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편 초기경전
제8장 효행
- 번뇌의 업과 악행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자가하의 영축산에 계셨다. 아침이 되어 가사를 입고 바리를 들고, 걸식하러 성안으로 들어가셨다. 성안에 사는 한 장자의 아들 싱갈라가 못에서 목욕하고 언덕에 올라와 몸을 말린 뒤 동 서 남 북 상하의 여섯 군데를 향해 예배하고 있었다.
부처님께서 그것을 보고 말씀하셨다.
“너는 무엇 때문에 육방의 여섯 군데를 향해 예배하느냐?”
싱갈라는 부처님께 대답했다.
“저의 아버지가 임종하실 때 ‘너는 무엇에나 예배하고 싶거든 먼저 동 서 남 북 상하의 여섯 군데를 향해 예배하라’ 고 유언하셨습니다. 저는 아버지의 유언을 듣고 감히 어길 수 없어 이렇게 예배하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싱갈라에게 말씀하셨다.
“거기에는 방위의 이름만 있을 뿐이다. 그러나 우리 성현의 법에는 그런 육방의 예배로써 으뜸을 삼지 않는다.” 장자의 아들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그 성현의 법안에서 육방에 예배하는 법을 가르쳐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제 너를 위해 설명하겠으니 자세히 듣고 잘 명심하여라. 네 가지 번뇌의 업과 네 가지 악행과 또 여섯 가지 재산을 없애는 일이 있다. 이런 나쁜 일을 하지 않고 육방에 예배하면 이 세상에서도 잘 살고 후생에 가서도 좋은 과보를 얻을 것이다. 네 가지 번뇌의 업이란 살생과 도둑질과 음행과 거짓말이다. 또 네 가지 나쁜 행위란 탐욕과 성냄과 두려워함과 어리석음이다. 이와 같은 번뇌의 업과 악행을 행하면 큰 불행이 있을 것이다. 또 재산을 없애는 여섯 가지 일이란 술에 취하고 도박하며 방탕하고 풍류에 빠지면 나쁜 벗과 어울리고 게으름에 빠지는 일이다. 이런 악행을 떠난 뒤에 육방에 예배하면 이 세상에서나 다음 세상에서 항상 안락할 것이다. 술을 마시는 데에는 다음 같은 허물이 있다. 재산을 소비하게 되고 병이 생기고 잘 다투고 나쁜 이름이 퍼지며 분노가 폭발하고 지혜가 날로 없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술을 마시지 말아야 한다. 도박에도 다음과 같은 허물이 있다. 재산이 날로 줄어들고 도박에 이기더라도 원한이 생기며, 지혜로운 사람이 타일러도 듣지 않고 사람들이 그를 멀리하며 도둑질할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므로 도박을 해서는 안 된다. 방탕에도 다음 같은 허물이 있다. 몸을 보호하지 못하며, 자손을 보호하지 못하고 항상 놀라고 두려워하게 되며, 온갖 괴롭고 나쁜 일이 몸을 얽어매고 허망하다는 생각을 잘 내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방탕하지 말아야 한다. 나쁜 벗과 어울리는 데에도 다음과 같은 허물이 있다. 남을 속일 꾀를 내고 으슥한 곳을 좋아하며, 남의 여자를 유혹하고 남의 물건을 훔치며 재물을 독차지하려 하고 남의 허물 드러내기를 좋아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쁜 벗과 어울리지 말아야 한다. 게으름에도 다음과 같은 허물이 있다. 부자면 부자라고 해서, 가난하면 가난하다고 해서 일하기 싫어한다. 추울 때는 춥다고 해서, 더울 때는 덥다고 해서 일하기 싫어한다. 시간이 이르면 이르다고 해서, 시간이 늦으면 늦었다고 해서 일하기 싫어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부디 게으르지 말아야 한다. 그 대신 가까이해야 할 벗이 있다. 그는 너에게 많은 이익을 주고 많은 사람들을 보살펴 준다. 잘못을 말리고 사랑하고 가엾이 여기며, 남을 이롭게 하고 사업을 같이 하는 벗이다. 그러므로 그런 이는 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