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팔꿈치
석존께서 기원정사(祇園精舍)에 계실 때의 일이다. 제자인 사리불(舍利弗)은 주야의 염불독경(念佛讀經) 같은 것을 열심히 해서 깨달음의 경지에 들어갔을 때, 잘 보이는 눈동자로 많은 사람들을 관찰하고 도를 깨달은 자가 있으면, 즉시 찾아가서 교화했다.
하시노쿠 왕의 대신 가운데 시시츠라고 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가 무량(無量)의 재보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도심(道心)을 일으키는 것을 보고, 사리불은 어느날 아침 옷을 걸치고 그릇(鉢)을 들고 그 집으로 가서 걸식을 했다. 그랬더니 시시츠는 사리불을 보고 안으로 초대해서 먹을 것을 공양했다.
사리불은 식사가 끝난 다음 손을 씻고, 입을 가시고는 그를 위해서 부귀와 영록(榮祿)은 모든 중생의 고뇌의 기본이며, 사고 있는 집이나 은애(恩愛)는 뇌옥과 같은 것이라고 설법하니, 시시츠는 부귀 영화를 얻고 높은 지위에 오르는 것을 원해서 은애를 바라고 싶었던 마음이 없어지고, 살고 있는 집을 무덤과 같이 보고 가업, 재산의 모든 것을 동생에게 주고는 출가해서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좌선행도(坐禪行道)에 열중했다.
그의 처는 남편과 헤어져 동생하고 재혼했으나, 사모하는 정이 날이 갈수록 높아져, 우수(憂愁)의 염원은 밤마다 깊어 갔다.
이것을 본 그녀의 새 남편은,
『너는 재산도 있고 나라고 하는 남편을 가지고 있으면서 어째서 그렇게 헤어진 형 만을 생각하고 있는가.』
라고 책망했다.
이에 대해서 처는 숨기는 것도 없이,
『전의 주인은, 성격이 부드러운 좋은 분이었습니다.』
라고 대답했다.
동생은, 처가 형만을 사모하고, 자기에는 애정이 없다는 것을 알고, 멀지 않아 형이 돌아와서 처와 재산을 뺏지나 않나 하고 걱정을 해서, 도적의 두목에게 「五백금을 줄터이니 그 산중에서 수행하고 있는 형의 목을 베어가지고 오게.」
라고 부탁했다.
그래서 도적은 산중으로 스님을 찾아 왔다.
『저는 보다 싶이 스님입니다. 초라한 옷가지 하나 밖엔 아무 것도 없습니다. 당신은 무엇을 뺏으려고 합니까.』
『나는 돈이 필요해서 온 것이 아니다. 너의 동생의 부탁을 받고, 네 목을 얻으려고 온 것이다.』
『내 목을?』
스님은 놀라면서 다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시요. 나는 새로 부처님의 길에 막 들어 왔으며, 아직 부처님을 뵙지 못하고 또한 불도의 가르침을 알 수가 없습니다. 제가 한번 부처님을 뵙고 조금이라도 경문을 알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 주시요.
그런 다음에 목을 베어도 늦지는 않을 것입니다.』
『나는 부탁을 받았기 때문에 아무래도 너를 베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스님은 다시 도적에게 매달리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렇다면 나의 이 한쪽 팔꿈치를 베고 목숨만은 잠시 동안만 살려 주십시오. 적어도 부처님의 얼굴을 한번만이라도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
도적은, 스님의 애타는 소원을 받아들여 한쪽 팔꿈치를 베가지고 돌아갔다. 스님은 즉시 산에서 내려와 부처님을 찾아 가서 뵙고 절을 하고 자리에 앉았다.
부처님은 이 불쌍한 스님을 위해서 다음과 같이 설법했다.
『네가 아주 옛날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얻어 온 신체의 수를 보면, 그 머리, 손, 다리의 피는 四대해의 물 보다도 많으며, 몸의 뼈를 쌓으면, 수미산의 봉우리 보다 높으며, 울면서 흘린 눈물의 양은 네개의 호수의 물보다 많으며, 어머니의 젖을 마신 양은 강이나 바다의 물보다도 많다. 이 모든 육체는 언제라도 중생의 고통을 받지 않으면 안된다.
고뇌의 근본은 치애(痴愛)의 번뇌로부터 생기는 것이다. 만일 八정도(八正道:정중(正中)으로서 이치에 따라서 열반으로 이르는 길이기 때문에 정도라고 하며, 정견(올바르게 四체의 진리를 보는 일) 정사(正思:올바르게 사체(四諦)의 진리를 사유(思惟)하는 일), 정어(正語:사실대로 말하는 일), 정업(正業:몸의 일체의 사업을 제거하고 청정의 몸이 되는 것), 정명(正命:몸, 입, 의의 三업을 청정하게 해서 정법을 따르고, 다섯 가지의 사명에서 떠나는 것), 정정진(正精進:열반의 길에 힘쓰는 것) 정념(正念:정도를 생각하며 사념이 없을 것), 정정(正定:무릇 청정의 선으로 들어 가는 것)을 수행해서 어리석은 사랑을 끊고 이 몸을 잊을 것 같으면, 모든 고통은 없어지는 것이다.』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스님은 겨우 깨달음을 얻어 아라한의 계위를 얻어 신명을 버리고 열반에 들어갔다.
한편, 도적은 베어 가지고 온 스님의 팔꿈치를 동생에게 주었다. 처는 이것을 보고 크게 슬퍼하고 고뇌했으나,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 모든 것을 왕에게 아뢰었기 때문에 무도한 동생은 잡혀서 죽음을 당하고 말았다.
부처님의 자자들은 이 이야기를 의심스런 마음으로 들었기 때문에 부처님은 그러한 사람들의 마음을 알고 다시 그 스님의 과거에 있어서의 인연에 관한 이야기에 관해서 설법했다.
바라나 국왕 하라다는 많은 장졸을 거느리고 수렵에 나섰다. 달아나는 짐승을 쫓아 정신없이 따라가는 사이에 왕은 장졸로부터 떨어져 홀로 길을 잃고 깊은 수풀 안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가는 곳에 한 사람의 연각(緣覺)이 있어 길을 물었다. 그 연각은 팔꿈치에 나쁜 상처를 입어, 손이 올라가지 않아서 한쪽 다리를 들어서 길을 가리켰다.
왕은 크게 노하여,
『영지안(領地內)에 있는 자는 모두 나의 백성이다. 왕을 향해서 다리로 말을 하다니 이 무슨 망칙한 짓이냐. 이 무례한 놈.』
이렇게 말하고는 칼을 뽑아 그 팔꿈치를 베었다. 그 때 연각(緣覺)은 마음속으로 이 왕은 노한 김에 내 팔꿈치를 베었다.
만일 이대로 참회하지 않으면, 오랫동안 지옥의 응보로 고뇌할 것이다. 신통력을 나타내서 놀라게 하여 참회하도록 만들어 주어야겠다고 생각하고는, 즉시 하늘에 올라 여러 가지 신변을 나타내니, 왕은 성자를 상처입힌 죄를 깨닫고 그 행실을 자책해서 五체(五體)를 땅에 던지고 소리 내어 크게 울면서 그 죄를 사과했다.
연각도 그 뜻을 불쌍히 여겨 하늘에서 내려와 그 참회를 받고, 즉시 신명을 버리고 사·리에 지극한 열반으로 들어갔다.
왕은 사리(舍利)를 줏어 탑을 세우고 화향(花香)을 공양하고, 항상 탑앞에 엎드려 참회하고 생사의 고뇌를 초도(超度)해서 세속의 근심을 벗어나기를 구했기 때문에, 지옥의 고뇌는 면했으나 五백살을 사는 사이, 항상 팔꿈치를 잘리어 죽음에 이르는 응보를 받았다.
그러나 그 구도의 정신에 의해서 깨달음을 얻을 수가 있어, 아라한의 도를 깨닫게 된 것이다.
그 국왕이 지금 한쪽 팔꿈치를 절단당한 스님이라고 하는 이야기이다.
<菩薩本行經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