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께서 사위국의 기원정사에서 설법하고 계실 때이다.
어떤 젊은 비구가 성안에 들어가 걸식을 하다가 매우 아름다운 젊은 여자를 보았다.
그 비구는 그녀에게 마음이 홀려 끝내 상사병이 들고 말았다.
음식도 전폐하고 바싹 마른 얼굴로 자리에 누워 일어나지 못했다.
같은 수도하던 비구가 물었다.
“어디가 아픈가?”
젊은 비구는 자신의 심정을 그대로 토로했다.
“수행을 그만두고 한 여인을 사랑하고 싶으나 그 뜻을 이룰 수 없어 병이 생겼다.”
이 말을 들은 동료 비구가 아무리 타이르고 충고하였으나 그 말이 귀에 들어갈 리가 없었다.
그래서 하루는 그를 데리고 부처님께 나아가 그간의 사정을 자세히 말씀드렸다. 그러자 부처님은 젊은 비구에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의 소원은 이루기가 아주 쉬우니 괴로워할 것 없다.
너의 원을 풀어줄 테니 우선 음식을 먹도록 해라.”
이 말을 들은 비구는 그 자리에서 가슴이 트이고 맺힌 기운이 풀어진 듯 만면에 밝은 웃음을 띠었다.
부처님은 그 비구와 대중들을 데리고 사위성 안에 있는 아름다운 여자의 집으로 가셨다.
그러나 그 여자는 이미 사흘 전에 죽고 말았다.
아직 장례를 치르지 않은 시체 옆에서 온 집안 식구들은 대성통곡을 하며 울고 있었다.
시체는 이미 부패해서 군데 군데 더러운 물질들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부처님은 그 비구를 보고 말씀하셨다.
“네가 사랑하던 아름다운 여자는 지금 이렇게 되었다.
만물은 덧없이 죽고 사는 것은 한 순간의 호흡 사이에 달려 있다.
그런데도 어리석은 사람은 그 겉만 보고 속에 꽉 차 있는 더러운 것은 보지 못한다.”
부처님은 이어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빛깔만 보고 마음이 미혹되어
인생의 덧없음을 생각지 않고
어리석은 이는 겉만 보고 좋아하나니
그것이 질실이 아니라는 걸 어찌 알겠는가.
음욕을 즐기다가 스스로를 묶는 것
마치 누에가 고피를 짓는 것과 같다.
지혜로운 사람은 그것을 끊어 버려
다시는 생각지 않으므로 괴로움이 없다.
마음에 절제가 없는 사람은
음행을 보고 깨끗하다 생각하니
음정과 음욕이 점차 불어가나니
그리하여 스스로 감옥을 만든다.
이런 줄 깨닫고 음욕을 없앤 사람
애욕은 더럽다고 항상 생각하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