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첩한 거위의 전생 이야기

민첩한 거위의 전생 이야기

이 이야기는 부처님이 기원정사에 계실 때, 다루하담마·수탄다의 교(敎)에 대해 말씀하신 것이다.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비유로 말하리라. 그 힘이 뛰어나게 센 네 사람의 활 꾼이 있다.

그들은 기술이 교묘하고 솜씨가 아주 숙달하였다.

그들이 사방에 서 있을 때 어떤 사내가 와서

「힘이 뛰어나게 센 활 꾼 여러분, 그 교묘한 기술과 숙달된 솜씨로 사방에 서서 활을 쏠 때 그것이 아직 땅에 떨어지기 전에 나는 그것을 붙잡겠다.」

한다면, 비구들이여,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 민첩한 사내는 참으로 뛰어나게 빠르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참으로 그렇습니다. 부처님.」

『그러나 비구들이여, 그 사내의 빠름이나 달과 해의 빠름이나 그보다 더 빠른 것이 있다.

비구들이여, 그 사내의 빠름, 또 달과 해의 빠름, 그 달과 해의 빠름보다 더 빨리 하늘을 날아다니는 여러 신(神)들의 빠름, 그보다 더 빠른 것이 있다.

비구들이여, 그 사내의‥‥‥내지 여러 신들의 빠름, 그보다 더 빨리 우리 수명은 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너희들은 방일하지 않기를 배워야 하느니라.』

이렇게 이 경(잡아함경 제 24)을 말씀하신 뒤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옛날 범여왕이 바라나시의 수도에서 그 나라를 다스리고 있을 때, 보살은 민첩한 거위로 태어나 9만 마리의 거위들에게 둘러 쌓여 심봉산에 살고 있었다.

그는 어느 날 그 무리들과 함께 염부제의 평원(平原)에 가서 어떤 호수에 저절로 나 있는 쌀을 먹었다. 그리고 황금의 자리를 편 듯 그 무리를 데리고 바라나시의 하늘을 날아 우회하면서 심봉산으로 갔다.

바라나시의 왕은 그것을 보고 그 대신들에게

「저 새도 반드시 나와 같이 왕일 것이다.」

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그 새에게 애정을 일으켜, 화만과 피우는 향과 바르는 기름등을 가지고 보살을 우러러보면서 신하들에게 갖가지 음악을 연주하게 하였다.

보살은 왕이 자기에게 경의를 표하는 것을 보고 다른 거위들을 돌아보며 물었다.

「저 왕은 내게 경의를 표하고 있는데 저 대체 무엇을 바라는 것일까-」

「당신과 사귀고 싶어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저 왕과 사귀어 벗이 되자.」

하고 곧 왕과 친교를 맺고 떠났다.

그런데 어느 날 왕이 동산에 나가 늘고 있을 때, 그 새는 아뇩달 호수에 나가 한 날개에는 물을, 한 날개에는 전단향 가루를 가지고 왕에게 왔다.

그리하여 그 물로는 왕의 몸을 씻고 그 전단향 가루는 그 몸에 뿌리고 여럿이 보는 앞에서, 그 무리와 함께 심봉산으로 돌아갔다.

그 뒤로 왕은 못 견디게 보살이 보고 싶어

「오늘은 내 벗이 올 것인가.」

하고 그가 날아오는 길을 바라보며 앉아 있었다. 때에 보살을 따르는 두 마리 젊은 거위가 있었다.

그들은 태양과 달리기 시합을 하려고 보살에게 그 사정을 이야기하였다. 보살은

「태양의 빠름은 대단한 것이다. 젊은이들아, 태양과 달리기 시합이란 될 수 없는 일이다.

너희들은 반드시 도중에서 지고 말 것이다. 결코 가서는 안 된다.」

하고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재삼 허락하기를 청하였다. 보살은 세 번까지 그들을 만류하였다.

그들은 고집 세게도 그들의 힘은 생각하지 않고 보살에게는 알리지 않은 채, 태양이 아직 오르지 전에 달리기 시합에 나갔다. 그리하여 유간다라산 꼭대기에 앉아 있었다.

보살은 그들이 보이지 않으므로 그 간 곳을 물어 알고는 혼자 생각하였다.

「저들은 태양과 달리기 시합이란 될 수없는 일이다. 반드시 도중에서 죽고 말 것이다. 나는 저들의 목숨을 건져 주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그도 유간다라산 꼭대기에 가서 앉아 있었다.

조금 있다 해가 오르자, 그 두 마리 젊은 거위는 일어나 태양과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보살도 그들과 함께 하늘로 날았다.

그런데 한 마리 거위는 오전 중에 벌써 피로해 날개 붙은 곳에 불이 붙는 듯 뜨거움을 느꼈다.

그는 보살에게 신호를 주어

「형제여, 나는 이제 그만이다.」

하고 구원을 청했다. 보살은

「두려워하지 말라. 나는 네 목숨을 건져주리라.」

하고, 그 날개로 장롱처럼 그를 싸서 위로하면서 심봉산으로 돌아와 여러 거위들 복판에 그를 두었다.

그리고 그는 다시 날아 태양이 있는 곳으로 가서 다른 한 마리와 함께 날아갔다.

그 한 마리도 한낮이 가까이 되자 그만 피로해, 날개 붙은 곳에 불이 붙는 듯한 뜨거움을 느꼈다.

그리하여 보살에게 신호하여

「형제여, 나는 이제 그만이다.」

하고 구원을 청하였다.

보살은 먼저와 같이 그를 위로하고는 날개를 장롱처럼 만들어 그를 싣고 심봉산으로 데리고 돌아왔다.

그때 태양은 하늘 한복판에까지 왔다. 이때 에 보살은

「오늘은 내 체력을 시험해 보리라.」

하고 어떤 속도로 날아 유간다라산 꼭대기에 이르러 거기 앉았다.

그리고 거기서 일어나 다시 어떤 속도로 태양이 있는 곳으로 가서, 어느 때는 앞서고 어느 때는 뒤가 되어 날으고 있다가

「내가 태양과 달리기 시험하는 것은 쓸데없는 일이요, 또 생각 없는 일이다.

이런 짓을 해서는 무엇하겠는가. 차라리 바라나시로 가서 내 벗 왕에게 의리가 있고 바른 법이 있고 그에게 유익한 이야기를 해주자.」생각하고는 날음길을 돌렸다.

그리하여 태양이 아직 하늘 한복판을 지나기 전에 철위산(鐵圍山)을 끝에서 끝까지 모두 날아 넘고, 다음에는 속도를 늦추면서 또 염부제를 끝에서 끝까지 모두 날아 넘어 바라나시에 도착했다.

12 유순이나 되는 바라나시 수도는 모두 거위에 덮인 것처럼, 빈틈도 보이지 않을 만큼 빨리 날아돌았다.

그러나 차츰 속도를 늦추어 공중에서 내려와 왕궁의 창 앞에 멈추었다. 왕은

「내 벗이 왔다.」

하고 매우 기뻐하면서 그가 앉을 황금의 대(臺)를 만들었다. 그리고

「자, 들어오십시오. 부디 여기 앉으십시오.」

하면서 다음 게송을 외웠다.

「여기 와 않아라, 거위여

그대의 모습, 내게 친하다.

그대 여기 오면 주인이거니

아무도 두려워 말고 나와 말하자」

보살은 그 황금의 대에 앉았다.

왕은 백금이나 천금의 값어치 있는 바르는 기름을 그 날개 밑에 발라 주고, 또 황금 쟁반에 담은 맛난 밥과 단 사탕 물을 그에게 대접했다. 그리고 친히 친절하게 물었다.

「벗이여, 혼자 왔습니까, 어디서 왔습니까.」

그는 왕에게 그 동안의 일을 자세히 이야기했다.

그러자 왕은 또 말했다.

「벗이여, 태양과 달리기 시합하는 그 빠름을 내게 보여 주실 수 없습니까.」

「대왕님, 그 빠름을 보여 드릴 수는 없습니다.」

「그러면 그와 비슷한 무엇을 보여 주십시오.」

「좋습니다. 대왕님, 그와 비슷한 것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그러면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화살을 빨리 쓰는 활 꾼을 모아 주십시오. 왕은 그런 활 꾼을 모았다.」

보살은 그 중에서 네 사람을 뽑아 왕궁에서 광장(廣場)으로 나왔다.

거기서 하나의 돌기둥을 세우고 자기 목에는 작은 방울을 달고는 그 돌기둥 꼭대기에 앉았다.

그리고 네 사람의 활 꾼을 각각 돌기둥 가까이서 사방을 향해 세우고는

「대왕님, 이 네 사람에게 동시에 사방을 향해 네 개의 화살을 쓰게 하십시오.

나는 그들 화살이 땅에 떨어지기 전에 잡아 와서, 그것을 그들 발 앞에 떨어뜨려 보이겠습니다.

내가 화살을 몰아 간 것은 내 목에 달린 방울소리로 알 것입니다. 내 모양은 보이지 않을 터이니까.」

하고 하였다.

그리하여 그들이 동시에 쓴 네 개 화살을 어려움 없이 붙잡아 와서 그들 발 앞에 떨어뜨리고, 그 돌기둥 꼭대기에 앉아 그 모양을 사람들 앞에 나타내었다. 그러고 그는

「대왕님, 내 빠름을 보셨겠지요.」

하고 다시

「대왕님, 이 빠름은 우선 이런 것입니다.」

하였다. 그러자 왕은 또 물었다.

「벗이여, 그러면 당신의 빠름보다 더 빠른 것이 달리 있습니까?」

「있고 말고요, 대왕님, 저 중생들의 수명은 내 최상의 빠름보다 백배, 천배, 내지 10만 배도 더 빠르게 지나가는 것입니다. 그것은 그처럼 빠른 것입니다. 그처럼 빠르게 파괴되는 것입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한 순간 동안 멸한다는 것으로부터 형상 있는 모든 파괴 되어가는 것을 설명했다. 왕은 보살의 이 말을 듣고 죽음의 두려움에 휩싸였다.

그리하여 의식을 완전히 가질 수 없어 벌벌 떨면서 땅바닥에 쓰러졌다.

그러자 사람들도 다 떨면서 왕의 얼굴에 찬 물을 끼얹어 왕은 겨우 그 의식을 회복했다. 보살은 왕에게

「대왕님,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죽음의 의식을 가지십시오. 바른 법을 행하고 보시 등 복덕을 쌓으십시오. 부디 게으르지 마십시오.」

하고 훈계했다. 왕은

「벗이여, 나는 당신과 같은 지혜를 갖출 스승님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습니다. 부디 심봉산을 떠나 여기 계시면서 내게 법을 가르치는 내 스승님이 되어 주십시오.」

하고 원하면서 다음 게송을 외웠다.

「어떤 이에게는 소리 듣고 사랑이 가고

어떤 이는 그 모습 보고 욕심이 사라진다

보고 또 듣고 사랑하는 이도 있는데

너는 봄으로 해서 내게 사랑 일어나네.

네 소리 듣고도 사랑스럽고

네 모습 보면 더욱 사랑스럽네.

그처럼 사랑스런 모습 너는 가졌나니.

거위여, 너는 언제나 내 결에서 살아라.」

보살은 다음 게송으로 말하였다.

「언제나 계속해 나를 존중한다면

나는 그대의 집에 살리라.

그러나 너는 언젠가 술에 취하여

<그 거위 삶아 오라> 말할 때가 있으리」

왕은

「그렇다면 지금부터는 취하는 음료는 일체 먹지 않겠다.」

고 약속하면서 다음 게송을 읊었다.

「너보다 훌륭하여 내 사랑 받는

다른 음식 있으면 저주받아라.

네가 우리 집에 사는 한에는

나는 취하는 물건 마시지 않으리.」

이 말을 듣고 보살은 다음 게송으로 말하였다.

「승냥이나 이리나 매나 솔개의 소리

그것들은 내게 잘 이해되리라.

그러나 왕이여, 인간의 소리는

저것보다 이해하기 더욱 어렵다.

사람들은 마땅히 생각하여야 하네.

<그는 혈연(血緣)의 벗, 그는 내 동무>라고

그러나 먼저는 함께 기뻐하다가

뒤에 가서는 적이 되고 마는 것을

마음이 통하는 자, 그는 진정 떠난 자가 아니네.

함께 살거나 멀리 떠나 살거나

눈앞에 있더라도 마음 함께 안 있으면

그는 참으로 떠나 있는 자이네.

안으로 그 마음 깨끗하게 가지면

큰 바다 저 쪽에 있어도 그 마음 깨끗하리.

안으로 그 마음에 더러움이 있으면

큰 바다 저 쪽에 있어도 그 마음 더러우리.

그대 원수가 그대와 함께 살고 있지만

그 마음은 떨어져 있나니, 조어자(調御者)의 주인

그대 왕이여

그 마음은 떠나 있어도 그대와 좋은 사람들.

그 마음은 가까이 있으리

그대 나라를 기르는 자여.

너무 오랜 동안 떨어져 있으면

사랑하는 사람도 사랑하지 않게 되리.

나는 그대 하직하고 이 수도를 떠나리.

나는 그대 사랑받지 못하게 되리.」

왕은 또 다음 게송을 외웠다.

「이렇게 내가 간절히 원하여

합장함을 너는 이해하지 못하네.

너를 따라 모시는 우리의 말에

너는 그 귀를 기울이지 않더라도

나는 다시 너에게 그래도 청하나니.

언제고 다시 날아올 때 있으라고.」

이 말을 듣고 보살은 답하였다.

「만일 이렇게 우리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이 없을 때에는

대왕이여, 당신이나 또 내게도

그러할 때가 오면, 이 나라를 기르는 이여

우리는 서로 만날 때 있으리니.

마치 밤과 낮이 서로 번갈아 지나가는 것처럼」

보살은 이렇게 왕에게 말하고 심봉산으로 돌아갔다.』

부처님은 이 이야기를 마치시고

『비구들이여, 이렇게 나는 전생에도 동물로 있으면서 목숨이란 파괴되기 쉬운 것이라고 설법하였다.』

하시고,

「그 때의 그 왕은 지금의 저 아난다요, 그 한 마리 젊은 거위는 저 목건련이며, 또 그 한 마리는 저 사리불이요, 그 거위 무리들은 나를 따르는 사람들이며, 그 민첩한 거위는 바로 나였다.」

고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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