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 독사

왕과 독사

석존께서 사위국의 기원 정상에서 많은 사람을 모아 놓고 설법을 하고 계셨을 때의 일이다.

바라나시성에 시나와 아퀴라고 하는 두 사람의 대신이 있었다. 시나는 일상의 행동이 모두 법에 맞으며 일의전심(一意專心), 재상(宰相)으로서의 책무에 충실하였다. 이와는 반대로 아퀴는 항상 나쁜 짓을 하고 즐겨 궤변(詭辯)이나 계략(計略)을 가지고 자기 행위를 얼버무리고 있었다.

따라서, 이 두 대신은 사사건건이 반목하여 서로 받아드리지 않았다. 한번은 아퀴는 시나를 모함하려고 왕에게 참소(讒訴)하여 시나가 반역을 꾀하고 있으니까 일을 미연에 막아 주시기 바란다고 근엄한 얼굴로 말했다. 왕은 아퀴의 참소를 듣고 즉시로 시나를 가둬 버렸다.

이 때에 제천선신(諸天善神)은 허공 속에서 큰 소리를 내어 왕에게 경고했다.

『시나는 현인이다. 아무런 죄과도 없는데 가둬 둔다는 것은 불법이다.』

용신도 또한 제천선신과 한 가지로 왕에게 계고하고 국내의 군신과 민중도 또 시나의 충성을 칭찬하고 억울한 죄로 유폐(幽閉)될 이유가 없음을 국왕에게 호소했다. 그래서 국왕도 비로소 사건의 진상을 알고 시나는 청천백일(淸天白日)의 몸이 될 수가 있었고 아퀴의 나쁜 꾀는 보기 좋게 실패로 돌아갔다.

제1의 계략이 실패로 돌아간 아퀴는, 이번에는 방법을 바꿔 제2의 계략에 착수했다. 즉, 그는 시나를 함정에 집어넣으려고 왕의 창고에서 금은을 훔쳐내어 시나네 집에 갖다 두고 교묘하게 시나의 짓인양 꾸며 놓았다.

그러나 왕은 이것을 믿지 않았을 뿐 아니라, 도리어 아퀴의 뱃속까지 훑어볼 수 있었으므로 이렇게 말했다.

『너는 시나를 미워하는 나머지 어거지로 이러한 나쁜 것을 꾸며 놓은 것이 아니냐?』

왕은 아퀴의 처분을 시나에게 일임(一任)하였다.

시나는 여러 차례의 모함으로 괴로움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조금도 아퀴를 미워하지 않고 간곡히 그를 타이르고 왕에 대하여 그 죄를 참회하라고 권했다. 이에 그는 겉으로는 개심(改心)한 듯이 보이고 하나의 상자를 만들어 상자 안에 두 마리의 독사를 넣고, 예쁘게 장식을 하여 국왕에게 바쳤다. 그리고는 국왕과 시나 두 사람이 이것을 보고 결코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도록 당부해 놓았다.

왕은 호기심에 사로잡혀 이 상자를 받자마자 시나를 불러 같이 열어보자고 했으나 시나는 왕에게,

『멀리에서 온 것은 임금님 스스로 보시는 것이 아니올시다. 먼데서 전해 온 과일은 잡수시면 안되십니다. 악인이 하는 짓에는 주의하시는 것이 가장 현명한 일이옵니다.』

라고 세 번까지 왕을 타일렀으나 왕은 아무리 해도 시나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신의 말씀을 들어주시지 않으신다면 왕이여, 스스로 열어 보십시오. 임금님과 함께 본다는 것은 저로서는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왕은 할 수 없이 몸소 상자를 열어보았다. 그러자 왕의 양 눈은 단번에 소경이 되어 아무 것도 볼 수 없게 되었다.

충의(忠毅)의 시나는 이 모습을 몹시 슬퍼하고 고민한 나머지 한 때는 죽으려고까지 결심할 정도였다. 그는 곧 사람을 사방으로 보내 여러 나라를 이곳 저곳 뛰어다니게 하여 좋은 약을 구해내고 치료에 정성을 다 한 나머지 시나의 충성은 왕의 두 눈을 다시 보게 하였던 것이다.

이 왕이라 함은 현재의 사리붓타, 시나는 석존, 아퀴는 데바닷타이다.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항목은 *(으)로 표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