바른 법을 거두어들이는 일
승만 부인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보살의 모든 원은 결국 한 가지 큰 원으로 들어갑니다. 한 가지 큰 원이란 바른 법을 거두어들이는 것입니다.”
“부인의 지혜와 방편이 깊고 훌륭합니다. 부인은 이제까지 많은 선근을 심어 북돋아 왔습니다. 다음 세상 사람들도 선근을 얻은 사람이면 부인이 말하는 것을 알아들을 것이오. 부인이 말한 바른 법을 거두어들인다 함은 과거 현재 미래의 여래들도 한결같이 말씀하시는 것이오. 나도 지금 바른 법을 거두어들이는 것을 말하고 있소. 바른 법을 거두어들이는 것은 그 공덕과 이익이 한량없으므로, 여래의 지혜와 변재로도 또한 헤아릴 수 없는 것이오.”
승만 부인이 다시 말했다.
“부처님, 제가 부처님의 위신력을 받들어 바른 법을 거두어들이는 크고 넓은 이치를 말씀드리려 합니다. 바른 법을 거두어들이는 뜻이 크고 넓다는 것은 곧 한량이 없으며, 모든 부처님의 교법을 배워 팔만 사천 법문을 지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비유해 말씀드리면, 대지가 바다와 산과 초목과 중생들의 네 가지 무거운 짐을 지고 있듯이, 바른 법을 거두어들이는 사람은 스스로 다음 네 가지 짐을 집니다.
선지식을 만나지 못해 법문을 듣지 못한 사람들에게 천상이나 인간 세계에서 행해야 할 착한 일을 가르칩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기만 하고 혼자 깨달음을 얻으려는 성문이나. 자연의 이치를 살펴 혼자서 깨달음을 얻으려는 독각이나, 자신과 일체중생이 다 함께 불국토를 이루는 크나큰 진리를 깨달아 얻으려고 수행하는 대승보살에게 각각 알맞은 법을 가르쳐 줍니다. 이것이 바른 법을 거두어들이는 사람들의 네 가지 무거운 짐입니다.
부처님, 또 깨달음의 피안에 이르는 것과 바른 진리를 거두어들이는 것이 다르지 아니하니 이것이 곧 바라밀입니다. 보시로 성숙시킬 사람에게는 내 몸을 버려서라도 그들의 뜻에 맞게 보살펴 그 중생이 바른 진리를 이루게 함이니 이것이 곧 보시바라밀입니다. 이와 같이, 지계로 성숙시킬 사람에게는 감관과 생각을 맑고 몸가짐을 바르게 하여 그들이 법을 이루게 하며, 인욕으로 성숙시킬 사람에게는 비록 그들이 꾸짖고 욕하거나 헐뜯고 위협하더라도 성내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이롭게 하려는 마음과 참고 견디는 마음으로 그들의 뜻에 따라 보호하여 바른 지혜를 이루게 합니다.
정진으로 성숙시킬 사람에게는 게으르지 않고 부지런히 힘쓰게 하며, 선정으로 성숙시킬 사람에게는 마음이 밖으로 흩어지지 않게 하여 예전에 한 일과 말을 잊지 않도록 합니다. 지혜로 성숙시킬 사람에게는 그들이 묻는 온갖 이치를 두려움이 없는 마음으로 여러 가지 이론과 방편으로 막힘 없이 가르쳐 바른 법을 이루게 합니다. 이것이 모두바라밀입니다. 부처님, 거두어들여야 할 바른 법과 바른 법을 거두어들이는 일은 다르지 않습니다.
그 까닭을 말씀드리면, 바른 법을 거두어들이는 사람은 몸과 목숨과 재산을 다 버리기 때문입니다. 몸을 버린다 함은 이 세상이나 저 세상에서 생로병사를 떠나 무너지지 않고 바뀌지 않으며 생각할 수 없는 공덕인 여래의 법신을 얻는 것입니다. 목숨을 버린다 함은 죽음을 완전히 떠나 끝이 없으며 항상 머물고 생각할 수 없는 공덕과 온갖 불법을 얻는 것입니다.
재산을 버린다 함은 일반 사람들과 달리 줄어지거나 다함이 없는 온갖 공덕을 얻어, 여러 중생들의 훌륭한 공양을 받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진실한 눈이시고 지혜이시며, 진리의 근본이 되시고 의지가 되시니 이러한 뜻을 모두 밝게 아실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승만 부인을 칭찬하시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바른 법을 거두어들이는 공덕은 끝없는 세월을 두고 말해도 다할 수 없을 것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