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앵무새의 전생 이야기
이 이야기는 부처님이 기원정사에 계실 때 어떤 비구에 대해 말씀하신 것이다.
전설에 의하면 그는 부처님에게서 업처(業處)의 선정법을 배운 뒤에 구살라 국경마을에 가까운 어떤 숲 속에 살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 비구를 위해 머물 곳 등을 마련해 주고 사람들이 늘 왕래하는 장소에 초막을 짓고 그를 존경하여 섬기었다.
그리하여 장마철이 시작되자고 첫 달에 그 마을은 화재를 만나 타버리고 사람들의 재산은 거의 모두 재가 되고 말았다.
그 때문에 사람들은 그 비구에게 맛난 음식을 줄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사는 곳은 좋은 데도 나쁜 음식에 괴로워하기 때문에 사도(四道)도 사과(四果)도 얻을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3개월의 장마철이 지났을 때, 그는 부처님께 가서 인사하였다. 부처님께서 물으셨다.
「너는 아마 음식에는 곤란을 당했겠지마는 그 거처는 마음에 들었겠지 비구여, 사문은 거처만 좋으면 모든 욕망을 버리고 무엇이나 얻은 음식에 만족하면서 사문의 행을 닦아야 한다.
옛날의 어떤 현인은 짐승으로 태어났을 때, 그가 사는 마른 나무동굴에서 나무가루를 먹으면서도 욕망에 사로잡히지 않고 만족하여, 우정을 버리지 않고 다른 곳으로도 가지 않았었다.
그런데 너는 왜 음식이 모자란 다거니 또 맛나지 않다거니 하면서 그 즐거운 거처를 버렸느냐.」
하고, 그의 청을 따라 그 과거의 일을 말씀하셨다.
『옛날 설산 가운데의 항하 기슭에 우담바라나무의 숲이 있었다.
그 숲에는 수백 마리의 앵무새가 살고 그 중에 한 마리 왕이 있었다.
그는 그가 사는 나무에 열매가 없어지자 남아 있는 것은 그 싹이고 잎이고 껍질이고 풋싹이고 간에 무엇이나 먹고 항하의 물을 마시며, 아주 욕심이 적고 만족하여 결코 다른 곳으로 가지 않았다.
그 욕심이 적고 만족하는 공덕으로 제석천 궁전이 진동하였다.
제석은 깊이 생각하다가 그를 발견하고 그를 시험하려고 그 보통의 힘에 의해 그 나무를 말려버렸다.
그 때문에 그 나무는 구멍투성인 줄기만 남아 바람에 불리면서 서 있었다.
그리고 그 구멍에서 나무가루가 나왔다.
그는 그 가루를 먹고 물을 마시며 다른 곳으로는 가지 않고 바람이나 햇볕에도 관심 없이 그 줄기 꼭대기에 살고 있었다.
제석은 그의 아주 욕심이 적은 것을 알고
「저로 하여금 우정의 덕을 이야기하게 하고 선물을 주되 저 나무에 맛난 열매를 열게 해 주고 돌아오리라.」
생각하였다.
그래서 그는 한 마리 거위 모양으로 변하고. 아수라 처녀의 형상으로 변장한 그 아내 수쟈를 앞세우고 그 숲으로 가서 그 가까이 있는 한 나무에 깃들었다.
그리고 그와 회화를 시작하여 다음 게송을 외웠다.
「그 나무에 열매가 많을 때는
새들이 와서 그 열매를 먹더니
나무가 말라 열매 없음을 알고
새들은 거기 떠나 사방으로 흩어지네.」
제석은 이렇게 말하고 다시 그를 그 나무에서 떠나게 하기 위해 다음 게송을 또 외웠다.
「부리가 빨간 새여, 왜 떠나지 않는가!
아아, 너는 왜 그 마른 나무에 앉아 있는가!
이유 들어보자 봄철의 새여
왜 그 마른 나무 버리지 않나.」
그 때 앵무새의 왕은 제석에게
「거위여, 내가 나무를 버리지 않는 것은
이 나무에 감사하는 생각 때문이다.」
하고 다음 게송을 읊었다.
「아아, 거위여, 벗 중의 벗이란
생사나 고락의 어디에 처했어도
그 성쇠(盛衰)로 그 벗을 버리지 않나니
언제나 진실과 선을 생각하기 때문이네
그러므로 거위여, 나도 친선 다하리.
이 나무는 친척이요 또 내 벗이거니
나는 살기 원하지만 이 나무의 파멸 알고
어떻게 이를 버리고 떠나갈 수 있으리」
제석은 이 말을 듣고 만족하여 그를 찬양 하고는 그에게 선물을 주려고 다음 게송을 외웠다.
「새야, 앵무새야, 나는 지금
너에게 선물을 주려 하나니
네 마음으로 원하는 것 있으면
무엇이나 그것을 내게 청하라.」
「아아, 거위여, 그대가 만일
내게 무엇이나 선물을 주려거든
이 나무를 다시 살려라
그리고 이 나무에 가지가 나고
무성한 거기에 맛난 열매 맺히어
그 과일 아름답게 빛나게 하라」
「보아라, 벗이여, 거룩한 나무 모습
이 우담바라 나무에 너는 살아라.
나무에 가지 나고 열매 맺어 번성하고
맛난 과일 주렁주렁 아름답게 빛나라.」
하고 제석은 거위의 모습을 버리고 그들 부부의 신통의 힘을 나타내어 손으로 항하의 물을 길어와 그 나무줄기에 쏟았다.
그러자 그 나무에는 갑자기 가지가 나고 줄기가무성하며 맛난 열매가 맺어, 이슬 맺힌 여의보산(如意寶山)처럼 아름답게 번쩍이며 빛났다.』
부처님은 이 이야기를 마치시고
『비구여, 이와 같이 옛날의 현인은 짐승으로 태어났어도 탐욕스런 마음이 없었다.
그런데 너는 이런 해탈의 도에 출가해 있으면서 왜 탐욕스런 마음을 버리지 못하는가.
빨리 거기 가서 살아라』
하고
『그 때의 그 제석은 저 아나율이요, 그 앵무새의 왕은 바로 나였다.』고 말씀하셨다.
<본생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