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에 넣은 독약을 털고

음식에 넣은 독약을 털고

스님을 모시고 있던 관섭(寬燮)이라는 행자(行者)가 겪은 일이다.

그 관섭이 어린 속견(俗見)으로, 다른 법문(法門)은 다 좋지만 스님의 무애행(無碍行)하시는 것만은 마땅치않아 질색으로 여기기에 이르렀다.

스님의 곡차 심부름을 하는 것을 몹시 귀찮게 생각하던 어느날 마침 안주를 사오라고 스님이 돈을 주자 시봉은 안주를 사고난 나머지 돈으로 몰래 비상(砒霜)을 샀다.

수도(修道)는커녕 술 심부름의 시봉(侍奉)을 하기도 몹시 귀찮은 마당에 비상이나 먹고 죽어 버렸으면 하는 막된 생각으로 몰래 흉계를 꾸며 곧 비상을 쿵쿵 빻아서 구운 안주에 골고루 뿌려 넣었다.

그리고는 술과 안주를 스님께 천연스레 갖다 드렸다.

스님이 이것을 잡수려고 하는 터에 시봉은 막상 겁이 덜컥 나서 방을 빠져나가 뒷문에서 문구멍으로 숨을 죽이며, 스님의 동정을 가만히 지켜보게 되었다.

저걸 자시나 안 자시나. 드신다면 곧 쓰러질 게 아닌가. 충격적인 장면을 자기 눈으로 직접 확인하여 보려니, 가슴이 두근거리기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그런데, 스님은 곡차를 한 번 쭉 따라 드시고, 안주를 집어 잡수시기 시작하자 뭔가 버석버석 입안에 씹혀지는 것이 있었다.

그러나 그 씹혀지는 것만 차례로 골라 털어 버리고, 아무 말 없이 그대로 자시기를 계속했다.

비상 마른안주를 젓가락으로 하나하나 골라 털어 낸 뒤 남김없이 맛있게 끝까지 자시고는

“아, 참 잘 먹었다.”

하시는 게 아닌가. 돌아가시기는 고사하고 비상에도 끄떡도 하지 않는다.

이 무심 도인(無心道人)의 경계를 육안(肉眼)으로 지켜본 시봉은 기적 같은 일에 겁도 나고 무서워서 이 사실을 가슴 속 깊이 숨겨두고 있다가 후일에 만공 스님께 자진하여 지난 날 경허 큰스님께 저지른 일을 고백하여 참회를 하고 용서를 빈 일이 있다.

경허 스님은 비상인 줄을 알면서도 놀라지도 않고 끝까지 맛있게 다 자셨고, 다른 사람에게 이런 사실을 말한 일도 전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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