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親交)가 있기 때문에 두려운 일이 생기고, 가정생활을 하기 때문에 더러운 때가 낀다. 친교도 없고 가정 생활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성인의 생각이다.
이미 돋아난 번뇌의 싹을 잘라버리고 새로 심지 않고, 지금 생긴 번뇌를 기르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혼자서 행동하는 성인이라 불린다. 그 위대한 선인(仙人)은 평안의 경지에 도달한 것이다.
번뇌가 일어나는 근본을 헤아려 알고, 그것에 집착하는 마음을 기르지 않는다면, 그는 참으로 생(生)을 멸해 구경(究竟)을 본 성인이다. 그는 망상분별을 초월하여 윤회하는 무리 속에 끼지 않는다.
모든 집착이 일어나는 곳을 알아 아무 것도 바라지 않고, 탐욕을 떠나 욕심이 없는 성인은 무엇을 구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는 이미 피안(彼岸)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극복하고 온갖 것을 알며, 지극히 총명하고 여러 가지 사물에 더럽혀지지 않으며, 모든 것을 버리고 애착을 끊어 해탈한 사람, 그분이야말로 성인임을 현자(賢者)들은 안다.
지혜로운 힘이 있고 계율을 지키며, 마음이 잘 집중되어 선정을 즐기며, 생각이 깊고 집착에서 벗어나 거칠지 않고, 번뇌의 때가 묻지 않은 사람, 그분이야말로 성인임을 현자들은 안다.
성인은 혼자서 행동하고 게으르지 않으며, 칭찬과 비난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소리를 듣고도 무서워하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혀지지 않은 연꽃처럼 남에게 이끌리지 않고 남을 이끄는 사람, 그분이야말로 성인임을 현자는 안다.
남들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거나 욕을 하더라도 멱감는 강가의 기둥*¹처럼 태연하고 탐욕을 떠나 모든 감관을 잘 가라앉힌 사람, 그분이야말로 성인임을 현자는 안다.
성행위를 하지 않고, 젊어서도 여자에게 집착하지 않으며, 교만하거나 게으르지 않고 속박에서 벗어난 사람, 그분이야말로 성인임을 현자는 안다.
세상 일에 달관하고 최고의 진리를 알며 거센 흐름을 헤치고 바다를 건넌 사람, 속박을 끊고 의존하지 않으며 욕정의 흐름을 아주 끊어버린 사람, 그분이야말로 성인임을 현자는 안다.
출가자와 재가자(在家者)는 사는 곳과 생활 양식이 서로 같지 않다. 재가자는 처를 부양하지만, 출가자는 계율을 잘 지켜 내 것이라는 집착이 없다. 재가자는 용서없이 남의 목숨을 해칠 때가 있지만, 성인은 자제하여 산 목숨을 보호한다.
이를테면, 하늘을 나는 공작새가 아무리 애를 써도 백조의 흰빛을 따를 수 없듯이, 재가자는 세속을 떠나 숲속에서 명상하는 수행승의 그 덕에는 미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