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나카현자의 전생이야기
이 전생 이야기는 부처님이 기원정사에 계실 때, 반야바라밀에 대해 말씀하신 것이다.
『옛날 쟈나카왕이 바라나시에서 나라를 다스리고 있을 때, 보살은 어떤 바라문 가정에 태어나 그 이름을 세나카 동자라 하였다.
그는 성년이 되자 득차시라에 가서 온갖 기술을 배우고 바라나시에 돌아와 왕을 뵈었다.
왕은 그를 보사(輔師)로 삼고 큰 명예를 주었다.
그는 왕에게 속사와 성사를 다 가르치고 사람을 매혹하는 말로 설법하는 사람이 되어 왕에게 5계를 지키게 하고 또 보시 포살·10선 등 선도를 지키게 했다. 그래서 전국이 부처님이 나타난 때와 같았다.
반달마다 왕과 부왕(副王)등 사람들은 모여 법당을 준비하였다.
보살은 법당에 준비된 영양(羚羊)가죽의자 복판에 앉아 부처님의 위의로 설법하여 그 가르침은 모든 부처님의 설법과 같았다.
그 때 어떤 늙은 바라문이 돈을 얻으러 다니다가 1천카하바나를 얻어 어느 바라문집에 맡기고 다시 구걸하러 갔다. 그가 떠난 뒤에 그 집에서는 그 돈을 다 써버렸다.
그가 돌아와 돈을 달라 했을 때, 그 바라문은돈을 돌려줄 수 없기 때문에 그 딸을 그의 아내로 주었다.
그는 그녀를 데리고 바라나시에서 멀지 않는 어느 바라문에 자리를 잡고 살았다.
그녀는 젊기 때문에 그 애욕을 만족시키지 못해 어떤 젊은 바라문과 정을 통했다.
만족할 줄 모르는 것에 열여섯 가지가 있다. 열여섯이란,
바다는 모든 강물에 대해 만족할 줄 모르고, 불은 연료에 대해 만족할 줄 모르며
왕은 나라에 대해 만족할줄 모르고, 어리석은 이는 악행에 대해 만족할 줄 모르며,
여자는 애욕과 화장과 아이 셋에 대해 만족할 줄 모르고
바라문은 찬가(讀歌)에 대해 만족할 줄 무르며, 좌선하는 이는 고요히 앉는 데 대해 만족할 줄 모르고,
학식 있는 이는 명예에 대해 만족할 줄 모르며,
욕심이 적고 만족할 줄 아는 이는 공덕을 닦는 일에 대해 만족할 줄 모르고
노력가는 용기 얻는 일에 대해 만족할 줄 모르고, 유식한 이는 모임에 대해 만족할 줄 모르며,
신자(信者)는 교단의 봉사에 대해 만족할 줄 모르고. 공양하는 이는 보시에 대해 만족할 줄 모르고
현자는 법을 듣는 일에 만족할 줄 모르는 것이 그것이다.
그 바라문의 딸도 애욕에 만족할 줄 모르고 남편을 업신여기면서 거리낌 없이 악행(惡行)을 행하려 하였다. 어느 날 그녀는 기운 없이 앉아 있다가 그 남편이
「여보, 왜 그렇게 기운이 없이 앉아 있는가.」
하고 물었을 때, 그녀는
「여보시오, 나는 당신 집에서 일할 수 없습니다. 하녀를 데려와 주십시오.」
하였다.
「여보, 내게 무슨 돈이 있어 하녀를 들이겠소.」
「구절을 해서라도 돈을 모아 하녀를 데려다 주십시오.」
「여보, 그러면 여행에 필요한 물품을 준비해 주시오.」
그녀는 단단한 보리과자와 단단하지 않은 보리과자를 가죽 부대에 넣어 그에게 주었다.
그는 마을과 도시와 성 밑으로 돌아다니면서 7백 카하바나를 벌었다. 그는
「이만한 돈이면 하녀와 하인을 들이기에 충분하다.」
생각하고 돌아와 자기 사는 마을을 가까이에 왔다.
그는 어느 들가에 이르러 부대를 열고 보리과자를 먹고는 부대를 열어놓은 그대로 두고 물을 마시러 내려갔다.
그 때 어떤 나무구멍에 사는 정은 뱀이 과자 냄새를 말고 부대 안에 들어가, 그 과자를 먹으면서 사리고 앉아 있었다.
그는 돌아와 부대 안은 보지 않고 그 부대를 묶어 어깨에 메고 길을 떠났다.
그 도중에 어떤 나무에 깃든 목신은
「바라문이여, 만일 네가 도중에서 자면 네가 죽을 것이요,
오늘 집에 돌아가면 네 아내가 죽을 것이다.」
하고 사라졌다.
그는 둘러보았으나 목신이 보이지 않았으므로 놀랍고 또 두려워 슬피 울면서 바라나시의 성문까지 왔다.
마침 그때는 보름날 포살이 있었으므로 잘 장식한 법좌에 앉아 보살이 설법하는 날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향과 꽃을 들고 여러 단체가 되어 설법을 들으러 가고 있었다.
바라문은 그들을 보고 어디 가는 길인가고 물었다. 그들은
「바라문이여, 오늘은 세나카 현자가 아름다운 음성과 부처님의 위의로 설법하는 날인 줄을 그대는 모르는가.」
고 하였다. 그는
「현자가 설법한다고 한다. 나는 지금 죽음의 두려움에 덮치어져 있다. 현자는 큰 고민도 고칠 수 있을 것이니, 나도 거기 가서 그 설법을 듣자.」
고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그들과 함께 거기 가서, 부대를 지고 죽음의 공포에 떨면서 그 법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않았다. 보살은 하늘의 항하수를 내쏟는 듯 혹은 감로의 비를 내려쏟는 것처럼 설법하였다.
대중은 만족하고 갈채하면서 그것을 들었다. 현자란 실로 밝은 눈을 가진 사람이다.
그 때 보살은 다섯 가지 자비로 맑아진 눈을 떠 대중을 두루 둘러보다가 그 바라문을 보고는 생각하였다.
「이처럼 많은 대중이 만족하고 갈채하면서 법을 듣고 있는데, 저 바라문은 슬피 울고 있다.
눈물을 흘릴 만한 슬픔이 그 가슴속에 있는 것이다.
구리쇠의 녹을 산(酸)으로 녹이듯 또 연잎에서 물방울을 굴러 떨어뜨리듯, 나는 저이의 걱정을 없애고 만족시키도록 설법하리라.」
그리고 그에게
「바라문이여, 나는 세나카 현자라는 이다. 지금 너를 슬퍼하지 않도록 해니 친절히 이야기하라.」
그 때 바라문은 자기가 슬퍼하는 원인을 말하며 다음 게송을 외웠다.
「오늘 내가 돌아가면 내 아내 죽고
안 돌아가면 내가 죽는다 야차는 말하였다
그 괴로움으로 나는 고민하나니
세나카여, 그 뜻을 내게 설명해다고.」
보살은 바라문의 이 말을 듣고 마치 바다에 그물을 던지는 것처럼 지혜의 그물을 펼쳐
「중생에는 죽음의 원인이 많이 있다.
바다에 빠져 죽는 이도 있고 또 거기서 사나운 고기에게 붙잡히거나 혹은 항하에 빠져 악어에게 붙잡히거나 나무에서 떨어지거나 가시에 찔리거나 온갖 무기에 다치거나 독을 마시거나 절벽에서 떨어지거나 심한 추위에서나 혹은 온갖 병에 걸리거나 하여 죽는 것이다.
이렇게 많은 죽음의 원인 중에서 어떤 원인에 의해, 오늘 도중에서 자면 저 바라문이 죽고 집에 돌아가면 그 아내가 죽을 것인가.」
고 생각하였다. 그는 이렇게 생각하다가 그 바라문 어깨에 있는 부대를 보고
「저 부대 안에는 반드시 뱀이 들어 있다. 그 뱀은 검은 뱀으로 대담하고 두려움이 없는 뱀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그 부대가 바라문의 갈비뼈를 때려도 조금도 그의 동요를 보이지 않고 또 이런 모임에서도 그가 있는 기색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생각하였다. 이렇게 그는 하늘 눈으로 보는 것처럼 그 방편선교지에 의해 그것을 알았다.
그래서 물었다.
「네 그 보리과자는 부대 안에는 아무도 몰래 깊은 뱀 한 마리 들어 있나니 바라문이여, 네 가진 그 부대 안에는 보리과자가 있는가.」
고 물었다.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보리자루를 두들기라.」
바라문은 보살의 이 말을 듣고 놀라고 두려워하면서 시키는 대로 하였다.
지팡이에 맞은 뱀은 부대에서 나와 대중을 바라보면서 가만히 있었다.
뱀이 모가지를 치켜들고 나왔을 때, 일체의 지혜를 가진 부처님과 같은 징조가 보살에게 나타났다.
수천의 대중은 옷을 흔들기 시작하고 손뼉을 쳤으며 두꺼운 구름에서 쏟아지는 비처럼 7보의 비가 내렸다. 장하다는 수천의 외침이 일어나고 대지가 찢어지는 듯한 소동이 일어났다.
그때 바라문이 그가 구걸한 돈 가운데서 7백카하바나를 보살에게 보시하자 보살은 도리어 천카하바나를 보태주면서 말했다.
「바라문이여, 너는 누구 때문에 돈을 구걸하러 다녔던가.」
「내 아내 때문입니다.」
「그 아내는 늙었는가 젊었는가.」
「현자님, 아직 젊었습니다.」
「그렇다면 네 아내는 다른 남자를 보고 있다. 아무 걱정 없이 나쁜 짓을 하려고 너를 내보낸 것이다.
만일 네가 이 돈을 가지고 집에 가면 그녀는 네가 고생하면서 얻은 돈을 제 애인에게 주고 말 것이다. 그 때문에 너는 집으로 바로 가지 말고 그 마을 밖의 나무뿌리나 어디에고
그 돈을 숨겨 두고 들어가라.」
하고 그를 돌려보냈다.
바라문은 현자가 시키는 대로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아내는 그 때 그 애인과 앉아있었다.
바라문의 부대 안에 아무 것도 없는 것을 보고 물었다.
「여보, 당신은 그 동안 돌아다니면서 무엇을 얻었습니까.」
「천카하바나를 얻었다.」
「그것은 어디 있습니까.」
「그것은 저 아무 곳에 있다. 내일 아침에 가져올 것이니 걱정 말라.」
그녀는 나가 그 애인에게 알렸다. 그 사내는 가서 마치 제가 둔 것을 가지는 것처럼 그것을 가져갔다.
그 이튿날 바라문은 그 나무 밑에 가 보았으나 돈이 없어졌다.
그가 보살에게 갔을 때. 보살이 물었다.
「현자님, 그 돈이 없어졌습니다.」
고 하였다.
「그대 아내에게도 그 돈 숨겨 둔 곳을 알렸던가.」
「알렸습니다.」
「그렇다면 이는 그 애인의 소작이다.」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그대는 가서 첫째 날에는 그대가 7인, 그녀가 7인 합해서 14인의 바라문을 초대해 대접하라.
다음부터는 날마다 한 사람씩 물어 이렛째에는 그대가 한 사람, 그녀가 한 사람, 모두 두 사람의 바라문을 초대하라.
그리하여 이렛째에 초대받는 바라문이 날마다 오는 바라문이라는 것을 알았거든 내게 와서 알리라.」
고 하였다. 그는 그대로 하여 알고는 보살에게 가서 말했다.
「현자님, 나는 날마다 와서 초대받는 바라문을 알았습니다.」
보살은 그와 함께 사람을 보내어 그 바라문을 불러 물었다.
「너는 그 아무 나무 밑에서 이 바라문이 둔 천카하바나를 가졌는가.」
「현자님, 나는 가지지 않았습니다.」
「내가 세나카 현자임을 너는 모르느냐, 나는 그 돈을 돌려받으리라.」
그는 두려워하여 제가 훔쳤다고 자백하였고 돈을 내놓았다.
보살은 그 늙은 바라문에게
「바라문이여, 그대는 그대 아내를 그대로 두겠는가. 그렇잖으면 이혼하겠는가.」
물었다.
「현자님, 내 아내는 그대로 두겠습니다.」
보살은 도둑 바라유에게 벌을 주어 거리에서 쫓아내고 그녀에게도 벌을 주었다.
그리고 그 늙은 바라문에게는 큰 명예를 주어 자기 가까이 살게 하였다.』
부처님은 이 이야기를 마치고
『그 때의 그 바라문은 지금의 저 아난다요, 그 목신은 저 사리불이며, 그 대중은 내 제자들이요, 그 세나카 현자는 바로 나였다.』고 말씀하셨다.
<본생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