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한송이를 공양하고 임금님이 된 양무제

꽃 한송이를 공양하고 임금님이 된 양무제

양 무제(梁武帝)는 위 무제(魏武帝)와 함께 중국불교에 많은 위업을 남긴 사람이다.

그런데 말년에는 그의 부하였던 재상에게 쫓겨나 유폐생활을 하다가 비참하게 떠났는데, 그는 그 유폐생활 중에서 좌선일관(座禪一貫)하여 숙명통을 얻고 전생에 모든 것을 꿰뚫어보아 뒤에 자손들에게 털끝만큼한 복수도 하지 말 것을 당부하였다.

양 무제는 전생에 가난한 포수장이였다고 한다. 매일 매일 사냥을 하여 그것으로 연명을 해가고 있었다.

하루는 산에 올라 산천을 뒤지고 다니는데 날이 저물도록 짐승 한 마리도 잡지 못하고 몸만 지쳐 있었다.

잠깐 쉬면서 목도 축일겸 개울이 있는 쪽을 향하여 가다가 옛 절터인 듯한 곳에서 고개 부러진 부처님 한분이 땅에 뒹굴고 있는 것을 보았다.

처음에는 무의식중에 발로 한번 차 보았으나 얼굴이 드러나자 죄송함을 느끼고 곧 부처님을 안아 모시고 목을 맞추어 보니 아주 거룩한 부처님이었다.

무제는 얼른 물을 떠다가 깨끗이 씻고 부처님을 안아 가까운 동굴 속에 모셨다.

그리고 산에 핀 꽃들을 꺾어 부처님 앞에 올리고 엎드려 고했다.

「거룩하신 부처님, 오랫동안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그동안 배가 얼마나 고프실텐데 가난한 이 사람은 먹을 것이 없으니 꽃이나 올려 드립니다.

이 인연으로 내생에는 훌륭한 왕가에 태어나 많은 불승(佛僧)들을 마음껏 공양하여도 모자람이 없는 사람이 되게 하옵소서.」

이렇게 기원하고 일어서서 돌아오는데 기분이 좋았다.

생전 처음 부처님을 뵙고 또 공양을 올렸으니 마음이 흐뭇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인지 집에 와서 잠을 자려 하니 그 부처님의 모습이 무지개 빛처럼 환하게 들어나 영 잠이 오지 않았다.

그리하여 이튿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목욕재계하고 그 부처님을 찾아갔다.

그런데 이 어찌된 일인가?

깊은 산속 사람이라고는 전혀 구경할 수 없는 그 곳, 부처님이 계신 동굴 속에 기이한 현상이 생겼다.

어제 자기가 올린 꽃이 동굴밖에 나와 있고 나무 열매가 부처님 팔위에 올려 있지 않는가?

「이게 누구의 짓일까? 이상도 하구나―」

생각하며 사냥꾼은 밖에 나가서 탐스러운 꽃 몇 송이를 끊어 또 부처님께 올리고 어제와 같이 기원하였다. 그리고 단에 올라가서 산짐승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날도 짐승은 한 마리도 구경을 하지 못했다.

해질 무렵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또 동굴 속을 들어보니 한 마리의 원숭이가 자기의 올린 꽃을 내려 놓고 또 빨간 과일들을 나뭇가지까지 꺾어 올리고 기도하고 있었다.

「부처님, 나도 포수쟁이와 같이, 죽어서 다시 태어나게 될 때는 원숭이의 과보를 벗고 나라에 큰 재상이 되어 저 사람을 돕게하여 주십시오.」

그러나 이러한 서원을 사람이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포수쟁이는 그저 자기의 꽃을 내려 놓고 다른 과일을 올렸다는 것만 괘씸하게 생각하였다.

「요 괘씸한것, 네가 내가 올린 꽃을 내려놓고 네 것을 따로 올려―」

하고는 즉시 뛰어가서 그가 올린 열매를 내려 두 발로 지근지근 밟아 버렸다.

그리고 또 산에 올라가서 꽃을 꺾어다가 올려놓고 내려왔다.

그런데 그 이튿날 또 가서 보니 원숭이도 화가 나서 그 꽃을 온 몸으로 진탕을 만들어 버리고 다시 제 열매를 올렸다.

화가 난 포수쟁이는 흥분한 가운데 열매를 올리고 기도하는 원숭이를 그대로 놓아두고 동굴 문을 꽝 막아버렸다.

아주 큰 돌을 들어다가 누구도 함부로 밀고 들어갈 수없도록 막아 버렸다.

그리고 집으로 내려와서는 그 일을 잊어버리고 다른 일에 몰두하였다.

그런데 그 후 약 16일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대낮에 방에 누워 있는데 원숭이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꽥 꽥꽥.」

하도 이상히 여겨 귀를 막으면 막을수록 더 큰소리로 들려왔다. 불현듯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일어나서 산으로 뛰어올라갔다. 가 보니 원승이가 빈 동굴에서 몸부림치다가 그대로 쓰러져 죽어 있었다.

아무리 사냥꾼이라고는 하지만 가엾게 생각되어 그를 땅에 묻어주고 부처님께 사죄하였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살기를 좋아하고 죽기를 싫어하는 것은 매한가지인데 잠깐 사이 흥분한 마음 때문에 한 생명을 굶어 죽게하여 죄송합니다.」

이렇게 사죄하고 돌아와서부터는 무엇인가 죄책감 때문에 사냥하는 것까지도 잊어버리고 오직 남의 농사일을 거들어 주다가 그만 죽고 말았다.

그런데 그 때 부처님 앞에서 서원한 대로 원숭이는 죽어서 양씨 집안의 재상이 되고 사냥꾼은 죽어서 양씨 집안의 왕자가 되었다.

나면서부터 이 재상은 무제를 좋아하며 늘 보호하고 공경하였으나 무제는 어려서부터 글공부는 좋아하지 않고 사냥을 즐겼다.

매일 산으로 쏘다니며 토끼, 꿩, 돼지, 노루 등을 잡아 포식하고 힘을 기르더니 마침내 임금이 되어서도 그 버릇을 버리지 못하였다.

서원을 따라 불법을 좋아하고 부처님과 절을 무진장 조성하고 수 천명 만 명씩의 스님들을 공양하여 부족함이 없이 하였다.

이렇게 외상(外相)에만 팔려 복 짓는 일에만 몰두하다 보니 달마대사 같은 훌륭한 스님이 인도로부터 와서 법을 주려 하였으나 그릇이 비지 못하니 오히려 사마 외도의 취급을 하고 말았다.

일생에 새로 모신 부처님이 3십만구가 넘고 전래에 파괴된 부처님을 보수한 것은 백만구가 훨씬 넘었으며, 2십개의 사찰을 짓고 수륙재, 방생재, 천도재를 지내는 것은 매일매일 빼는 날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너무 이것이 지나치다 보니 백성들의 원성이 치닫기 시작하였고 마침내 궁중에서도 양무제를 정신 이상자로 취급하는 경향이 생기게 되었다.

특히 그러한 현상이 두드러지게 드러난 것은 어떤 때 반승을 위해 절에 올라가면 스님들의 공양을 낱낱이 차려주고 또 후원에 나와 손수 설거지를 하는데 신하들이 쩔쩔 매고 있으면, 자기를 돈을 주고 사가라 하여 신하들의 마음이 안정될 날이 없게 되었다.

하는 수 없이 중의(衆議)를 따라 대왕을 동굴 속에 흔금(軟禁)하여 치료키로 하였는데 그 뜻을 발의한 사람이 바로 전생의 원숭이 재상이었다.

양무제는 깨닫고 그이 자손들에게 유칙하고 죽었다.

「내가 내 전생을 알지 못함으로써 이런 슬픈 일을 당했는지라. 선인선과(善因善果) 악인악과(惡因惡果)는 자기가 지어서 자기가 받은 것이다. 누구도 원망하지 못할 것이다.

원숭이를 16일 동안 가두어 죽인 과보로 160일 만에 이 곳에서 가지만 원망할 것은 도리어 이 어리석은 마음이니 조금도 그를 해치거나 손상시켜서는 안 된다. 명심하라.」

이 글을 본 자손들은 도리어 그 원숭이 재상을 부모 섬기듯 하고 잘 모셔 백세유방(百歲遣芳)의 꽃다운 세상을 살았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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