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경과 호박범벅경

국수경과 호박범벅경

한 비구니 스님이 하루는 암자에서

“관세암보살, 관세암보살”

하며 관음기도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한 비구니 객스님이 킥킥 비웃으며 조롱하고 있었다.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이라 해야 할 염불을 “관세암보살”이라 하니 땡초가 분명하다는 것이었다.

일생 동안 ‘관세암보살’ 염불로

영험도 많이 얻었고 공력도 늘었다고 생각하는 이 비구니 스님은

화가 치밀어서 관음기도는 ‘관세암보살’이라 올려야 된다고 우긴 것이다.

‘관세음보살’이라 주장하는 객스님이

더욱 비웃으며 조롱하였으므로 두 스님은 심하게 다투게 되었고,

드디어 노선사께서 다음 날 재판을 받아 흑백을 가리기로 하고

두 스님은 분한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런데 다음 날에 있을 판정이 걱정이 된 비구니 스님은

곰곰이 생각하던 끝에 노스님께서 좋아하시는

호박범벅죽을 쑤어 뇌물(?)로 드리며

‘관세암보살’이라 하는 것이 옳다고 판정을 내려달라고 부탁했다.

약속을 다짐하는 비구니 스님에게서 맛있는 범벅죽을 받아 다 드신

우리의 노선사께서는 눈만 껌벅이시며 묵묵히 긍정의 약속을 하셨다.

이날 밤중에 또 비구니 객스님이

역시 비밀리에 국수를 맛있게 말아가지고

노선사를 예방(?)하여 ‘관세음보살’이 옳다는 판정을 내려달라고 부탁했다.

즐기시는 국수를 실컷 드신 큰스님은

예의 재판 부탁을 경청하신 후 쾌히 ‘관세음보살’이라고 주장하는

비구니 객스님을 지원하기로 약속하였다.

이에 불안해진 사람들은 오히려 옆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시자 스님들이었다.

아니, 도인께서 거짓으로 약속하지는 않으실텐데,

양쪽의 뇌물을 다 받아 잡수셨으니 이를 어떻게 하실 것인가?

더욱 놀라운 것은 아주 기분좋은 두 공양 끝에 태평히 잠드시는 큰스님의 심중을 헤아릴 길이 없는데 있었다.

다음 날, 호기심 많은 신도와 스님들 앞에서 벌어진 재판은 양측 다 자신만만했다.

“도인께서 나를 지지하기로 했으니 걱정없다” 고 생각하며

서로 만만히 나서서 노선사께 판정을 서둘러 구하는 것이었고,

노선사는 묵묵히 계시다가 시침 뚝 떼고 한 마디를 하셨다.

“에, ‘호박범벅경’에는 관세암보살이 맞고

‘국수경’에는 관세음보살이 맞느니라.

에헴!”

하시고는 유유히 방장실로 들어가시더라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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