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자비심이 지극한 왕이 있었다. 그는 항상 백성 대하기를 어머니가 자식을 사랑하듯 했으며
정진력 또한 굳세었다. 그래서 언젠가는 기어코 부처님이 되리라는 큰 서원을 세우고 있었다.
어느 날 비둘기 한 마리가 비명을 지르면서 황급히 그 품속에 날아들어 온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그때에 뒤쫓던 매가 나뭇가지에 앉아 왕에게 말하였다.
“그 비둘기를 내게 돌려주시오. 그것은 내 저녁거리입니다.”
“네게 돌려줄 수 없다. 나는 부처가 되려고 서원을 세울 때 모든 중생은
다 구호하겠다고 결심하였다.”
“모든 중생 속에 나는 들지 않습니까? 나에게는 자비를 베풀지 않고,
더구나 내 먹이를 빼앗겠단 말입니까?”
“이것은 돌려줄 수 없다. 너는 어떤 것을 먹고 싶어하느냐?”
“갓 죽인 날고기를 먹고 싶습니다.”
왕은 속으로 생각했다. ‘날고기라면 산 목숨을 죽이지 않고는 얻을 수 없다.
그렇다고 하나를 구하기 위해 다른 목숨을 죽게 할 수 있겠는가.
내 몸은 더러운 것, 오래지 않아 죽고 말 것이니 차라리 이 몸을 주자.’
왕은 선뜻 다리의 살을 베어 매에게 주었다. 그런데 매는 비둘기와 똑같은 무게의 살덩이를 요구하였다. 왕은 저울을 가져다 베어 낸 살덩이와 비둘기를 달아보았다. 비둘기가 훨씬 무거웠다.
왕은 한쪽 다리의 살을 더 베어, 두 덩이를 합쳐 달게 하였다. 그러나 그것도 가벼웠다.
그리하여 두 발꿈치, 두 엉덩이 두 젖가슴의 살을 베어 달았으나 이상하게도 베어낸 살이
비둘기의 무게보다 가볍기만 했다. 마침내 왕은 자기의 온 몸을 저울 위에 올려 놓으려고 하다가
힘이 다하여 쓰러지고 말았다.
그러나 왕은 매를 원망하거나 자기가 한 일에 후회하는 빛이 조금도 없이
오히려 중생의 고통을 생각했다.
‘모든 중생은 다 고해(苦海)에 빠져 있다. 나는 그들을 건져내야 한다.
이 고통도 중생들이 받는 지옥의 고통에 비하면 그 십 육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다.’
왕은 다시 저울로 올라가려 하였으나 또 쓰러지고 말았다.
그때 왕은 다시 맹세하여 말하였다.
“나는 살을 베고 피를 흘려도 괴로워하거나 뉘우치지 않고 일심으로 불도를 구하였다.
내 이 말이 진실이라면 내 몸은 본래대로 회복되리라.”
이렇게 말했을 때 왕의 몸은 본래대로 회복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