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비왕본생
옛날 염부제 제바성에 시비왕이라는 아주 자비심이 많은 왕이 있었다.
왕의 나라는 땅이 기름지고 백성이 많아서 평화와 안정을 누리고 있었다.
그런데 왕은 백성이 무엇이고 부족한 것이 있어 구하러 오면 아까운 것 없이 척척 내어주곤 하였다.
그 때 하늘에 있는 제석천이 이 광경을 보고
「저 놈이 저렇게 자비를 행하다 죽으면 필경 그 공덕으로 뛰어난 복덕을 가진 하늘신이 될 것이니 그렇게 되면 나의 지위가 위태롭게 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문득 한 꾀를 생각하고 그의 신하에게 일렀다.
신하는 그의 말을 듣고 곧 한 마리의 얼룩 새가 되어 시비왕이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이 때 신은 자신이 한 마리의 매가 되어 얼룩 새의 뒤를 쫓아갔다.
시비왕은 보통 때와 같이 보시를 하고 있는데 별안간 얼룩 새가 날아와서,
「왕이여, 나는 지금 매에게 쫓기고 있습니다. 청컨대 너그러운 정으로 구원을 베푸서.」
하고 왕의 겨드랑이 밀에 숨어 꼼짝 달싹하지 않았다.
조금 있다가 한 마리의 매가 날아왔다.
「왕이여 나는 몹시 배가 고픕니다. 청컨대 얼룩 새를 내어 주소서.」
하고 말했다. 왕은 자비가 깊은 왕이였으로,
「얼룩 새는 나를 믿고 온 것이므로 너에게 줄 수 없다.」
「왕이여, 그것은 말씀이 틀리지 않습니까? 얼룩 새만 살고 나는 죽으란 말입니까?」
왕은 매가 하는 말도 옳다고 생각하고
「다른 고기를 주면 어떤가.」
물었다.
「다른 고기를 주시려면 피가 뚝뚝 떨어지는 생고기를 주십시오.」
왕은 칼을 들고 그의 넓적다리를 잘라 매에게 주었다. 그러나 매는,
「왕이여, 그것이 얼룩 새 대신이라면 얼룩 새와 똑같은 무게로 주지 않으면 안됩니다.」
「좋다. 그대가 꼭 그렇게 원한다면 나는 내 살을 아끼지 않으리라.」
하고 왕은 곧 저울을 가져다 한쪽 접시에는 얼룩 새를 놓고 또 한쪽 접시에는 자기가 벤 살을 놓았다. 그러나 아무런 살을 베어 놓아도 얼룩 새의 무게와는 같아지지 않았다.
마침내 왕은 그의 몸 가운데 살을 점점이 오려 내다가 그대로 쓰러졌다. 매는 감동했다.
그 많은 살을 몸 가운데서 베어내면서도 조금도 괴로워하지 않는 왕을 보고,
「대왕님, 대왕님은 무엇 때문에 이런 고통을 겪어 가면서 보시행을 닦고 계십니까.」
「나는 죽어서 천상에 남아 제석의 몸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부처가 되어 일체 중생을 구하기 위해서이다.」
신은 자신의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었던가를 뉘우치고 왕께 사과하고 곧 천상에 올라가 하늘의 묘한 약을 가지고 와 왕의 몸에 바르니 곧 왕의 상처는 거짓말 같이 아물고 더욱 훌륭한 빛을 발하게 되었다.
부처님은 이 설화를 마치고 『그 때의 시비왕은 오늘 나이다.』하였다.
<六度集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