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구본생(比丘本生)
부처님이 어느 때 코올라국에 계셨는데 하루는 여러 비구들과 함께 길을 가다가 홀로 빙그레 웃으셨다. 아란이 물었다.
「세존이시여, 어떠한 인연으로 그렇게 웃으시나이까?
아직까지 한번도 부처님께서는 홀로 웃으시는 것을 보지 못하였는데 무슨 보지 못할 것을 보시기라도 하셨습니까?」
「아니다. 아란아 이 곳은 옛날 가섭여래께서 나에게 법을 설해 주시던 곳이다. 어찌 생각이 없겠느냐?」
하고 다음과 같은 설화를 들려주셨다.
『옛날 이 곳은 베발링카라 불리운 마을이었다.
이 마을에 한 사람의 브라아만이 있었고 그의 아들에 웃타라마랍이 있었는데 그는 항상 도사(陶師) 난디파알라와 친히 지냈다.
난디파알라 도사는 일찌기 가섭 부처님께 귀의하여 3보를 공경하고 사체(四諦)를 닦아 계, 정, 혜를 성취하였다.
살생을 떠나고 죽지 않는 것을 갖지 않으며, 항상 보시를 즐겨 대가를 바라지 않고 아까와 하는 마음이 없어 항상 마음이 평안하였다.
집에는 눈 먼 두 부모님이 계셨는데 그들은 길을 보고 걷지 못하므로 그는 언제나 길잡이가 되어 부모를 모시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게 하였다.
그는 비록 재가 생활을 하고 있었으나 출가 비구와 같이 말과 행동이 바르고 깨끗했다.
어느 날 아침 일찍 일어나 몸과 머리를 씻고 가섭부처님을 뵙고 돌아오다가 말을 타고 산책길에 나왔던 친구 마랍을 만났다.
「벗이여, 아침 일찌기 어디를 갔다 오는가?」
「부처님을 뵙고 온다.」
「벗이여, 나는 까까머리 중, 부처님 같은 것은 보고 싶지도 않던데 너는 무슨 이익이 있어 그런 사람을 섬기고 존경하는가?」
하고 마랍은 난디파알라를 놀려댔다.
난디파알라는 화가 치밀어 그의 머리를 잡고 말에서 끌어 내렸다.
「부처님을 비방한 죄는 크다 참회하면 놓아주려니와 그렇지 않으면 결코 놓지 않겠다.」
「좋다. 내가 참회하겠다. 그러나 부처님을 찾아뵙고 문답을 겨루어서 지면 참회 하겠다.」
「그렇다면 나와 같이 가자.」
이리하여 두 사람은 서로 어깨를 껴안고 가섭 부처님을 찾아갔다.
「어떤 것이 불법입니까?」
「거만하지 않는 것이 불법이다.」
「어떤 것이 거만한 것입니까?」
「남을 업신여기고 남을 놀리는 것이 거만한 것이다.」
「어떻게 그 마음을 항복받으리까?」
「거짓 없고 살의(殺意)없고, 범행을 즐기며, 혼침하지 말라 마음에 탐진치가 없으면 곧 모든 선을 성취하여 스스로 그 마음이 밝아지리라.」
마랍은 엎드려 절하고,
「무상이 살(矢)과 같습니다. 어찌 부처님을 비방하고 진리를 믿지 않겠습니까?
허락하신다면 출가하여 불법을 닦겠습니다.」
「좋다. 마랍이여, 너의 친구 난디파알라는 양친이 눈이 어두어 집에 있어 도를 닦지만 너는 부모님이 허락 하신다면 출가하여 수행함이 좋으리라.」
그는 곧 집으로 돌아가 부모님의 허락을 받고 부처님 밑에 출가하여 그 부처님을 따라 모시며 불도를 수행하였다.
부처님은 이 설화를 설해 마치고 『그 때의 마랍이 불도를 처음 듣고 출가한 곳이 바로 이 곳이고 그때의 마랍은 곧 오늘 나이니 어찌 의미가 없겠는가』하고 웃으셨다.
<中阿含經 王相應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