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도비구가 죽어서 뱀이 되다
옛날 어느 절에 홍도비구라 하는 분이 있어 수행을 매우 잘 하였으므로 모두 그를 선지식으로 추앙하였다.
그런데 하루는 우연히 몸에 병이 나 고통이 심하므로 혼자 짜증을 내고 괜히 신경질을 부리다가 그만 죽고 말았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절 주지스님 꿈에 홍도비구가 나타나,
「나는 생전에 너무 화를 내고 병중에 신경질을 부리다가 죽어 뱀이 됐는데 손이 없어 꼬리로 대중방 벽에 한 게송을 지어 써놓으니 여러 스님들은 이 글을 보고 진심을 내지 마십시오.」
하고 홀연히 사라졌다.
주지스님은 꿈이라도 하도 이상하여 그 이튿날 아침에 대중방에 가 보니 과연 홍도비구의 경계송(警誡頌)이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나는 다행히 불법을 만나고 사람 몸을 받아서
다겁으로 오면서 부지런히 공부하여 성불에 가깝더니
송풍취탑에 누워 병으로 고통하다가
한번 성을 내고 뱀의 몸을 받으니
이 몸을 부숴서 티끌을 만들지언정
평생에 다시는 진심을 내지 않으리.
나는 옛날 비구가 되어 이 절에 있었는데
지금 받은 몸은 죄가 맺힌 한 이로다
가사 단정한 사람의 몸을 넘을지라도
진심을 못 끊으면 이 몸을 만나니
천당과 지옥이 오직 사람의 마음에 달린 까닭이다.
원컨대 스님은 염부에 돌아가서
나의 형용을 말하고 뒷사람 경계하소.
진심을 끊으면 보리(菩提)가 가깝다고
뜻은 있어도 입으로 말 못하니
고리로써 글을 써서 심정을 드러내네.
원컨대 그대는 이 글을 벽에 달아놓고
진심이 일어날 때 눈을 들고 보소서.
마음에 진심이 없으면 한 보시(布施)요
입안에 진심 없으면 또한 향기 토하리
얼굴에 진심 없으면 참 공양이라
기쁠 것도 화낼 것도 없으면 이것이 진상(眞常)이라네.
<佛心과 修行功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