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월사의 뱀
임오년(2002) 여름날에 충북 음성군 삼성면 대정리 대정산에 있는 망월사(望月寺)에서 비구니 청공(晴空)스님으로부터 이와 같이 들었다. 청공스님은 원래 북한산 자락에 자리한 승가사에서 총무일을 오래 보았는데 개인의 수행정진을 위해 승가사를 떠나 앞서의 망월사로 수행지를 옮겼다고 했다. 청공스님은 청정히 계율을 지키면서 오직 기도로써 수행정진을 하여 외양이 맑아 보인다.
청공스님이 6년전 망월사에 주지로 처음 부임해 왔을 때 절도량에는 독 없는 뱀들이 들끓었다. 법당 주변이고 요사채 부근이고 어느 장소를 막론하고, 뱀들이 마치 승려들 포행 하듯이 돌아다니는 것이었다.
청공스님은 뱀을 퇴치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으로 일주일 동안 공양물을 갖추어 산신전에 바치고, 촛불을 밝히고 향을 사루면서 간절히 산신기도를 드렸다. 청공스님은 산신탱화를 향해 마치 하소연하듯 이렇게 소원하였다고 한다.
” 영험하신 산신님. 당신은 부처님으로부터 불법을 잘 보호하시라는 부촉을 받으시어 불교를 믿는 사부대중으로부터 존경과 신앙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망월사에 부임해보니 절도량에 웬 뱀들이 너무도 많이 모습을 나타내어 설치고 다니고 있습니다. 망월사 경내는 산신님의 관할지역이라고 생각하는데, 어찌하여 뱀들을 묵과하시는지요. 뱀들이 전생에 탐욕을 부린 승려들의 업보신(業報身)이라고 전해 옵니다만, 절도량에 뱀이 들끓으면 신도들이 놀라고 부처님 전에 향화를 바치는 발길이 소원해집니다. 하오니 이제부터 산신님의 영험한 능력으로 망월사 도량에 뱀들이 더이상 못 다니도록 즉각 조처를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기도를 마치는 회향날 새벽, 법당에서 청공스님은 좌선 중 비몽사몽간에 호랑이를 개처럼 데리고 다니는 지팡이를 짚은 백발노옹이 나타나 청공스님에게 정중히 사과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스님께서 지적하시니 부끄럽기 한량이 없습니다. 도량에 돌아다니는 자들은 모두 전생에 시주밥만 축내고 공부를 아니한 탐욕스러운 승려들입니다. 스님의 독경소리를 듣고 개과천선하라고 관용스럽게 대해주었더니 그 도를 넘친 것 같습니다. 즉각, 그 자들에게 명하여 사찰에서 떠나도록 조처를 하겠으니 더 이상 심려하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과연 그 후로는 망월사 도량에는 뱀이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