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살(急煞)로 벌주는 산신

급살(急煞)로 벌주는 산신

치악산 산신각에서 산신기도를 하던 충주의 대우(大宇)스님이 기도 중에 앉아서 깜박 졸았는데, 누가 산신님께 보고를 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 어르신 제가 산 아래에 다녀오는데 오늘 오후 2시경에 개고기를 먹은 자가 산신각에 들어올 것 같은데 어찌할까요?”

” 뭣이라? 명산과 명찰에 들어올 때에는 술고기를 먹고 들어오면 예법에 크게 어긋나는 것인데, 개고기를 처먹고 감히 산신각에 들어온단 말이냐? 그 자는 산신을 모욕 주려는 자가 분명하다. 만약 개고기를 먹고 산신각에 들어서면 급살의 신벌을 내려 세상에 경종을 울려라! 알겠느냐? ”

“명을 받들어 시행하겠습니다!”

산신의 추상같은 노여워 하는 소리에 벌떡 잠이 깬 대우스님은 보통 꿈이 아니라는 것을 짐작하였다. 그는 개고기를 먹은 자가 나타나면 산신각에 들어가지 못하게 할 심산으로 산신각 밖에서 서성이면서 기다렸다. 과연 오후 2시가 가까워지자 한 떼의 등산객들이 나타났다. 그 가운데 붉은 등산복을 입은 몸이 비대한 오십대의 사나이가 불콰한 얼굴로 술냄새를 풍기면서 산신각에 들어가려고 하였다. 대우스님은 사내에게 다가가 공손히 합장 인사하면서 산신각을 들어가지 못하게 막았다. 그러나 비대한 사내는 버럭 역정을 내었다.

“왜 산신각에 못 들어간다는 말이요?”

“예전부터 산신각에는 술 고기를 먹고 들어가면 산신의 벌을 받는다고 전합니다. 특히 개고기를 먹은 사람은 절대 산신각에 들어가서는 아니 됩니다.”

“승려들이 사기치는 말이 아니요? 다 미신이요. 산신이 어디 있다는 말이요? 나한테는 그런 거짓말이 통하지 않소!”

비대한 사내는 만류하는 대우스님을 뿌리치고 호승심(好勝心)으로 무작정 산신각에 들어갔다.

“어디 그 무서운 산신의 얼굴이나 감상할까. 탱화가 잘 그려졌구먼.”

비대한 사내가 비웃으면서 산신탱화를 보며 입에서 냄새를 풍길 때, 비대한 사내는 무엇에 놀랐는지 갑자기 현기증속에 시야가 아득해지더니 쿵! 산신각 바닥에 자빠지면서 머리를 기둥에 박아 버렸다. 비대한 사내는 눈, 코, 입에서 피를 토하고 의식을 잃었다. 동료들이 우루루 산신각에 들어와 비대한 사내를 업고 병원을 찾아 뛰었다. 그날 밤, 비대한 사내는 구로구 고대병원의 영안실의 냉장고에 들어가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의사의 소견은 뇌졸증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대우스님은 그것은 산신이 내린 급살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부처님이 계신 법당 안에서는 사람이 벌받아 죽지는 않는다. 부처님은 대자대비 하시어 고해중생을 사랑하시기 때문에 중생이 설사 무례를 범하여도 벌하시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신각에서의 산신의 벌은 추상같이 무섭게 즉각 나타난다. 명산 즉 큰산에 살아서 등산했다가 사고를 당하여 죽어서 하산하는 경우를 두고 산신의 급살을 맞았다고 전한다.

또, 고금을 막론하고, 삼세(三世)를 꿰뚫어보는 투시의 영안(靈眼)을 얻으려면 산신각에서 기도를 해야 영안을 얻을 수 있다. 필자가 아는 아무개 승려는 경북 영주 부석사의 산신각에서 산신기도를 하더니 놀라운 영능력을 얻었다. 어떤 사람이던 척 보면 3대 조상까지 볼 수 있고, 미래를 정확히 예언하는 영능력을 얻은 것이다. 아무개 승려는 서울의 어느 지역에서 점상(占床)을 열었다. 일부 정신나간 속인들은 아무개 승려를 친견하려고 돈 보따리를 싸들고 문전성시를 이룬다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승속을 막론하고 영능력을 얻으려는 사람들은 명산의 산신각을 찾아 으레 산신기도를 드린다. 산신은 불법을 보전하면서 고해 중생이 무례하면 가차없이 신벌을 내리기도 하지만, 영능력을 주는 고마운 신(神)이기도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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