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계이라라는 사람이 있었다.
이들 부부는 몹시 가난하여 품팔이로써 겨우 연명해 가는 처지였다.
어느 날 그는 다른 장자들이 모두 절에 가서 큰 보시회를 베푸는 것을 보고는 잠자리에 누워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나는 전생에 복을 짓지 못했기 때문에 이렇게 가난한 것이다.
그런데 저 장자 같은 이들은 전생에도 복을 지었고, 금생에도 복을 짓고 있다.
그러나 나는 금생에도 복을 짓지 못하니 내생에는 더욱 가난에 시달릴 것이 아닌가?’
이렇게 생각하니 눈물이 저절로 흘러내렸다.
옆에 누워 있던 부인이 남편이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고 그 이유를 묻자 남편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남들은 복을 닦아 늘 즐겁게 사는데 나는 복을 닦을 재물조차 없는 것이 한이 되는구려. 이런 생각을 하니 눈물이 절로 흐르는구려.”
“눈물을 흘리면 무엇합니까? 제 몸을 팔아서 그 돈으로 복을 짓도록 하십시오.”
“당신을 판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가란 말이오.”
“만일 혼자 살아가지 못하시겠다면 둘이 함께 몸을 팔아 공덕을 닦도록 합시다.”
이렇게 합의를 본 부부는 어떤 큰 부잣집에 찾아가 앞으로 7일 후에 갚지 못한다면 평생 종이 되겠다는 약속을 하고 돈 열 냥을 꾸었다.
이들 부부는 이 돈으로 절에 가서 보시회를 열겠다는 약속을 하고 날짜를 받았다.
이들은 떡을 만들기 위해 쌀을 찧으면서 서로를 위로하였다.
“지금 우리는 힘을 다해 복업을 짓고 있다.
그러나 만약 날짜를 어겨 남의 집 종이 되면 복덕을 지을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부부는 밤낮을 쉬지 않고 부지런히 음식을 준비하여 다음날이면 보시회를 열게 되었다.
이때 마침 나라의 국왕이 와서 이들 부부가 열기로 한 보시회와 같은 날짜에 보시회를 열도록 요청해 왔다.
그러나 스님들은 국왕의 요청을 거절하며 말했다.
“비록 가난한 부부이지만 그들에게 약속해놓은 날짜를 변경할 수는 없습니다.”
“감히 임금의 요청인데도 날짜를 바꿀 수 없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가?”
국왕은 사자를 계이라에게 보내어 날짜를 양보해 달라는 부탁을 했다.
그러나 계이라는 절대 양보 할 수가 없다고 잘라서 말하였다.
세 번을 간청했으니 세 번 다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듣고 왕이 직접 절에 와 있는 계이라를 찾아와서 물었다.
“너는 왜 날짜를 왜 양보하지 않고 왕과 다투려고 하는가?”
“저희들이 만약 날짜를 어기게 되면 남의 집 종이 되어 평생동안 보시회를 베풀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그게 무슨 뜻인가?”
“예, 저희들은 전생에 복을 짓지 못하여 지금 이렇게 가난하게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만일 금생에도 복을 짓지 못한다면 뒷날에는 더욱 가난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생각한 끝에 몸을 팔아 그 돈으로 보시회를 열어 복을 짓고자 한 것입니다.
만일 내일까지 그 돈을 갚지 못하면 저희 부부는 그 집의 종이 됩니다.
내일이 바로 칠 일째가 되는 날이기 때문에 죽기를 각오하고 날짜를 양보하지 않은 것입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불쌍한 생각이 드는 것은 물론 드물게 보는 가상한 일이라 여겨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너야말로 가난한 자의 괴로움을 깨달은 사람이다.
빈약한 몸으로 강인한 몸과 바꾸었고, 빈약한 재물로 튼튼한 재물과 바꾸었으며, 나약한 목숨으로 굳건한 목숨과 바꾸었다고 할 만 하다.”
왕은 그들이 베푸는 보시회를 오히려 도와주었다.
그리고 왕은 자신과 왕비가 차고 있던 패물과 입고 있던 옷가지를 그들 부부에게 주는 한편 많은 땅을 주어 농사를 짓게 하였다.
<잡보장경>
비록 가난하지만 매우 어질고 선량한 부부의 마음씨가 우리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적셔 준다.
착하고 어진 마음을 소유한 인생은 행복한 인생이다.
착하고 어질면 행복해진다는 뜻이 아니라 행복하면 착하고 어진 마음이 떠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가난에 시달리면서도 부처님을 향한 지극한 마음, 이 마음이 바로 어둠을 밝히는 촛불이 아니겠는가.
대게 지극한 마음으로 복덕을 짓는 다면 현세에서 얻는 과보고 있지만, 내세에 얻게 되는 과보는 더욱 크다는 걸 알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인과응보를 보아서도 부지런히 복을 닦아 가난한 괴로움을 벗어나야 하는데도 사람들을 게으름을 피우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라 하겠다.
셰익스피어도 말했다
“저렇게 작은 촛불이 어쩌면 이렇게 멀리까지 비쳐 올까!
험악한 세상에선 선행도 꼭 저렇게 빛날 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