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태자와 악우태자
바라나국에 선우 악우 두 태자가 있었는데 형 선우는 보시를 좋아하고 동생 악우는 사리사욕에 급급하였다.
그런데 선우가 보시할 돈이 떨어져 하늘에 기도하니 제석천왕의 화신 해문선이 나타나 여의주를 구해준다 하였다. 선우가 해문선을 따라간다 하니 악우도 같이 가기를 원했다.
형제가 해문선을 따라 어느 바닷가에 이르니 폭풍이 요동하여 행차를 마음대로 할 수 없으므로 동생 악우는 바닷가 숲 속에 있기로 하고 형 선우만 따라갔다.
용궁 깊숙히 들어가니 용왕이 영접했고 태자의 소망을 따라 여의주 한 개를 주었다.
선우가 바닷가에 이르러 아우를 만났으나 워낙 지친 탓으로 깊은 잠에 빠졌다.
여의주를 본 악우는 갑자기 욕심이 생겨 자는 형의 두 눈알을 뽑아 버리고 여의주를 가지고 나라에 가 부왕께 사뢰었다.
「형 선우는 폭풍으로 죽고 오직 홀로 돌아 왔습니다.」
부왕은 한편 좋아하면서도 한편 슬펐다. 특히 태자비의 슬픔은 말로 형언할 수 없었다.
한편 선우는 야반에 눈을 잃고 전전긍긍하다가 마침 지나가는 행인을 만나 숲 속에서 벗어났다.
「어찌하여 이 모양이 되었습니까?」
「산에서 도둑을 만났습니다.」
행인은 매우 안되게 생각하며 거문고 하나를 주었다.
태자는 그것을 의지하여 천하행걸(天下行乞)아 되어 금일 충청도 명일 전라도 식으로 유행하였다.
몇 해가 지난 뒤 따스한 봄이 되어 있다.
나라에서는 봄꽃놀이를 하기 위하여 대왕 대비마마와 후비 시녀 악사, 무녀 궁녀 대신등수 천명의 시민들이 어울려 놀러 나왔는데 선우태자는 그것도 모르고 그곳 가까운 곳에서 거문고 줄을 처량하게 뜯었다 마침 그때 그 곳에 나왔던 태자비가 그 소리를 듣고 너무나도 귀에 익은 곡이라 그 곳을 찾아가 보니 옛 자기 남편이 아닌가?
「태자님.」
너무나도 뜻밖의 일이라 말 한마디 하고는 그만 울음을 터뜨렸다.
죽었던 사람이 돌아온 것이다.
대장 대비가 친히 그 곳곳에 나아가 선우를 모시고 오니 악우는 이 말을 듣고 도망쳐 버렸다.
선우는 전후사정을 이야기 하자 대비마마가 하늘을 우러르며 외쳤다.
「천지신명이시여, 산천지신이시여, 지하수부이시여, 내 아들의 말이 진실이라면 곧 눈이 맑아지소서.」
이 소리에 맞추어 태자비는 태자의 눈을 세 번 혀로 훑어주었다.
정성은 헛되지 않아 빠진 눈이 저절로 밝아졌다.
그래서 태자는 그 곳에 나온 사람들을 위해서 동생 악우가 가지고 왔던 여의주를 모시고 한량없는 재보를 마음껏 생산하여 무상보시 하였다.
그때의 악우는 데바이고 선우는 오늘 석가모니 부처님으로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