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시 비구의 본생

보시 비구의 본생

이 이야기는 부처님이 기원정사에 때, 보시를 행하는 어떤 비구에 대해하신 것이다.

어느 때 그 비구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거기에 공명(共鳴)해 출가한 뒤로는 보시를 행하면서 그것을 즐거움으로 삼고 살았다. 그릇에 음식을 받으면 남에게 나누어주지 않고는 마시지 않았다.

그래서 부처님은 그를 위해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옛날 범여왕이 바라나시에서 나라를 다스리고 있을 때, 보살은 어떤 부유한 집에 태어나 청년이 되어서는 재산을 관리하고 있다가 그 아버지가 죽은 뒤에는 가산을 물려받았다.

어느 날 그가 가산을 돌아보고

「여기 재산이 있다. 그런데 이것을 어떻게 이용하면 좋을까. 나는 이것을 모두 보시를 행하자.」

생각하고는 시물당(施物堂)을 세우고 일생동안 큰 보시를 행하였다.

그러다가 죽을 때가 되어서는

「이 보시의 행을 대대로 끊이지 않게 하라.」

고 자손들에게 유언하고 도리천의 제석으로 바꿔 났다.

그 아들도 아버지처럼 보시를 행하고 그 아들에게 같은 교훈을 남기고 죽어서는 챤다[月]천자로 바꿔났다. 다음에 그 아들은 수리야[日]가 되고, 그 다음 아들은 마부 마타리가 되었으며, 또 그 아들은 반챠시캬(五頂)로 바꿔 났다. 그런데 6대째의 주인은 신심이 없고 완고한데다가 애정도 없고 또 인색하였다.

보시당을 부수어 태워버리고 거지를 때려 쫓는 등, 풀잎 끝에 붙은 한 방울 기름조차주지 않았다.

그 때 제석천왕은 그 자손들의 행위에 의해 과연 그 보시의 유업(遺業)이 이어져 갈 것 인가를 관찰하여 「6대째 아들은 그 유업을 중단하고 있음」

을 보았다. 그래서 그는 생각하였다.

「저 나쁜 행위를 제지시키고 보시의 과보를 알려 주어야 하겠다.」

그리하여 챤다·수리야·마타리·반챠시카 등을 불러

「우리 가계에서 6대째의 저 주인은 보시당을 부수어 불에 살라버리고 거지를 내쫓는 등 아무 것도 보시하지 않는다. 우리는 저를 교화 시키자.」

하고 모두 바라나시로 함께 갔다.

그 때 부유한 그 주인은 통치 사무를 마치고 나와 일곱째 문의 창고 있는 데서 거리를 바라보며 거닐고 있었다. 제석은 그네 사람들에게

「그대들은 내 뒤를 따라오라.」

「바라문님, 우리 집에는 요리한 음식도 없고, 또 그 재료도 없습니다. 다른 곳에가 보시오.」

하고 그 부유한 주인 가까이 가서

「장자님, 우리에게 음식을 주시오.」하였다.

「큰 장자님, 나는 당신을 위해 시를 읊겠습니다. 들어 주십시오.」

「아니, 나는 당신 시를 들을 필요가 없습니다. 여기 섰지 말고 다른 곳으로 가시오.」

그러나 제석은 이 말을 들은 체도 않고 다음 게송을 읊었다.

「현자는 준비한 것 없어도

남을 위해 음식을 만드는데

그대는 다 준비되어 있으면서

주지 않는 것 너무하지 않는가

인색하고 방탕한 자로부터는

보시는 주어지는 것 아니다

행복을 바라는 이만이 보시하나니

이것은 현자의 하는 일이다.」

주인은 이 말을 듣고

「그렇다면 집에 들어와 앉으시오. 조금은 공양하지요.」

하였다. 다음에는 찾아가 앞으로 나가 공양을 청하였다.

「당신에게 줄 음식은 없습니다. 그만 가십시오.」

하고 주인이 말했을 때 챤다는

「큰 장자님, 당신 집에는 바라문 한 사람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 그를 공양할 음식이 있겠지요.

나도 들어가겠습니다.」

고 하였다. 주인은

「아니, 결코 바라문에게 공양하는 일이 없습니다. 나가주십시오.」

하였다. 그러나 챤다는 다음 게송을 읊었다.

「어떤 일을 당해 인색하여 두려워하면서

조금도 보시하지 않는 그 사람

그는 보시하지 않기 때문에

거기에는 언제나 두려움 있다

물건을 아껴 인색한 자는

굶주릴까, 목마를까 두려워 한다

이승에서나 저승에서나 이 두려움은

우치한 사람을 괴롭히는 것이다.」

장자는 이 말을 듣고

「그러면 안으로 들어오시오 조금은 드리지요.」

하였다. 그러하여 챤다는 안에 들어가 제석 가까이 앉았다.

조금 뒤에 수리야와 마타리 등이 와서 청하였다. 그 때 장자는 하녀를 불러

「이 바라문님들에게 벼쭉정이를 조금 주라.」

고 명령하였다. 하녀는 벼쭉정이를 조금 가지고 바라문 곁에 와서 말했다.

「이것을 가지고 어디로나 가서 밥을 지어 자십시오.」

「우리는 벼쭉정이와 관계가 없소.」

하녀는 장자에게 말했다.

「주인님, 저 바라문님들은 벼쭉정이와는 관계가 없다 하십니다.」

「그렇다면 백미(白米)를 주어라.」

하녀는 백미를 가지고 나와 말했다.

「이것을 받으십시오.」

「우리는 날 것은 받지 않소.」

「주인님, 이분들은 날 것을 받지 않는다하십니다.」

「그렇다면 냄비에 소죽을 끓여다 주어라.」

하녀는 냄비에 소죽을 끓여 가지고 와서 바라문들에게 주었다.

다섯 바라문들은 다 한 입 씨 가득 먹었으나 그것이 목에 걸려 눈을 돌리면서 토해내고는 죽은 사람처럼 쓰러졌다. 하녀는 그것을 보고는 죽었다 생각하고 당황하여 장자에게 가서

「저 바라문들이 소죽을 먹다 삼키지 못하고 다 죽어버렸습니다.」

고 하였다. 장자는

「(이 나쁜 놈들, 갸륵한 바라문에게 소족을 주어 그들은 그것을 삼키지 못하여 죽어버렸다)고 비난할 것이다.」

생각하고 하녀에게 명령하였다.

「빨리 가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냄비의 소죽을 치워버려라. 그리고 아주 맛난 음식을 준비하여라.」

하녀는 시키는 대로 하였다. 장자는 거리에 나가 사람들을 불러 모아 놓고

「나는 언제나 내가 먹는 음식을 이 바라문들에게 공양하였는데 이들은 탐욕스럽게 그것을 굵게 뭉쳐 먹다가 목이 메이어 죽고 말았습니다. 내게는 아무 과실이 없다는 것을 이것으로 알 수 있겠지요.」

하며 변명 하였다. 그때에 바라문들은 일어나 군중들을 돌려보며

「이 장자의 거짓말을 보십시오. 제가 먹는 음식을 주었다고 하지만 먼저 우리에게 소죽을 주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죽은 듯이 누워 있는 동안에 이 음식을 준비한 것입니다.」

하고 각각 입에서 그 먹은 소죽을 땅바닥에 토해 내어 사람들에게 보였다. 사람들은 장자를 비난하였다.

「이 엉터리 바보, 자기 집의 전통인 법을 깨뜨려 보시당을 부수고 거지의 목덜미를 잡아 쫓아낸 사람은 바로 너다. 이런 거룩한 바라문에게 음식을 공양한다 하면서 소죽을 주었다.

저 세상에 갈 때 너는 반드시 네 집 재산을 목에 걸고 갈 것이다.」

그 때 제석은 군중에게 물었다.

「당신네는 이 집 재산이 누구의 것이었던지 아십니까.」

「아니, 우리는 모릅니다.」

「당신네는 옛날 이 거리에 보시당을 세우고 큰 보시를 행하던 바라나시의 큰 호상이 있있다는 말을 못 들었습니까.」

「들었습니다. 그것은 들은 일이 있습니다.」

「그 장자가 바로 나입니다. 나는 보시를 행하였기 때문에 제석이라는 천신(天神)의 왕으로 바꿔난 것입니다. 내 아들도 네 유업을 깨뜨리지 않고 챤다 천왕이 되었고 그 아들은 수리야, 그 아들은 마타리, 또 그 아들은 반챠시카로 바꿔났습니다. 그들 중의 이이는 챤다, 이이는 수리야, 이이는 마타리, 이이는 이 악인의 아버지 되는 건달바의 아들 반챠시카입니다. 이렇게도 보시는 복덕이 많은 것입니다. 현자는 부디 선한 일을 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그는 군중의 의심을 풀어 주기 위해 공중에 올라가 큰 위력으로 많은 종자를 거느리고 광명을 놓으면서 서 있었다. 온시가도 다 그 광명에 빛나는 것 같았다.

그때 제석은 군중들에게 큰 소리로 말하였다.

「우리는 스스로 천상의 영광을 버리고 내려와 우리 가계의 최후에 나타난, 우리가계를 더럽힌 악인인 바라리코샤에게 온 것입니다.

이 악인은 우리 가계의 유훈을 없애어 보시당을 불태워버리고 거지의 목덜미를 잡아 내쫓으면서 우리 가훈을 버렸습니다. 이이는 보시의 가르침을 부정하였기 때문에 반드시 지옥에 떨어질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를 가엾이 여겨 여기 내려온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보시의 덕을 보이며 그들에게 설법 하였다.

바라리코샤는 합장하고 다음과 같이 맹세하였다.

「천신님, 나는 지금부터는 가훈을 버리지 않고 보시를 행하겠습니다.

나는 지금부터는 한 방울 물이나 양치물이나 내지 적어도 내가 얻은 음식을 남에게는 주지 않고는 결코 먹지 않겠습니다.」

제석은 그를 훈계하여 자제시키고 5계를 준 뒤에 그 네 사람들과 함께 천상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장자는 일생 동안 보시를 행하여 도리천에 나게 되었다.』

부처님이 이 법화를 마치고

『비구들이여, 이렇게 이 비구는 전생에는 아무 것도 보시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 비구를 훈계하여 보시의 과보를 알렸기 때문에 그는 생(生)을 바꾸었어도 그 마음을 버리지 않은 것이다.』하시고

『그 때의 그 장자는 지금의 저 보시 비구요, 그 챤다는 저 사리불이며, 그 수리야는 저 목건련이요, 그 마타리는 저 가섭이며, 그 반챠시카는 저 아난다요, 그 제석은 곧 나였다.』고 말씀하셨다.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항목은 *(으)로 표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